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염병이 내 고뿔만 못하다지만…
남의 염병이 내 고뿔만 못하다지만…
by 운영자 2013.02.18
최근의 일입니다. 가족 문제로 몹시 마음이 아프고 힘들어서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을 때였습니다.
제 주위에 있는 세 사람에게 저간의 사정을 털어놓았는데 어쩜 그리도 각기 다르게 고민을 들어주고 다르게 대답을 해주는지, 느끼고 배운 게 참 많습니다.
가족관계를 중심으로 한 집단상담전문가인 L교수님은 따뜻하게 저를 위로해 주면서도 정확한 설명과 분명한 단어 사용으로 현재의 상황을 조목조목 정리해 주셨습니다.
차마 입에 올릴 수 없고 아예 귀를 막아버리고 싶을 만큼 아픈 지적을 듣고 있으려니 가슴속이 쩍쩍 갈라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쓴 소리는 정신을 차려 객관적으로 현실을 인식하게 해주었고 문제해결의 방법을 찾는 제게 약이 되었습니다.
또 한 사람, 40년 지기인 고등학교 동창 S는 말 그대로 평범한 주부입니다.
둘은 갑작스레 뜨거워지거나 차가워지는 법 없이 늘 덤덤하게 만나왔는데, 제 속사정을 듣던 날도 분위기는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평범하기 짝이 없는 말이 제 마음을 건드렸고 결국 눈물을 쏟게 만들었습니다.
“너 진짜 힘들었겠다. 듣기만 해도 이렇게 속상한데, 그동안 어떻게 참았니? 결과가 어떻게 되든 너는 최선을 다한 거니까 이제 속 그만 끓여라, 응? 힘내!”
나머지 한 사람은 사회복지현장 경력 20년이 넘는 사회복지사 B였습니다.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대하는 것이 일이니 공감과 배려가 몸에 배어있을 것 같았는데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예상과 전혀 달랐습니다.
한 마디로 제가 그 정도의 일로 고민하는 것은 아직 인생의 쓴맛을 덜 본, 어려움이라고는 없는 온실에서 살아왔기 때문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문제해결의 묘안이나 대책을 세워달라는 것이 아니라 그저 갑갑함을 하소연하고자 했던 제가 오히려 머쓱해지는 기분이었고 그가 무척 멀게 느껴졌습니다.
시간이 흘러 저를 괴롭히던 문제가 정리되었고 고통의 한 가운데 있었던 당사자도 드디어 평화로운 시간을 맞게 되었습니다.
가만 생각해 보면 문제 그 자체를 통해서만이 아니라 어려운 사람을 대하는 주위 사람들의 태도에서도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전문가의 객관적인 분석이 가져다준 현실인식, 비록 전문가는 아니지만 상대의 처지를 헤아려 함께 가슴 아파해주는 공감의 힘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우리 속담에도 “남의 염병이 내 고뿔만 못하다”는 말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단 한마디의 위로나 공감 없이 저의 고민과 고통을 엄살 부리는 수준으로 받아들인 사회복지사 B는 제가 노인복지현장에서 어떤 태도로 어르신들을 대하고 섬겨야 하는지 돌아보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유경작가>
제 주위에 있는 세 사람에게 저간의 사정을 털어놓았는데 어쩜 그리도 각기 다르게 고민을 들어주고 다르게 대답을 해주는지, 느끼고 배운 게 참 많습니다.
가족관계를 중심으로 한 집단상담전문가인 L교수님은 따뜻하게 저를 위로해 주면서도 정확한 설명과 분명한 단어 사용으로 현재의 상황을 조목조목 정리해 주셨습니다.
차마 입에 올릴 수 없고 아예 귀를 막아버리고 싶을 만큼 아픈 지적을 듣고 있으려니 가슴속이 쩍쩍 갈라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쓴 소리는 정신을 차려 객관적으로 현실을 인식하게 해주었고 문제해결의 방법을 찾는 제게 약이 되었습니다.
또 한 사람, 40년 지기인 고등학교 동창 S는 말 그대로 평범한 주부입니다.
둘은 갑작스레 뜨거워지거나 차가워지는 법 없이 늘 덤덤하게 만나왔는데, 제 속사정을 듣던 날도 분위기는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평범하기 짝이 없는 말이 제 마음을 건드렸고 결국 눈물을 쏟게 만들었습니다.
“너 진짜 힘들었겠다. 듣기만 해도 이렇게 속상한데, 그동안 어떻게 참았니? 결과가 어떻게 되든 너는 최선을 다한 거니까 이제 속 그만 끓여라, 응? 힘내!”
나머지 한 사람은 사회복지현장 경력 20년이 넘는 사회복지사 B였습니다.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대하는 것이 일이니 공감과 배려가 몸에 배어있을 것 같았는데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예상과 전혀 달랐습니다.
한 마디로 제가 그 정도의 일로 고민하는 것은 아직 인생의 쓴맛을 덜 본, 어려움이라고는 없는 온실에서 살아왔기 때문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문제해결의 묘안이나 대책을 세워달라는 것이 아니라 그저 갑갑함을 하소연하고자 했던 제가 오히려 머쓱해지는 기분이었고 그가 무척 멀게 느껴졌습니다.
시간이 흘러 저를 괴롭히던 문제가 정리되었고 고통의 한 가운데 있었던 당사자도 드디어 평화로운 시간을 맞게 되었습니다.
가만 생각해 보면 문제 그 자체를 통해서만이 아니라 어려운 사람을 대하는 주위 사람들의 태도에서도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전문가의 객관적인 분석이 가져다준 현실인식, 비록 전문가는 아니지만 상대의 처지를 헤아려 함께 가슴 아파해주는 공감의 힘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우리 속담에도 “남의 염병이 내 고뿔만 못하다”는 말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단 한마디의 위로나 공감 없이 저의 고민과 고통을 엄살 부리는 수준으로 받아들인 사회복지사 B는 제가 노인복지현장에서 어떤 태도로 어르신들을 대하고 섬겨야 하는지 돌아보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유경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