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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위로

어떤 위로

by 운영자 2013.03.06

다육식물에 대한 이야기야 이렇게 저렇게 접할 기회가 있었고, 다육식물을 키우는 모습을 지인을 통해 볼 기회도 있었지만, 선뜻 키울 마음을 갖지 못한 채 지내왔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다육식물을 키우게 되었습니다. 볼 일이 있어 나갔다가 일을 마치고 돌아서려다 보니 바로 옆에 다육식물을 키우는 화원이 있었던 것입니다.

마침 시간도 여유가 있어 구경을 할 겸 화원에 들렀습니다. 생각보다 넓은 화원에는 다양한 종류의 다육식물이 자라고 있었는데, 구경을 해도 괜찮겠냐는 말을 주인은 편하게 받아 주었습니다.

한 눈에도 초보임을 알아보았던지 화원을 한 바퀴 돌며 구경을 하는 동안 내내 곁에 서서 설명을 하여 주었습니다.

이름도 높이도 모양도 빛깔도 다양한 식물들의 모습이 신기했고,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함이 아름다웠습니다.

다육식물의 자생지는 대부분 강우량이 아주 적고 건조하며 낮과 밤의 기온차가 심한 사막지역이나 고산지대의 척박한 땅이라고 합니다. 그러기에 무엇보다도 생명력이 강하다고 합니다.

식물의 형태와 크기 등 생육특성이 서로 다른 것 또한 서로 다른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한 가장 적절한 모습으로 적응하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주인아주머니의 자세한 설명이 고마웠기도 했고, 온갖 악조건 속에서도 살아남는 식물이라면 게으르고 무심한 나도 키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한 바퀴 돌며 마음에 들었던 식물 하나를 사기로 했습니다.

생김새의 형태가 동양화의 사군자를 닮았다 싶은 특미인이라는 이름을 가진 식물이었습니다. 늘어지고 휘어진 몇 개의 줄기와 그 끝에 달린 통통한 잎들이 마치 매화꽃이 핀 것처럼 보였습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가져왔는데 문제가 생기고 말았습니다. 집으로 가져올 때까지는 괜찮았는데, 사무실로 옮기던 중 그만 가장 굵은 줄기 끝의 잎이 댕강 잘리고 만 것이었습니다.

이런! 부러진 모습이 마치 팔목이 잘린 것처럼 영 어색했습니다. 속이 상했지만 그날 화원 아주머니에게 들은 이야기가 생각나 부러진 부분을 버리지 않고 화분 한 쪽에 올려두었습니다.

곁에 두고 바라볼 때마다 속상한 마음이었는데, 어느 날 보니 그게 아니었습니다. 화분에 올려놓은 잎에서 붉은빛 윤기가 나는 뿌리가 실처럼 번져가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스스로 뿌리를 내리며 살기 시작한 것이었습니다. 마음이 설레였는데 그것만이 아니었습니다. 잎을 잃은 줄기 끝 꼬물꼬물 좁쌀만한 것들이 매달리기 시작했습니다.

크기는 작았지만 분명 같은 형태의 잎들이었습니다.

빠진 손톱 다시 돋아나듯 잃어버린 모습을 회복하는 것이었습니다.

새롭게 돋아난 뿌리와 잎은 제게 말을 합니다. 아무리 큰 실패와 아픔을 겪었다 할지라도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고, 얼마든지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말이지요.

<한희철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