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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로 푸는 수학

이야기로 푸는 수학

by 운영자 2013.03.29

올해부터 전국 초등학교 1·2학년과 중학교 1학년에 ‘스토리텔링’ 방식을 적용한 수학교과서가 도입된 것도 딱딱한 수학에 말랑말랑한 흥미를 불어 넣기 위해서다. 이야기하듯 수학적 개념을 가르친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두 재단사가 임금님의 팔 길이를 각자 손 뼘으로 재서 옷을 만들었더니 양쪽 소매의 길이가 달랐습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요?(초등 2학년 1학기 수학)” 같은 일화로 ㎝ 등 보편 단위의 개념과 길이 측정의 원리를 가르치는 식이다.

중1 교과서도 함수와 기초 통계 등 교과 내용이 실제 일상생활에서 어떻게 쓰이는지를 소개하는 일화를 전면에 배치하고 창의적인 문제풀이를 한다.

2014년에는 초등 3∼4학년, 2015년에는 초등 5∼6학년까지 순차적으로 적용된다는 것. 아무리 글로벌 시대라지만 ‘스토리텔링 수학’이란 용어는 좀 거슬린다.

‘이야기로 푸는 수학’, ‘개념 쏙쏙 이야기 수학’이란 우리말을 쓰는 게 더 친근하고 효과적이지 않을까?

스토리텔링 수학은 기존 수학 공교육이 공식암기와 문제풀이 위주여서 창의력과 사고력을 갖춘 인재를 키우기는커녕 학년이 올라 갈수록 수학을 포기하는 학생을 양산한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

지난해 한국 고교생들은 100개국 500여 명의 영재가 참가한 국제수학올림피아드(IMO)에서 첫 종합 1위의 영예를 차지했다.

문제는 공식을 암기해 짧은 시간에 많은 문제를 기계적으로 푸는 능력은 뛰어나지만 논리적 사고와 창의력을 요구하는 수학에는 약하다는 것이 국제비교연구(TIMSS)기관의 평가다.

새 학기를 앞두고 부랴부랴 교사들을 상대로 교과용 도서 연수를 시작하는 시행착오를 겪다보니 그 틈새를 사설학원이 잽싸게 파고들었다.

스토리텔링 수학 지도교사 양성과정을 운영하는 업체도 생겼다. 학원에서 풀이 법을 미리 배운 학생은 교실에서 흥미를 잃게 마련이고 자신의 힘으로 사고하고 추론할 기회를 박탈당하는 역효과가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사설학원에 의존하려는 학부모만 탓 할 것은 아니다. 엄마야 말로 내 아이를 가장 잘 아는 훌륭한 선생님이지만 초등학교 과정만 넘어서면 문제의 난이도를 감당하기 어렵다.

정시모집은 줄고 수시모집이 늘어난 대입도 워낙 복잡하니 “학교 공부만 열심히 하라”고 다그칠 수 없는 게 자녀교육의 현주소다.

<이규섭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