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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안녕?

밤새 안녕?

by 운영자 2013.04.25

지금 막 정형외과에 다녀오는 길인데, 어쩜 그렇게 다친 사람들이 많은지 온통 팔과 다리에 깁스를 하고 있는 사람들뿐이었습니다.

저 또한 예외가 아니어서 오른쪽 다리에 깁스를 하고 뻗정다리가 되어 떡하니 의자 두 개를 차지하고 앉아있다 왔습니다.

사고는 일주일 전쯤에 일어났습니다. 탁구를 시작한 지 2개월 20일, 생전 처음 해보는 과격한 운동에 놀라 쑤셔대던 온몸이 가라앉고 이제 막 재미가 붙어 일주일에 세 번 땀 뻘뻘 흘리며 신나게 체육관을 오갔는데 이게 웬일일까요.

탁구를 치는 중에 갑자기 오른쪽 종아리 안쪽에서 뭔가 툭 끊어지는 느낌이 나며 몹시 아팠습니다. 오래도록 운동을 해온 분들이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며 인대가 늘어나거나 근육이 놀란 모양이라고들 해서 잠시 앉아 쉬는데 통증이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급히 달려간 병원에서 엑스레이 사진을 찍고 초음파 검사를 하고 나니 의사 선생님께서 처음 봤을 때 예상했던 그대로라며 말씀하십니다. 오른쪽 장딴지 근육 부분파열! 깁스 2주일! 3개월 동안 운동 금지!

제 귀를 믿기 어려웠습니다. 아무리 아파도 크게 다친 건 아닐 거라고, 살짝 이상이 있어 물리치료 받고 좀 쉬면 괜찮을 거라는 자가 진단이 보기 좋게 빗나갔을 뿐 아니라 당장 다리를 묶어두게 생겼으니 여간 심란한 게 아니었습니다.

다리는 아프지, 깁스를 해서 걷기는 불편하지, 운전은 불가능한데 차는 병원 주차장에 있지, 속은 상하지, 정말 당장 집에 갈 방법조차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잠시 진정을 하고나서 곰곰 따져보니 남편은 멀리 제주도에 있으니 당장 올 방법이 없고, 각자 볼일 보러 간 아이들은 막상 온다 해도 운전을 못하고, 결국 큰동서에게 연락을 했고 시숙 부부가 달려와 보호자가 되어주었습니다.

다리를 높이 올린 채 소파에 앉아 있으려니 한심했습니다. 예전에 오른손은 건초염으로, 왼손은 인대가 끊어져 깁스를 했던 적이 있는데, 이번에는 오른쪽 다리에 깁스를 했으니 정말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든 일정을 취소하는 중에 한참 전에 맡은 강의만은 취소가 어려워 결국 운전기사가 함께 오는 렌터카를 예약해 강의 장소를 오가는 중입니다.

마침 그날은 토요일이라서 오전에는 탁구를 치고, 오후에는 벚꽃구경을 갈 생각이었습니다. 한치 앞을 모른다는 말 그대로입니다.

그래도 뼈가 부러지지 않아 입원까지는 하지 않았고, 비록 절뚝거리기는 하지만 움직일 수 있으니 다행이라며 스스로 위로하고 있습니다. 밤새 안녕이라는 말이 이렇게 절실하게 다가올 수 있을까요?

<유경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