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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사람 김경란 아나운서

하얀 사람 김경란 아나운서

by 운영자 2013.02.27

전임기관장의 모친 부고를 듣고 찾아간 장례식장에서 조문을 마치고 난 후 전국에서 달려온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는 자리였다.

맨 안쪽 구석진 자리에 화장기 하나 없음에도 정말 주먹만한 얼굴에 인형 같은 미모의 아가씨가 앉아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조의를 표하기 위해 차려입은 수수한 검정색 옷차림임에도 결코 감춰지지 않는 미모를 가진 그녀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홍보대사 김경란 아나운서였다.

잘나가던 KBS 간판 아나운서 자리를 떨쳐버리고 나온 이유가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서라는 이야기를 전해 들으면서도 ‘설마’하는 마음이 들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곧 굵직한 프로그램 하나쯤 꿰차고 더욱 활발하게 활동하겠지 라는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그녀의 얼굴은 TV프로그램이 아닌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전국 각지의 사업장의 복지서비스가 제공되는 현장에서 찍힌 사진들과 전남의 현장에서 접할 수 있었다.

작년 여름 태풍 ‘볼라벤’으로 날아가버린 지역아동센터를 재건하는 현장에 수도권지역 자원봉사단체를 이끌고 내려와 세 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구슬땀을 흘려가며 건축폐기물을 정리하던 모습은 직원들마저 부끄럽게 만들만큼 성실함 그 자체였다.

아동폭력현황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다며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의 CAP(아동폭력예방교육)강사 양성 과정 3박4일간의 일정을 한 시간의 결강도 없이 완벽하게 소화해 내고 CAP 강사자격을 취득하기까지 했다.

며칠 전 TV채널을 돌리다 그녀의 모습을 발견했다.

토크프로그램에 프리선언을 한 다른 아나운서들과 함께 앉아있는 김경란 아나운서는 예능 감을 뽐내며 치고 들어오는 다른 이들에 비해 자신의 발언 기회마저 다른 사람들에게 밀리는 어수룩한 모습이었다.

그렇지만 프리선언과 함께 봉사활동을 하게 된 계기를 이야기하면서부터 대세는 그녀에게로 기울어짐이 확실해졌다.

지진으로 인해 죽음의 땅이 되어버린 아이티에서 아이들의 웃음을 보며 희망을 발견하게 된 것이 자신의 삶의 터닝포인트가 되었다는 그녀의 간증 같은 이야기들이 흘러나오는 동안은 다른 누구도 함부로 치고 들어올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숙연함이 느껴졌다.

자신을 하얀 사람이라고 부르며 커서 하얀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하는 까만 아이들의 순수함과 그 안에 내포된 희망을 전하는 그녀의 이야기.

김경란 아나운서가 현재 활동하고 있는 남수단에 꼭 한번 따라가겠다는 개그맨 유세윤의 진지한 다짐은 아마 TV를 시청하는 모든 분들의 마음속 동요의 대변이 아니었을까.

프로그램이 끝날 때까지 채널을 돌리지 못하고 그녀의 모습에 눈과 귀가 붙박인 채로 시청을 마치며 참 아름다운 홍보대사를 가진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인으로서 마음가짐을 새롭게 가다듬게 되었다.

아이돌 스타 부럽지 않은 진정성을 가진 진짜스타를 홍보대사로 두고 있음에 가슴 뿌듯함이 느껴지는 건 김경란 홍보대사뿐만 아니라 우리와 함께 해주시는 한분 한분의 모습이 진정 귀하기 때문이다.

전국후원회장 역할을 감당하시며 전국 곳곳의 후원회 결성을 위해 애써주시는, 이제는 너무 자주봬 마치 친할아버지를 뵙는 친근함이 느껴지는 최불암 후원회장님.

전국 각지로 나눔기부강연을 다니며 초록우산을 더욱 푸르게 만들어주시고 1년에 한번만이라도 초록우산 직원들에게 즐거운 여흥의 시간을 마련해 주시겠다며 직원수련회시마다 장기자랑 진행을 맡아주시는 이홍렬 홍보대사님.

언제 봐도 반가운 두 분의 모습은 오는 4월 여수에서 진행될 전국직원수련회에서 또 뵐 수 있을 것이다.

두 분을 포함해 우리와 함께 해주시는 탤런트 고두심님, 전광렬님, 염정아님, 공지영 작가…. 참 많은 분들이 우리와 그리고 아이들에게 힘이 되어주고 계신다.

그리고 또 이제 전남 동부지역에서 최불암, 김경란님 보다 더 영향력 있는 인지도와 아름다운 마음 씀씀이로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전남지역본부와 함께 하길 희망하는 후원회가 결성되고 있다.

지역사회 내 자신의 입지를 높이기 위한 이름과 물질뿐인 후원회가 아닌 아이들의 어려움을 실질적으로 해결하고 미래를 선도할 수 있는 진정성으로 똘똘 뭉친 선한 모임이 3월 12일 창단을 앞두고 있다.

흙 알갱이와 같은 한분 한분의 소액후원자로 구성된 탄탄한 토양이라는 기반 위에 그분들을 대표해 나무와 같은 모습으로 우뚝 솟을 여수후원회의 그늘을 통해 전남의 아이들이 더 편한 쉼과 미래를 키울 재목들을 제공 받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에 가슴이 벅차오른다.

<유순재>
어린이재단전남본부
사회복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