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의 마술
거리의 마술
by 운영자 2013.04.17
문덕근
·전라남도자연학습장 관리소장
어느 먼 외딴섬 바닷가에 어린 숭어 한 마리가 살고 있었다. 엄마 숭어는 어린 숭어에게 거리(距離)의 마술(魔術)에 대해 거듭거듭 이야기해 주었지만 어린 숭어는 그 이치를 깨우치지 못했다.
어린 숭어는 수평선 저쪽나라에 즐거움이 가득한 천국이 있을 거라는 상상을 키워갔다. 그러던 끝에 어린 숭어는 큰 결심을 하고 수평선 저쪽나라를 향해 길을 떠났다. 엄마 몰래 출발한 여행길이었다.
마침내, 숭어는 가도 가도 가까워 지지 않는 수평선 저쪽 나라에 대해 의심을 품게 되었다.‘차라리 집으로 되돌아갈까?, 다시 돌아가면 다른 형제들보다 엄마를 더 위해드릴 거야’ 숭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어린 숭어는 저쪽 편으로 부터 젊은 다랑어 한 마리가 힘차게 헤엄쳐 오는 것을 발견했다. 젊은 다랑어의 눈은 어린 숭어가 처음 집을 떠날 때와 같은 희망의 빛이 넘치고 있었다.
“당신은 어디서 오시는 길인가요?”
어린 숭어가 묻자 다랑어가 대답했다.
“해 뜨는 동쪽 나라에서 출발해 오는 중이야, 벌써 여섯 달째야.”
“어디로 가는데요?”
“해가 지는 서쪽 나라로요.”
“왜 서쪽 나라로 가는 건가요?”
“그곳이 아름답고 신비로워 보이기 때문이지. 거기엔 틀림없이 천국 같은 세상이 있을 거야.”
“아아!”
어린 숭어가 부르짖었다.
“그렇다면 동쪽 끝에 있는 나라가 천국이 아니라는 거군요?”
“너도 천국을 찾고 있니? 넌 어디서 출발했는데?”
어린 숭어가 한숨지었다.
“저는 서쪽 나라 끝에서 출발했어요. 동쪽 나라 끝에 천국이 있을 것 같아 그 곳으로 가던 길이었어요.”
어린 숭어와 다랑어는 자신들이 찾는 천국이 어디에 있는지를 안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곳, 당연하다고 여겨 소중하게 바라보는 눈길을 거둔 가까이 있는 동료와 친구들을 소중히 바라보는 마음을 가르쳐 준다.
따라서 이 우화(寓話)는 사람이 가까운 것의 소중함을 모르기 쉽다는 이치를 가르쳐 주며, 인간이 취해야 할 마음의 자세를 제시하고 있다.
시골 사람들은 서울을 동경하고, 도시 생활에 지친 사람들은 시골을 그리워한다.
또한 자신 직업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다른 직업의 사람들을 동경하여 떠날 기회만을 노리고 있는 경우도 있다.
시골에서 부모를 모시고 사는 자녀보다는 멀리 떨어져 있는 자녀에게 큰 기대를 걸고, 희망과 꿈을 갖고 대하는 시골 어른들을 본다. 직장에서도 날마다 대하는 동료를 소중하게 대하지 않고 말과 행동을 함부로 하는 경우를 볼 때, 톨스토이의 ‘Here & Now’의 가르침이 실천 되지 않는 교육의 부재를 보게 된다.
우리 속담에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라는 말이 있는데, 서양에도 유사하게 ‘남의 잔디밭은 더 푸르게 보인다.’라는 말이 있는 것을 보면, 동·서양인 모두가 이미 가진 것보다는 갖지 못한 것에 대해 마음이 떠 쏠린다는 것을 실증하고 있는 것 같다.
남의 떡이나 잔디밭은 나로부터 떨어져 있다. 나와 남 사이에는 거리가 있다. 가까운 것보다는 먼 것이 더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은 그 사물 자체의 우열 때문이 아니라 거리 때문이다.
인간의 심리란 참으로 묘한 게 있다. 가만히 있어도 자꾸 비교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이렇게 비교를 하다 보면 멀리 있는 잔디가 더 푸르게 보인다.
잔디밭에 앉기 위해 자리를 고를 때 잔디가 푸르게 보여서 가까이 가보면 드문드문 빈틈이 많음을 볼 수 있다. 여기 저기 한참을 둘러보다가 대충 앉았던 경험이 분명 있으리라.
멀리 있는 잔디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다른 사람과 비교를 하다 보면 남의 떡이 더 커 보이는 경우로써 부정적인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부동산이 그렇다. 전국의 집값이 들썩거리고 있지만 부동산으로 만족해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한다. 지방에 있는 사람들은 서울에 대한 피해의식이 강하다.
서울에 사는 사람들은 강남과 강북으로 나누어진다. 서울 강북에 있는 사람은 강남의 부동산을 비교하며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낀다.
강남의 아파트 값은 자고나면 뛰어오르는 것 같은데 강북은 거북이 걸음이다. 그러면 강남사람은 행복한가? 작은 평수에 있는 사람은 큰 평수에 사는 사람을 부러워한다.
어디에 살든 자신이 스스로 만족하지 않는 한 자신의 삶에 만족해하는 사람을 만나는 게 쉽지 않다.
우리가 천국이라 여기는 하늘나라 또한 지구와 다를 바 없는 곳일 수도 있다.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과 사물을 소중히 하는 마음과 행동이 우리 교육에 반드시 필요하다.
하루에 한 번이라도 서로 교직원을 소중히 하고 칭찬하는 학교 문화를 만들고 실천하자.
‘잡은 물고기에게는 먹이를 주지 않는다.’는 우(愚)를 범하지 않는 마음가짐이야말로 확실히 우리를 힘차게 이끌어 줄 희망이며, ‘지금, 여기를 잡는 마음 자세’야말로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지름길이다.
마지막으로 ‘나는 나만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함석헌의 말씀을 가정, 직장에서 음미하고 실천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