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나 봅니다.
봄이 오나 봅니다.
by 운영자 2013.03.21
진현자
·전남대학교 일반대학원 특수교육학과(언어) 박사 수료
·전)전남대, 제일대학, 청암대학 객원교수
·현)우석어린이집 원장
물오른 나뭇가지에 봄빛 고운 햇살 받아 새순처럼 세상과 처음 만나는 생태도시 순천의 장애 영유아의 요람 우석어린이집 앞산에도 봄기운이 가득하고 운동장 옆 앙상했던 목련나무에도 꽃봉오리가 맺혔습니다.
아침저녁 한기가 느껴질 만큼 겨울의 기세가 완전히 꺾이진 않았지만 귀를 기울이면 겨울바람을 가르며 숨 가쁘게 달려오는 봄의 발자욱 소리가 들릴 듯 봄이 가까이에 와 있음을 느낍니다.
겨우내 차가운 날씨 탓에 바깥 활동이 뜸했던 아이들이 모처럼 따사로운 봄 햇살을 받으며 트램펄린에서 신나게 뛰어놀고 있습니다.
왁자한 소리와 함께 봄꽃처럼 환한 아이들의 모습이 눈이 부실만큼 아름답다고 느껴지는 순간 벅차오르는 감동에 가슴이 먹먹해 왔습니다.
‘행복하다.’
아이들의 순수함은 늘 그렇게 저를 감동시키고 눈물나게 합니다.
어눌하지만 진심을 담은 몇 마디의 말, 미미하지만 아이들이 스스로 만들어 내는 작은 변화들, 말로 표현하진 못하지만 얼굴 가득 환하게 번지는 미소와 반짝이는 눈빛으로 아이들은 제게 살아있음의 감동과 눈물 나도록 아름다운 아이들의 세계를 매일매일 보여줍니다.
순천에서 유일한 장애전문 어린이집인 우석어린이집에는 60여명의 사랑스럽고 예쁜 아이들이 있습니다.
자폐성, 지적, 뇌병변, 청각장애 등 다양한 장애유형을 가진 아이들과 장애가 없는 비장애 아동 등 60여명의 천사처럼 맑고 예쁜 아이들 곁에는 특수교사, 보육교사, 치료사 선생님들이 아이들과 눈을 맞추고 아동들의 장애정도와 개별적 특성에 맞는 개별화교육 및 언어치료, 물리치료, 작업치료 감각통합 등 개개인에게 필요한 교육과 치료를 연계한 아이들에게 맞는 프로그램이 지원됩니다.
비장애아동에 비해 속도는 느리지만 그렇다고 조급해하거나 조바심을 내진 않습니다.
아이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어려운 일을 하나씩 극복해가고 그 성취감을 통해 기쁨을 알아갈 수 있도록 지켜보고 기다려 주는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하고 의미 있는 교육임을 알기 때문입니다.
힘겹게 내딛는 한 발자국, 몸짓으로 표현했던 소리를 입을 통해 언어라는 의사표현 방식을 배우고, 손을 뻗어 원하는 물체를 집어 올리고, 음식을 ○○○거나 삼키는 것에서 기본적인 생활습관에 이르기까지 우리 아이들이 수행해 내는 일들은 비장애인들이 보기에는 평범하다 못해 지나쳐버릴 수 있는 사소한 것들이지만 우리 아이들은 그 경험을 통해 자신의 존재의 의미와 성취의 기쁨을 배우며 조금씩 자랍니다.
우석어린이집의 아이들은 조금은 느리게 그리고 천천히 자랍니다.
개개인의 능력이 뛰어나든 미약하든 간에 인간은 자신만의 삶의 존재 이유를 지니고 있듯이 장애를 가진 우리 아이들도 비장애아동에 비해 속도는 느리지만 때로는 비장애인과 같은 방식으로 또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살아가는 아이들입니다.
비장애인의 방식만이 정상적이고 바람직하다고 보는 것이 편견이지 않을까요? 우리 장애 아이들이 일반아동에 비해 소수이기에 장애 아이들의 방식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는 것이 편견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잠시 가져봅니다. 자폐 아이는 자폐 아이들이 살아가는 방식이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아이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는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 사람들은 정상적인 삶을 살아갈 수 없는 존재, 스스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존재라는 장애아에 대한 그릇된 편견과 인식의 틀 안에 그들을 가둬놓고 생각합니다.
이제 우리들의 인식과 편견의 틀에 갇혀 있는 장애아동들을 일상생활로 이끌어내야 하는 것은 장애 아동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비장애인 모두의 몫입니다.
일방적으로 도움을 주고 돌봐줘야 할 대상이 아니라 동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공동체의 일원이며 함께 호흡하고 살아가야 하는 동등한 인격체로서 인정해줘야 할 대상이기 때문입니다.
「‘ㅇㅇ이가 우리에게 겸손을 가르치고 삶에 의지를 가르치고, 그리고 작은 것 하나에도 고마워할 줄 아는 것을 가르쳐준다고 생각합니다. 희망을 안고 살게 해주는 우리 아이들. 세상 그 어느 누구도 부럽지 않은 우리 예쁜 새끼들. 비록 오늘이 힘들지라도….’」 - 다음 카페 우석 부모님 글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