허욕의 허물 벗고 겸허하게 출발
허욕의 허물 벗고 겸허하게 출발
by 운영자 2013.01.04
서설이 내리는 새 해 첫날 동네 야산 매봉산에 올랐다. 서울의 해돋이 명소 18곳에 선정된 매봉산엔 코끝이 얼얼한 영하의 날씨에도 빙판길을 헤치고 소망을 품은 시민들이 모였다.오늘 뜨는 해가 어제 뜬 해와 다를 바 없지만 한 해의 출발점에서 새로운 각오를 다지는 모습은 경건하다.
불확실성시대일수록 기도는 간절해지고 미래가 불투명할수록 소망은 절실해진다. 해가 바뀌면 신년 운세나 토정비결을 보는 이유도 앞날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직장인 절반 정도가 이직과 승진 등이 궁금해 신년운세를 본다는 설문 조사도 이를 뒷받침한다.
토정비결의 저자 이지함은 백성들이 희망을 품고 최선을 다하라는 의미에서 좋은 괘(卦)를 절반 넘게 안배했다고 한다.
좋은 것은 받아들이고 안 좋은 것은 조심하라는 세시풍속으로 받아들이는 게 마땅하다. 얼마 전 송년모임에서 칠십대의 언론계 선배가 “점쟁이도 못해 먹겠다”며 ‘철학원 간판’을 내렸다고 한다. 여성 언론인에서 역술인으로 변신하여 화제가 되었던 인물이다.
“신통력이 떨어졌다”고 우스개를 하면서 신년운세와 토정비결은 인터넷 무료제공이 많은데다 역술인이 크게 늘어난 것도 이유라고 덧붙인다.
해가 바뀌면 그 해가 무슨 띠에 해당하는가를 따져보고 한해를 점치는 풍습도 여전하다.
올해는 계사(癸巳)년, 60년마다 한 번씩 오는 흑뱀띠 해라고 한다. 검은 뱀이건 흰 뱀이건 뱀을 가장 혐오한다. 치명적인 독을 품고 날름거리는 혀는 생각만 해도 소름이 돋는다.
TV를 보다가도 뱀이 나오면 잽싸게 채널을 돌리거나 꺼버린다. 뱀처럼 양면성을 지닌 동물도 드물다.
성경 속의 뱀은 이브를 유혹해 인간을 낙원에서 쫓겨나게 했지만, 예수는 제자들에게 ‘뱀 같이 지혜로우’라고 가르쳤듯이 선과 악이 극명하게 대비된다.
12간지(干支)문화는 동양천문학연구의 소산이다.
하늘의 동태를 파악해야 풍수해를 막고, 땅의 움직임을 알아야 농사를 잘 지을 수 있다는 선조들의 지혜가 담겼다. 띠 동물인 뱀은 십이지 문화 속의 작은 상징부호에 불과할 뿐이다 흑뱀 해, 흑룡 해, 황금돼지해라는 의미부여는 마케팅 수단으로 변질됐다.
띠로 풀어 보는 운세와 성격 또한 추상적이고 모호하여 무의미하다. 운세만 믿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복은 넝쿨째 굴러 오지 않는다.
뱀이 허물을 벗고 성장하듯 가식과 위선과 허욕의 허물을 벗고 겸허하게 한 해를 시작하자.
노력 없이 거저 얻는 것은 나이 일 뿐, 노력 없이는 작은 소망도 성취할 수 없다. 꿈과 희망을 품고 도전하는 삶은 아름답다.
<이규섭 시인>
불확실성시대일수록 기도는 간절해지고 미래가 불투명할수록 소망은 절실해진다. 해가 바뀌면 신년 운세나 토정비결을 보는 이유도 앞날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직장인 절반 정도가 이직과 승진 등이 궁금해 신년운세를 본다는 설문 조사도 이를 뒷받침한다.
토정비결의 저자 이지함은 백성들이 희망을 품고 최선을 다하라는 의미에서 좋은 괘(卦)를 절반 넘게 안배했다고 한다.
좋은 것은 받아들이고 안 좋은 것은 조심하라는 세시풍속으로 받아들이는 게 마땅하다. 얼마 전 송년모임에서 칠십대의 언론계 선배가 “점쟁이도 못해 먹겠다”며 ‘철학원 간판’을 내렸다고 한다. 여성 언론인에서 역술인으로 변신하여 화제가 되었던 인물이다.
“신통력이 떨어졌다”고 우스개를 하면서 신년운세와 토정비결은 인터넷 무료제공이 많은데다 역술인이 크게 늘어난 것도 이유라고 덧붙인다.
해가 바뀌면 그 해가 무슨 띠에 해당하는가를 따져보고 한해를 점치는 풍습도 여전하다.
올해는 계사(癸巳)년, 60년마다 한 번씩 오는 흑뱀띠 해라고 한다. 검은 뱀이건 흰 뱀이건 뱀을 가장 혐오한다. 치명적인 독을 품고 날름거리는 혀는 생각만 해도 소름이 돋는다.
TV를 보다가도 뱀이 나오면 잽싸게 채널을 돌리거나 꺼버린다. 뱀처럼 양면성을 지닌 동물도 드물다.
성경 속의 뱀은 이브를 유혹해 인간을 낙원에서 쫓겨나게 했지만, 예수는 제자들에게 ‘뱀 같이 지혜로우’라고 가르쳤듯이 선과 악이 극명하게 대비된다.
12간지(干支)문화는 동양천문학연구의 소산이다.
하늘의 동태를 파악해야 풍수해를 막고, 땅의 움직임을 알아야 농사를 잘 지을 수 있다는 선조들의 지혜가 담겼다. 띠 동물인 뱀은 십이지 문화 속의 작은 상징부호에 불과할 뿐이다 흑뱀 해, 흑룡 해, 황금돼지해라는 의미부여는 마케팅 수단으로 변질됐다.
띠로 풀어 보는 운세와 성격 또한 추상적이고 모호하여 무의미하다. 운세만 믿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복은 넝쿨째 굴러 오지 않는다.
뱀이 허물을 벗고 성장하듯 가식과 위선과 허욕의 허물을 벗고 겸허하게 한 해를 시작하자.
노력 없이 거저 얻는 것은 나이 일 뿐, 노력 없이는 작은 소망도 성취할 수 없다. 꿈과 희망을 품고 도전하는 삶은 아름답다.
<이규섭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