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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사와 살구나무

황사와 살구나무

by 운영자 2013.04.08

황사의 계절이다. 황사는 중국 북부 고비사막과 타클라마칸 사막, 황하 상류지대의 흙먼지가 강한 상승기류를 타고 3000∼5000m 상공으로 올라가 초속 30m 정도의 편서풍을 타고 우리나라까지 날아오는 현상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부르는 황사는 일제강점기부터 사용하는 용어이다.

그래서 조선왕조실록에는 황사 용어가 등장하지 않는다. 일제강점기 이전에는 황사를 '흙이 비처럼 떨어진다'는 뜻의 ‘우토(雨土)’, 혹은 ‘토우(土雨)’라 적고 '흙비'라 불렀다.

「조선왕조실록」에서 토우에 관한 최초의 기록은 태종(太宗) 6년(1406) 동북면 단주에 14일 동안 흙비가 내렸다는 기사이다. 이처럼 황사는 우리나라에서 오래전부터 봄철에 겪어야 하는 현상 중 하나이다.

중국에서 발생하는 황사는 역사적으로 이해해야만 해결방법도 찾을 수 있다. 황사의 가장 중요한 요인은 숲의 제거이다.

중국 황토고원의 경우 은나라 시대에는 80%이상이 숲이었다. 그러나 인구의 증가, 농지 개발 등으로 울창한 숲은 사라졌다.

중국의 황사 현상은 오랜 기간 동안 인간이 숲을 제거하면서 발생한 것이다. 황사의 원인이 숲의 제거였다면 황사 문제의 해결 방법도 숲일 수밖에 없다.

현재 중국에서 황사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황토고원을 비롯한 곳곳에 숲을 조성하고 있지만, 숲이 하루아침에 사라지지 않았듯이, 숲도 결코 하루아침에 조성할 수 없다.

그런데 숲을 제거하는 것보다 숲을 조성하는 것이 훨씬 어렵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나무는 순식간에 밸 수 있지만, 나무가 자라는 데는 엄청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중국이 황토고원에 심고 있는 나무 중 하나는 살구나무이다. 장미과의 살구나무는 중국 명대 이시진의「본초강목」에도 ‘행’을 살구나무로 번역한 경우도 있지만 은행나무로 번역한 경우도 있다.

중국에서 ‘행’은 분명히 살구나무지만, 우리나라에 따르면 ‘개를 죽인다’는 뜻이다.

살구나무는 「논어」에는 등장하지 않지만, 공자가 제자를 가르친 ‘행단(杏壇)’으로 유명한 나무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살구나무를 의미하는 ‘행’을 살구나무 외에 은행나무로 이해한다.

국사편찬위원회 홈페이지에 등록된 「조선왕조실록」에도 ‘행’을 살구나무로 번역한 경우도 있지만 은행나무로 번역한 경우도 있다. 중국에서 ‘행’은 분명히 살구나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소위 격의과정에서 은행으로 이해하는 경우도 있다. 황토고원에 살구나무를 심은 것은 건조한 곳에서도 잘 살기 때문이다.

살구나무의 꽃은 고향과 낭만의 상징이다. 홍난파 작곡, 이원수 작사의 「고향의 봄」에도 ‘행’을 살구나무로 번역한 경우도 있지만 은행나무로 번역한 경우도 있다.

중국에서 ‘행’은 분명히 살구나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살구꽃이 고향을, 중국 당나라 두목의 「청명」 시에서는 ‘술집’의 상징으로 등장한다.

특히 살구꽃이 피는 마을, 즉 행화촌을 ‘술집’이라 부르는 이유도 두목의 시 덕분이다.

「성경」에도 등장하는 살구나무는 사악한 기운을 물리치는 벽사의 나무이다. 살구나무로 만든 지팡이를 짚고 다니면 호랑이도 물리칠 수 있었다.

살구나무는 매화와 비슷한 시기에 꽃이 피고, 열매도 닮아서 구별하기 어렵다. 그래서 간혹 살구열매를 매실로 착각한다. 살구의 열매를 ‘행인(杏仁)’이라 부른다.

공자의 사상을 대표하는 인이 바로 씨앗을 의미한다. 씨앗은 생명을 만드는 종자이다. 인은 사람의 몸에 있는 착한 성품과 같다. 착한 성품을 실현하는 것이 바로 삶의 목적이다.

착한 성품을 밖으로 드러내기만 하면 이 세상은 살구꽃처럼 아름답다.

<강판권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