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자축 여행
생일 자축 여행
by 운영자 2013.03.28
사흘 전에 생일이 지나갔습니다. 생일을 앞둔 주말, 큰맘 먹고 남편의 근무지인 제주도로 떠났습니다.
이제껏 밤에 아이들만 두고 밖에서 잔 적이 없던 터라 걱정이 되었지만, 대학생 둘이 집을 못 지킬 것도 없겠다 싶어 용기를 냈습니다.
근심 걱정 많은 성격에 아이들만 남겨두고 2박3일 여행 계획을 세운 것만도 대단한 발전입니다.
휴가를 내기 어려웠던 남편과는 퇴근 후 만나기로 하고 우선은 송악산에서 산방산 사이의 ‘사계해변’을 혼자 걷습니다.
바람이 많이 불긴 했지만 맑고 푸른 바다와 화사하게 봄빛을 발하는 노란 유채꽃 덕분에 눈이 즐겁고 가슴이 시원해집니다. 삼삼오오 걷는 올레꾼들 덕에 한적한 바닷길이 쓸쓸하기는커녕 사람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다음날은 토요일, 모처럼 아이들 없이 부부 둘만 간편하게 차려입고 길을 나섰습니다.
배를 타고 섬 속의 섬으로 불리는 ‘우도’로 들어가 한나절을 보내기로 합니다. 등대가 있는 언덕과 검은 모래 해안, 음악회가 열린다는 커다란 동굴, 하얀 모래 해변을 천천히 걸으며 구경합니다.
주말부부로 서울과 제주에서 각기 바쁘게 살아가는 일상을 잠시 뒤로 하니 모처럼 여유가 생겨 이야깃거리도 풍성해집니다.
이어서 꼭 한 번 가보고 싶었던 ‘용눈이 오름’으로 향합니다. ‘오름’이란 제주도에 있는 기생화산을 이르는 말인데, 남편에게는 휴식을 권하며 혼자 오르기로 합니다.
아이들도 두고 떠나온 길, 사계해변에서처럼 잠시 혼자 걷고 싶었습니다. 가파르게 이어지나 싶으면 어느 새 내리막이고 내려가는가 하면 또 다시 길이 휘어지며 위로 향합니다.
아래쪽에서 봤을 때는 그냥 둥그런 동산 같지만 오르고 보니 마른 풀 덮인 분화구가 이러 저리 굽이치는 것이 신비하고 아름답습니다.
54세 생일. 결혼 22년. 두 아이의 엄마. 제가 걸어온 길도 이렇듯 오르막인가 하면 내려가고 계속 내려가나 싶으면 다시 또 올라가는 일의 반복이었을 겁니다.
멀리 꼭대기를 바라보면 저기까지 언제 다 올라가나 한숨이 나오면서 그만 돌아서서 내려갈까 싶다가도, 그냥 한 발 한 발 내딛다보니 어느 새 꼭대기에 다다른 것처럼 매일 매일 걷다보니 지금 여기에 와있습니다. 곁에서 남편과 두 아이가 함께 걷는 동무가 되어주었습니다.
짧은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엄마 눈길에서 벗어나 즐거웠던지 두 아이 얼굴이 환합니다.
아무 걱정 말고 다음에 또 가라는 아이들의 속마음이야 어찌되었든 편안하고 즐거운 여행이었습니다.
일상으로 돌아온 저는 내일도 제게 주어진 시간을 여전히 오늘처럼 걷고 있겠지요.
<유경 작가>
이제껏 밤에 아이들만 두고 밖에서 잔 적이 없던 터라 걱정이 되었지만, 대학생 둘이 집을 못 지킬 것도 없겠다 싶어 용기를 냈습니다.
근심 걱정 많은 성격에 아이들만 남겨두고 2박3일 여행 계획을 세운 것만도 대단한 발전입니다.
휴가를 내기 어려웠던 남편과는 퇴근 후 만나기로 하고 우선은 송악산에서 산방산 사이의 ‘사계해변’을 혼자 걷습니다.
바람이 많이 불긴 했지만 맑고 푸른 바다와 화사하게 봄빛을 발하는 노란 유채꽃 덕분에 눈이 즐겁고 가슴이 시원해집니다. 삼삼오오 걷는 올레꾼들 덕에 한적한 바닷길이 쓸쓸하기는커녕 사람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다음날은 토요일, 모처럼 아이들 없이 부부 둘만 간편하게 차려입고 길을 나섰습니다.
배를 타고 섬 속의 섬으로 불리는 ‘우도’로 들어가 한나절을 보내기로 합니다. 등대가 있는 언덕과 검은 모래 해안, 음악회가 열린다는 커다란 동굴, 하얀 모래 해변을 천천히 걸으며 구경합니다.
주말부부로 서울과 제주에서 각기 바쁘게 살아가는 일상을 잠시 뒤로 하니 모처럼 여유가 생겨 이야깃거리도 풍성해집니다.
이어서 꼭 한 번 가보고 싶었던 ‘용눈이 오름’으로 향합니다. ‘오름’이란 제주도에 있는 기생화산을 이르는 말인데, 남편에게는 휴식을 권하며 혼자 오르기로 합니다.
아이들도 두고 떠나온 길, 사계해변에서처럼 잠시 혼자 걷고 싶었습니다. 가파르게 이어지나 싶으면 어느 새 내리막이고 내려가는가 하면 또 다시 길이 휘어지며 위로 향합니다.
아래쪽에서 봤을 때는 그냥 둥그런 동산 같지만 오르고 보니 마른 풀 덮인 분화구가 이러 저리 굽이치는 것이 신비하고 아름답습니다.
54세 생일. 결혼 22년. 두 아이의 엄마. 제가 걸어온 길도 이렇듯 오르막인가 하면 내려가고 계속 내려가나 싶으면 다시 또 올라가는 일의 반복이었을 겁니다.
멀리 꼭대기를 바라보면 저기까지 언제 다 올라가나 한숨이 나오면서 그만 돌아서서 내려갈까 싶다가도, 그냥 한 발 한 발 내딛다보니 어느 새 꼭대기에 다다른 것처럼 매일 매일 걷다보니 지금 여기에 와있습니다. 곁에서 남편과 두 아이가 함께 걷는 동무가 되어주었습니다.
짧은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엄마 눈길에서 벗어나 즐거웠던지 두 아이 얼굴이 환합니다.
아무 걱정 말고 다음에 또 가라는 아이들의 속마음이야 어찌되었든 편안하고 즐거운 여행이었습니다.
일상으로 돌아온 저는 내일도 제게 주어진 시간을 여전히 오늘처럼 걷고 있겠지요.
<유경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