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외모로 그 사람의 모든 것을 평가할 수 없다

외모로 그 사람의 모든 것을 평가할 수 없다

by 운영자 2013.04.16

중국 당나라 때, 마조(709~788)라는 유명한 스님이 있었다. 마조가 출가한지 얼마 안되어 스승 곁에 머물며 수행을 시작할 때이다. 어느 날 제자(마조)가 다리를 꼬고 좌선을 하고 있는데, 스승이 와서 물었다.

“그대는 지금 왜 좌선(坐禪, 다리를 꼬고 참선하는
형태)을 하고 있는가?”
“부처가 되려고 합니다.”
스승이 기왓장 하나를 집어 들어 기와를 돌 위에
올려두고 갈기 시작했다.
“스승님, 지금 무엇을 하십니까?”
“기와를 갈아서 거울을 만들려고 한다.”
“기와를 갈아서 어찌 거울을 만듭니까?”
“그렇다면 자네가 지금 좌선을 하고 있는데,
어떻게 앉아서 좌선하는 것만으로 부처가 될 수
있겠는가?”
“스승님,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소가 수레를 끌고 가는데 수레가 만일 나가지
않는다면, 그대는 수레를 채찍질해야 하는가?
아니면 소를 채찍질해야 하는가?”

인용문이 조금 길지만, 독자들에게 유익한 내용이어서 그대로 옮겨왔다. 마지막 줄에 언급한 ‘수레가 나가지 않는다면 어디에 채찍질을 할 것인가?’에 독자들은 잠시 생각해보라. 10년간 수레를 채찍질해도 그 수레는 절대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인간은 정신과 육체로 이루어진 존재이다. 육체에 소중한 영혼인 정신세계가 있어야 온전한 인간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자동차가 한 대 있다고 가정해보자.

자동차는 겉모양도 좋고, 성능도 매우 뛰어나며, 기름도 가득 주유되어 있다. 그런데 이 자동차를 주차해 놓고 몇 년간 운행하지 않는다면, 쓸모가 없는 물건이다.

즉 자동차를 운전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차가 굴러가듯 소를 때려야 수레가 굴러갈 수 있다.

오래전 인터넷에서 외모지상주의 문제로 심각한 논쟁이 있었다. 어떤 사람이 방송에서 ‘남자 키가 180이 넘어야 루저(loser)가 아니라는 등…’ 발언이 발단이 되었다.

신장은 어느 정도 유전적인데, 키가 작다고 해서 실패자라는 말을 하는 사람이 문제 있다고 생각된다. ‘체중이 조금 높다며 자기관리를 하지 않는다’는 말도 실례되는 말이건만, 신장을 가지고 루저라고 한다는 것은 매우 씁쓰레한 일이다.

미국의 역대 대통령 중에 가장 인기 많은 프랭클린 루주벨트 대통령은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장애인이었고, 중국의 덩샤오핑은 키가 152cm, 나폴레옹은 157cm이다. 이런 단신의 영웅들을 역사에서는 루저라고 하지 않는다.

어찌 외모로만 그 사람의 모든 것을 평가할 수 있으랴! 온전한 신체도 중요하지만, 그 사람을 움직이도록 만드는 정신세계, 마음을 살찌우는 일도 중요하다고 본다.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외모보다는 한 사람을 이끌어가는 정신세계가 더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심성으로 그 사람을 평가하고, 마음가짐으로 그 사람을 바라보는 시각을 가져보자.

<정운 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