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간’으로 바꿔주세요
‘서울간’으로 바꿔주세요
by 운영자 2013.04.19
간을 비유한 우리말이 유난히 많은 것은 감정과 연관성이 많은 탓이다. 플라톤이 ‘간은 노여움, 질투, 탐욕 같은 어두운 인간 감정이 움트는 곳’이라고 했듯이 간은 감정에 가장 민감한 장기(臟器)이다.
잔득 겁을 먹거나 몹시 두려워질 때 “간이 콩알만 해 진다”고 한다. 배짱이 크다 못해 무모한 행동을 하면 ‘간이 부었다’하고, 늙어가면서 마누라 눈치 살피지 않으면 ‘간 큰 남자’라고 우스개를 한다.
몹시 초조하고 안타까우면 ‘애간장을 태우는 것’이고, 사무치도록 그리우면 ‘애간장을 녹이는 것’이다.
공포영화를 볼 때 ‘간담이 서늘해 지는 것’은 심리적 자극에 예민한 간과 담(쓸개)이 동시에 두려움을 느끼는 현상이다. 간은 웬만큼 고통이 와도 몸 주인에게 아프다고 하소연하지 않는 ‘침묵의 장기’로 한 번 망가지면 정상으로 회복하기 어렵다.
간은 혈액과 영양분을 저장할 뿐 아니라 몸 안에 해로운 물질을 해독하고 쓸개즙을 생성하여 배출한다. 간의 기능과 소중함을 알면서도 술과 담배, 과로와 스트레스로 혹사시킨다. 간을 혹사시키면 부메랑이 되어 만성피로, 식욕부진, 두통의 고통을 당한다.
필자는 수 십 년 동안 간을 혹사시킨 죄로 신체검사를 할 때 마다 ‘알코올성 지방간’이라는 옐로우 카드를 받았다. 최근 단골 동네병원에서 간 초음파 검사를 하니 증상이 심하다는 경고다.
“지방에서 서울에 올라와 산 지 오래 됐는데 아직도 ‘지방간’이냐, 이제 ‘서울간’으로 바꿔주면 안 되겠느냐”고 썰렁한 유머를 던졌다.
의사의 처방은 간결하고 단호하다.
“술을 끊고 운동을 꾸준히 하세요.” 명쾌한 처방을 지키지 못하는 나는 간에게 미안해도 너∼무 미안하다.
그런데 입에 술 한 방울 대지 않고도 지방간을 앓는 환자가 많아졌다는 것이 식약청의 분석이다. 국내 성인 가운데 비알코올성 지방간에 걸린 비율이 2004년 11.5%에서 2010년 23.6%로 곱절 이상 늘었다는 것.
흰쌀밥과 빵 같은 탄수화물 섭취가 늘고 커피와 초콜릿 등 당분 성분을 많이 먹으면서 운동을 멀리한 것이 그 이유다. 탄수화물을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면 일부만 에너지로 소모되고 나머지는 지방 형태로 체내에 저장되어 지방간이 생긴다고 한다.
식약청은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기 위해 밥그릇을 작은 것으로 바꾸고 흰 쌀 또는 밀가루와 같이 정제된 곡류 대신, 잡곡밥을 권장하지만 가정에서 매일 잡곡밥을 해먹기란 그리 쉽지는 않다.
젊은 세대 대부분은 아침 식사를 빵과 우유로 때우기 일쑤다. 빵과 국수, 라면으로 밥을 대신하는 여성들은 남성 지방간을 뛰어 넘었다고 한다.
폐경 이후 50대는 여성호르몬 분비가 끊어지면서 지방간 위험성이 수직상승한다는 레드카드가 나온 만큼 탄수화물 중독에서 벗어나는 수밖에 없다.
일주일에 이틀 정도는 금주해야 간의 건강을 유지하면서 늙을 때까지 적당한 음주를 즐길 수 있다는 말을 수없이 들었다. 간도 휴식이 필요하다.
규칙적이고 균형 잡힌 식사를 유지하면 특별히 간 건강을 위해 따로 실천해야 하는 식사법은 없다고 한다. 문제는 실천이다.
<이규섭 시인>
잔득 겁을 먹거나 몹시 두려워질 때 “간이 콩알만 해 진다”고 한다. 배짱이 크다 못해 무모한 행동을 하면 ‘간이 부었다’하고, 늙어가면서 마누라 눈치 살피지 않으면 ‘간 큰 남자’라고 우스개를 한다.
몹시 초조하고 안타까우면 ‘애간장을 태우는 것’이고, 사무치도록 그리우면 ‘애간장을 녹이는 것’이다.
공포영화를 볼 때 ‘간담이 서늘해 지는 것’은 심리적 자극에 예민한 간과 담(쓸개)이 동시에 두려움을 느끼는 현상이다. 간은 웬만큼 고통이 와도 몸 주인에게 아프다고 하소연하지 않는 ‘침묵의 장기’로 한 번 망가지면 정상으로 회복하기 어렵다.
간은 혈액과 영양분을 저장할 뿐 아니라 몸 안에 해로운 물질을 해독하고 쓸개즙을 생성하여 배출한다. 간의 기능과 소중함을 알면서도 술과 담배, 과로와 스트레스로 혹사시킨다. 간을 혹사시키면 부메랑이 되어 만성피로, 식욕부진, 두통의 고통을 당한다.
필자는 수 십 년 동안 간을 혹사시킨 죄로 신체검사를 할 때 마다 ‘알코올성 지방간’이라는 옐로우 카드를 받았다. 최근 단골 동네병원에서 간 초음파 검사를 하니 증상이 심하다는 경고다.
“지방에서 서울에 올라와 산 지 오래 됐는데 아직도 ‘지방간’이냐, 이제 ‘서울간’으로 바꿔주면 안 되겠느냐”고 썰렁한 유머를 던졌다.
의사의 처방은 간결하고 단호하다.
“술을 끊고 운동을 꾸준히 하세요.” 명쾌한 처방을 지키지 못하는 나는 간에게 미안해도 너∼무 미안하다.
그런데 입에 술 한 방울 대지 않고도 지방간을 앓는 환자가 많아졌다는 것이 식약청의 분석이다. 국내 성인 가운데 비알코올성 지방간에 걸린 비율이 2004년 11.5%에서 2010년 23.6%로 곱절 이상 늘었다는 것.
흰쌀밥과 빵 같은 탄수화물 섭취가 늘고 커피와 초콜릿 등 당분 성분을 많이 먹으면서 운동을 멀리한 것이 그 이유다. 탄수화물을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면 일부만 에너지로 소모되고 나머지는 지방 형태로 체내에 저장되어 지방간이 생긴다고 한다.
식약청은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기 위해 밥그릇을 작은 것으로 바꾸고 흰 쌀 또는 밀가루와 같이 정제된 곡류 대신, 잡곡밥을 권장하지만 가정에서 매일 잡곡밥을 해먹기란 그리 쉽지는 않다.
젊은 세대 대부분은 아침 식사를 빵과 우유로 때우기 일쑤다. 빵과 국수, 라면으로 밥을 대신하는 여성들은 남성 지방간을 뛰어 넘었다고 한다.
폐경 이후 50대는 여성호르몬 분비가 끊어지면서 지방간 위험성이 수직상승한다는 레드카드가 나온 만큼 탄수화물 중독에서 벗어나는 수밖에 없다.
일주일에 이틀 정도는 금주해야 간의 건강을 유지하면서 늙을 때까지 적당한 음주를 즐길 수 있다는 말을 수없이 들었다. 간도 휴식이 필요하다.
규칙적이고 균형 잡힌 식사를 유지하면 특별히 간 건강을 위해 따로 실천해야 하는 식사법은 없다고 한다. 문제는 실천이다.
<이규섭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