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색내기 효도관광
생색내기 효도관광
by 운영자 2013.03.15
짧은 일정에 긴 여정이었다. 지난달 일본 관서지방의 오사카성과 도톰보리, 교토의 청수사, 나라의 동대사, 고베의 메리켄 파크 등을 둘러본 뒤 밤배를 타고 큐슈지방으로 이동했다.
후쿠오카 남항에서 출항하여 유후인 신모지항까지 12시간 걸린 1900톤급 크루즈다. 아카시해협에 접어들자 세계에서 가장 길다는 ‘아카시해협대교’가 위용을 뽐낸다. 고베와 아와지를 잇는 3911m의 현수교다.
900명이 승선할 수 있다는 크루즈는 특등실서 일반실까지 다양하다. TV와 유카다, 슬리퍼가 가지런히 놓여 있는 4인실 2층 침대칸을 이용했다. 약간의 소음과 진동은 느끼지만 요람으로 생각하니 편하다.
‘일본 음식은 눈으로 먹는다’는 뷔페식 저녁도 푸짐하다. 노란 다꾸앙과 초록색 물 다시마처럼 색의 조화가 도드라지고, 싱싱한 야채와 유부, 사시미와 미소가 맛깔스럽다. 난생 처음 배 안에서 목욕탕 이용도 이색적이다.
휴게실로 자리를 옮겨 밤바다를 바라보며 상큼하고 알싸한 아사이 생맥주와 한국서 가져간 소주를 마시며 여행의 여유를 누린다. 칠순의 패키지 관광객이 무료한 듯 주변을 서성거린다.
술이 몹시 고파 보이기에 “한 잔 하시겠느냐”고 묻자 망설임도 없이 “고맙다”며 자리에 앉는다.
충청도에서 과수농사를 짓고 있다는 그분은 아내와 아들 내외, 딸과 사위와 함께 왔다고 한다. “드시고 싶으면 식당에서도 술을 팔았고, 매점과 자판기에도 있는데 술을 사드시지 그러느냐고” 묻자, “가족들이 여행 중에 술을 마시지 말라고 해 참지만 재미가 없다”고 한다.
건강을 챙겨드리고 혹 실수라도 할까 염려스러워 금주령(?)을 내린지는 모르겠으나 마시는 즐거움을 차압당해 씁쓸해 보인다. 그러면서도 “중국 장가계와 계림도 가족과 다녀왔다”고 하는 걸 보니 자식은 생색내기용 효도관광이고 본인은 자랑용 해외여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큐슈지방 벳부는 어디든 땅을 파면 온천수가 콸콸 쏟아질 것처럼 하얀 수증기가 도시 곳곳에 뿌옇게 뿜어져 나온다.
펄펄 끓는 분화구를 가까이서 본 아소 활화산에서 지구의 에너지를 느꼈다. 메이지시대 전통가옥이 즐비한 유후인은 시간이 멈춘 듯 고즈넉하여 수채화처럼 아름답다.
학문의 신으로 존경받는 ‘스가와라 미치자네’를 모신 후쿠오카의 ‘다자이후 텐만구’의 매화는 화사한 꽃망울을 터트렸다.
후쿠오카 도심 ‘캐널시티’는 170여 개 점포가 들어선 복합문화공간으로 패키지 관광객들을 풀어 놓는 쇼핑 명소다. 여성관광객들은 신바람이지만 동행한 남편들은 고역이라는 표정이 역력하다.
1층 로비에 앉아 쉬는데 칠순의 어른신이 다가와 흡연 장소를 묻기에 안내했다.
2박3일 큐슈지방 패키지 관광객으로 후쿠오카에 도착하자 맥주공장을 둘러본 뒤 쇼핑센터에 안내했다며 불만을 털어 놓는다.
대구에서 손자 등 열 세 명의 대가족이 함께 왔다는 그분 역시 “작년에 캄보디아를 다녀왔다”고 자랑하면서도 “이곳에 올 경비면 동해안을 돌며 회와 술을 맘 놓고 먹을 수 있는데…”라며 불편함을 토로한다.
<이규섭 시인>
후쿠오카 남항에서 출항하여 유후인 신모지항까지 12시간 걸린 1900톤급 크루즈다. 아카시해협에 접어들자 세계에서 가장 길다는 ‘아카시해협대교’가 위용을 뽐낸다. 고베와 아와지를 잇는 3911m의 현수교다.
900명이 승선할 수 있다는 크루즈는 특등실서 일반실까지 다양하다. TV와 유카다, 슬리퍼가 가지런히 놓여 있는 4인실 2층 침대칸을 이용했다. 약간의 소음과 진동은 느끼지만 요람으로 생각하니 편하다.
‘일본 음식은 눈으로 먹는다’는 뷔페식 저녁도 푸짐하다. 노란 다꾸앙과 초록색 물 다시마처럼 색의 조화가 도드라지고, 싱싱한 야채와 유부, 사시미와 미소가 맛깔스럽다. 난생 처음 배 안에서 목욕탕 이용도 이색적이다.
휴게실로 자리를 옮겨 밤바다를 바라보며 상큼하고 알싸한 아사이 생맥주와 한국서 가져간 소주를 마시며 여행의 여유를 누린다. 칠순의 패키지 관광객이 무료한 듯 주변을 서성거린다.
술이 몹시 고파 보이기에 “한 잔 하시겠느냐”고 묻자 망설임도 없이 “고맙다”며 자리에 앉는다.
충청도에서 과수농사를 짓고 있다는 그분은 아내와 아들 내외, 딸과 사위와 함께 왔다고 한다. “드시고 싶으면 식당에서도 술을 팔았고, 매점과 자판기에도 있는데 술을 사드시지 그러느냐고” 묻자, “가족들이 여행 중에 술을 마시지 말라고 해 참지만 재미가 없다”고 한다.
건강을 챙겨드리고 혹 실수라도 할까 염려스러워 금주령(?)을 내린지는 모르겠으나 마시는 즐거움을 차압당해 씁쓸해 보인다. 그러면서도 “중국 장가계와 계림도 가족과 다녀왔다”고 하는 걸 보니 자식은 생색내기용 효도관광이고 본인은 자랑용 해외여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큐슈지방 벳부는 어디든 땅을 파면 온천수가 콸콸 쏟아질 것처럼 하얀 수증기가 도시 곳곳에 뿌옇게 뿜어져 나온다.
펄펄 끓는 분화구를 가까이서 본 아소 활화산에서 지구의 에너지를 느꼈다. 메이지시대 전통가옥이 즐비한 유후인은 시간이 멈춘 듯 고즈넉하여 수채화처럼 아름답다.
학문의 신으로 존경받는 ‘스가와라 미치자네’를 모신 후쿠오카의 ‘다자이후 텐만구’의 매화는 화사한 꽃망울을 터트렸다.
후쿠오카 도심 ‘캐널시티’는 170여 개 점포가 들어선 복합문화공간으로 패키지 관광객들을 풀어 놓는 쇼핑 명소다. 여성관광객들은 신바람이지만 동행한 남편들은 고역이라는 표정이 역력하다.
1층 로비에 앉아 쉬는데 칠순의 어른신이 다가와 흡연 장소를 묻기에 안내했다.
2박3일 큐슈지방 패키지 관광객으로 후쿠오카에 도착하자 맥주공장을 둘러본 뒤 쇼핑센터에 안내했다며 불만을 털어 놓는다.
대구에서 손자 등 열 세 명의 대가족이 함께 왔다는 그분 역시 “작년에 캄보디아를 다녀왔다”고 자랑하면서도 “이곳에 올 경비면 동해안을 돌며 회와 술을 맘 놓고 먹을 수 있는데…”라며 불편함을 토로한다.
<이규섭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