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삶’에 대한 단상

‘삶’에 대한 단상

by 운영자 2013.04.24

박강현
·(사)한국헤비타트 전남동부지회 사무국장

아이러니(irony)의 사전적 의미는 예상 밖의 결과가 빚은 모순이나 부조화다.

누군가는 살아가는 모든 것이 아이러니라고도 했다. 그만큼 세상사는 합리적이거나 예측 가능한 것이라기 보다는 항상 돌발적이고 불합리한 것들의 연속이다.

세상에 태어나서 작은 이치를 깨우칠 때쯤 우리를 가장 황당하게 했던 질문,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아이들이 읽는 동화 속 세상 또한 황당하기 그지없다. 아이를 죽이기 위해 독이 든 사과를 먹이는 계모와, 그렇게 집을 나간 아이는 남의 집을 내집처럼 여기고, 멀쩡한 왕자님은 버려진 시체에 키스를 한다.

대부분의 동화가 ‘말도 안되는 소리’를 기본 스토리로 깔고 간다.

이는 동서양을 막론한다. 백설공주, 신데렐라, 신밧드, 콩쥐팥쥐, 장화홍련전 등은 다 그렇고 그런 얘기들이다.

어떤 것도 도덕적이지 않다. 그렇다고 인류애의 보편성을 추구하지도 않는다. 그리고 있을 만한 일도 아니다.

그런데도 이제 막 세상의 이치를 접하는 어린아이들에게 이런 내용을 담은 동화를 읽어주는 것을 부모의 미덕이라 여긴다. 그리고 조금 나이가 들면 세상사는 이치라는 미명 아래 남을 속이고 자기 몫을 악착같이 챙기는 ‘처세술’이 담긴 책을 양서라 한다.

칼 차고 도끼 들고, 총을 난사해대는 요즈음 컴퓨터 게임보다 더 음흉하고 속물스럽다.

그 부모는 아이를 죽이거나 내다버리고 아이는 도둑질과 남의 것을 빼앗는 것을 예사롭게 하고 그럼으로써 어여쁜 공주와 왕자를 만나는 것도 다 괜찮다고 가르친다. 그리고 이런 책을 열심히 읽는 아이들을 대견해하고 자랑한다. 참 아이러니하다.

세상은 조금은 더 합리적이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이래서 항상 난관에 부딪힌다.

사람의 삶이란 항상 관계 속에서 지속되고 유지된다.

때문에 ‘함께’ 살아가고 준비하는 지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보다 나은 나의 삶을 위해 타인의 삶이 쉽게 무시되고 왜곡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나의 성공을 위해서라면 ‘말도 안 되는 아이러니한 일’들도 예사롭지 않아서는 안 된다. 모든 사람은 누군가에게는 가장 ‘소중한 사람’이고 우리의 삶이란 서로가 부정될 수 없는 소중한 사람들의 관계 속에서 발전되고 행복해지기 때문이다.

이유 없는 미움과 질시, 질투가 존재하는 것, 그것이 인생인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인생이란 합리적이고 논리적이기보다 지극히 감성적이고 비합리적인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할지라도 나의 비합리가 상대에게 해가 되고 그것이 그렇고 그런 변명으로 용인되는 세상은 아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것은 작은 일상에서 ‘말이 되는 일’을 조금씩 실천해 가는 데서 시작되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