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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심금 울리는 세상

서로 심금 울리는 세상

by 운영자 2013.01.14

사노라면 같은 말을 쓰면서도 서로 말이 통하지 않아 답답할 때가 참 많습니다. 말이 통하지 않으면 머리가 아니라 가슴을 칩니다. 실은 가슴이 아니라 마음을 치는 것이지요.

말이 통하지 않는 것은 곧 마음이 통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말은 곧 마음입니다. 말이 통하지 않으면 마음에 상처를 받고 불행의 징표처럼 우울증에 시달리기도 합니다. 그래서 좋은 관계는 말이 통하는 관계, 곧 마음이 통하는 관계이지요.

그래서 사람들은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관계를 소망하고 이심전심(以心傳心)을 원하고 있습니다. 마음의 어원은 머금음입니다. 마음은 뜻을 머금음이요 겉이 아니라 속에서 머금음이지요.

마음은 의미를 머금고, 가치를 머금고 아름다움을 머금고 행복을 머금습니다. 이심전심은 심금(心琴)을 울릴 때 가능해집니다. 악기에 소리를 일으키는 현(絃)이 있듯이 마음에도 머금은 뜻을 그러내는 ‘마음의 현(heartstrings)’이 있습니다.

마음의 현이 바르게 조여진 도심(道心)일 때 이심전심이 가능하지만, 속심(俗心)의 속물이 되면 소통은 불가능해집니다. 현(絃)이 늘어진 악기가 소리를 내지 못하듯 마음의 현도 속심으로 늘어져 있으면 심금을 울릴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악기가 아름다운 소리를 일으키려면 연주자의 날선 촉수가 있어야 하듯, 심금을 울리려면 정곡을 찌르는 언중유골(言中有骨)의 촉수가 있어야 합니다.

날이 서지 않은 칼로는 벨 수 없고 날이 무뎌진 송곳으로는 뚫을 수 없듯이 연주자의 날선 촉수가 없이는 아무리 좋은 악기라도 아름다운 소리를 낼 수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정곡을 찌르는 언중유골의 촉수가 없으면 심금을 울리는 이심전심의 소통을 할 수가 없습니다. 요컨대 말이 통하고 마음이 통하는 이심전심이 가능하려면 심금을 울려야 하고 심금을 울리려면 마음의 현이 팽팽하게 조여져야 하고 동시에 심금이 울리도록 정곡을 찌르는 촉수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말 한마디가 천 냥 빚을 갚을 수 있다는 말을 오해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달콤하고 부드럽고 온유한 말이라도 상대를 이용하기 위한 것이라면 심금을 울릴 수 없습니다.

오히려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고 말지요. 그런데 우리는 달콤한 말로 기만하기도 하고 정곡에 벗어난 말로 서로 상처를 내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말의 마술사라는 문인들마저도 정곡에서 벗어난 말들을 일삼고 있습니다.

정치인들은 달콤하고 과장된 말들로 불화의 씨앗을 심고 불신의 사회를 만들고 있습니다.

새해가 시작되었습니다. 새해는 서로의 심금을 울리는 이심전심의 한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먼저 다른 사람들의 심금을 울릴 수 있도록 내 마음의 현부터 팽팽하게 조여야 하겠습니다. 바른 뜻을 머금은 도심을 회복해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심금을 아름답게 울릴 수 있도록 핵심과 정곡을 찌르는 날선 촉수를 준비해야하겠습니다.

물론 어려운 일이지만 또 다시 지난날의 과오를 되풀이 할 수는 없기에 더욱 노력해야겠지요. 그래서 서로 마음이 통하고 심금 울리는 아름다운 세상을 누리게 되길 희망합니다.

<이성록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