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 하나 때문에
미소 하나 때문에
by 운영자 2013.01.23
오래 전 거제에 있는 애광원에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막사이사이상을 수상한 김임순 원장님과 직원들이 지극한 정성으로 중증 지적 장애를 가진 어린이들과 어른들을 돌보고 있는 곳이었습니다.
시설이 인상적일 만큼 깨끗하였고, 환우들을 돌보는 손길들이 참으로 정성스러워 두고두고 고마운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화여대를 졸업하고 개성에서 교편을 잡다가 6·25전쟁 때문에 거제도로 피난을 온 김원장님은 대학 은사의 손에 이끌려 장승포항이 내려다보이는 산중턱의 허름한 움막으로 향했다고 합니다.
움막 안에는 탯줄도 제대로 떨어지지 않은 영아 일곱 명이 낡은 미군 모포에 싸인 채 울고 있었고요. 밤새 찬바람이 몰아치는 움막에서 영아들과 함께 울다가 새벽녘 잠결에 들린 교회 종소리를 듣고 그들을 내 자식처럼 키울 결심을 한 것이 애광원의 시작이었다고 했습니다.
원장님께 들은 이야기가 너무도 귀해 돌아오는 길 수첩에 ‘작은 웃음 하나 만나기 위해’ 라는 글을 적었습니다. <작은 웃음 하나 만나기 위해/ 먼 길을 걸어 왔어요/ 돌아설 수도 비켜설 수도 없는 길이었지요/ 내가 잡은 것 무엇인줄 모르고/ 나를 잡은 것 무엇인줄 모르는/ 길이었어요// 웃음이 무엇으로 소중한지를/ 몰랐어요/ 무엇으로 웃음이 터지는지도/ 몰랐구요/ 버릴 수 없는 표정들을 버리지 않았을 뿐/ 더는 몰랐어요// 이처럼 예쁠 수가 있을까요/ 이처럼 고울 수가 있을까요/ 아무것도 없이/ 기막히게 없이/ 줄기도/ 가지도 없이/ 문득문득/ 하늘로 피어나는 천상(天上)의 꽃// 웃음 하나 만나기 위해/ 작은 웃음 하나 만나기 위해/ 하루처럼 걸어온/ 먼 길>
문득 그 때의 일이 떠올랐던 것은 최근에 접하게 된 한 소식 때문이었습니다. 영국의 한 임신부가 초음파 검사를 통해 미소 짓는 태아의 모습을 보고 심각한 장애가 추정돼 낙태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사의 권고에도 아이를 출산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아기를 임신한 뒤 즐거워하던 로웨는 담당 의사로부터 청천병력 같은 말을 들었습니다. 뱃속에 있는 태아가 심각한 뇌 장애가 있는 것으로 추정돼 태어나더라도 평생 걷지도 못하고, 말도 못하는 장애인이 될 것이라며 낙태를 권유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3D 초음파 사진을 찍는 과정에서 로웨는 태아의 미소를 보았고, 아기의 미소를 보고 출산하겠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자신의 뱃속에서 미소 지으며 놀고 있는 아기의 경이로운 모습을 보는 순간 차마 그의 생명을 끝낼 수는 없었다고 했습니다.
결국 세상에 태어난 아기는 9시간 만에 세상을 떠났지만, 로웨는 아기를 출산한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으며 아들과 함께 했던 9시간이 생애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했습니다.
탯줄도 제대로 자르지 못한 채 엄마 아빠 없이 버려진 아기들을 위해 한 평생을 바친 김원장님, 태중의 아기 미소를 차마 지울 수가 없어 그 생명을 출산한 한 아기 엄마, 지극히 사소한 것이 우리의 삶을 평생으로 이끌 수 있는 것임을 고마움으로 마음에 새깁니다.
<한희철 목사>
시설이 인상적일 만큼 깨끗하였고, 환우들을 돌보는 손길들이 참으로 정성스러워 두고두고 고마운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화여대를 졸업하고 개성에서 교편을 잡다가 6·25전쟁 때문에 거제도로 피난을 온 김원장님은 대학 은사의 손에 이끌려 장승포항이 내려다보이는 산중턱의 허름한 움막으로 향했다고 합니다.
움막 안에는 탯줄도 제대로 떨어지지 않은 영아 일곱 명이 낡은 미군 모포에 싸인 채 울고 있었고요. 밤새 찬바람이 몰아치는 움막에서 영아들과 함께 울다가 새벽녘 잠결에 들린 교회 종소리를 듣고 그들을 내 자식처럼 키울 결심을 한 것이 애광원의 시작이었다고 했습니다.
원장님께 들은 이야기가 너무도 귀해 돌아오는 길 수첩에 ‘작은 웃음 하나 만나기 위해’ 라는 글을 적었습니다. <작은 웃음 하나 만나기 위해/ 먼 길을 걸어 왔어요/ 돌아설 수도 비켜설 수도 없는 길이었지요/ 내가 잡은 것 무엇인줄 모르고/ 나를 잡은 것 무엇인줄 모르는/ 길이었어요// 웃음이 무엇으로 소중한지를/ 몰랐어요/ 무엇으로 웃음이 터지는지도/ 몰랐구요/ 버릴 수 없는 표정들을 버리지 않았을 뿐/ 더는 몰랐어요// 이처럼 예쁠 수가 있을까요/ 이처럼 고울 수가 있을까요/ 아무것도 없이/ 기막히게 없이/ 줄기도/ 가지도 없이/ 문득문득/ 하늘로 피어나는 천상(天上)의 꽃// 웃음 하나 만나기 위해/ 작은 웃음 하나 만나기 위해/ 하루처럼 걸어온/ 먼 길>
문득 그 때의 일이 떠올랐던 것은 최근에 접하게 된 한 소식 때문이었습니다. 영국의 한 임신부가 초음파 검사를 통해 미소 짓는 태아의 모습을 보고 심각한 장애가 추정돼 낙태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사의 권고에도 아이를 출산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아기를 임신한 뒤 즐거워하던 로웨는 담당 의사로부터 청천병력 같은 말을 들었습니다. 뱃속에 있는 태아가 심각한 뇌 장애가 있는 것으로 추정돼 태어나더라도 평생 걷지도 못하고, 말도 못하는 장애인이 될 것이라며 낙태를 권유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3D 초음파 사진을 찍는 과정에서 로웨는 태아의 미소를 보았고, 아기의 미소를 보고 출산하겠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자신의 뱃속에서 미소 지으며 놀고 있는 아기의 경이로운 모습을 보는 순간 차마 그의 생명을 끝낼 수는 없었다고 했습니다.
결국 세상에 태어난 아기는 9시간 만에 세상을 떠났지만, 로웨는 아기를 출산한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으며 아들과 함께 했던 9시간이 생애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했습니다.
탯줄도 제대로 자르지 못한 채 엄마 아빠 없이 버려진 아기들을 위해 한 평생을 바친 김원장님, 태중의 아기 미소를 차마 지울 수가 없어 그 생명을 출산한 한 아기 엄마, 지극히 사소한 것이 우리의 삶을 평생으로 이끌 수 있는 것임을 고마움으로 마음에 새깁니다.
<한희철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