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걸 봐도 지나쳐야하는 세상
나쁜 걸 봐도 지나쳐야하는 세상
by 운영자 2013.04.26
나쁜 걸 봐도 못 본채 지나쳐야하는 세상이다.
젊은이나 청소년들의 잘못을 보고 훈계하려면 목숨까지 잃을 각오가 돼 있어야 할 판이다. 담배꽁초를 도로에 버리는 20대 청년을 나무랐다가 벽돌로 머리를 맞고 중태에 빠졌던 60대 할머니가 숨졌다.
지난해도 길거리에 침을 뱉는 고교생을 훈계하던 30대 가장이 폭행당해 숨진 참변이 일어났다.
험악해진 세태에 탄식이 절로 나온다. 할머니는 밤에 파지를 줍다가 젊은이를 나무랐고, 30대 가장은 아들과 저녁 산책을 나왔다가 청소년을 훈계했다.
해코지를 당한 것도 아니고 못 본채 지나쳤으면 목숨은 잃지 않았다.
패륜 청년과 청소년은 법의 심판을 받겠지만, 그들의 안타까운 죽음은 누가 보상해 줄 것인가.
집을 나서면 꼴불견을 예사로 보며 산다. 시내버스 경로석은 있으나마나다. 청소년들은 전혀 의식하지 않고 타자마자 앉는다.
주변에 노인과 장애인이 있어도 휴대폰에 시선을 내리 꽂는다.
다섯 명이 앉을 수 있는 뒷좌석에 다리를 벌리고 앉은 ‘쩍벌남’도 흔하게 본다. 귀가 어두운 노인들의 전화 목청은 신경을 곤두서게 만든다.
지하철역 에스컬레이터에 오르면 젊은 남녀의 낯 뜨거운 애정행각을 흔하게 본다.
시선이 마주칠까봐 오히려 허공을 보게 된다.
욕설이 난무하는 청소년들의 대화는 귀전으로 흘려들어야 되고, 교복을 입은 채 으슥한 골목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도 못 본채 발길을 재촉해야 한다.
청소년에게 담배를 판매하는 행위는 규제대상이지만 흡연행위 자체는 법적으로도 제한할 수 없는 데 누가 감히 나무랄 것인가. 불호령이라도 내렸다가 “할아버지가 담배 값 보태줬나요?”하고 째려보면 어쩌나 겁부터 난다.
근린공원 벤치에서 쉬던 60대 이웃은 청소년들이 욕 섞인 대화를 하며 줄담배를 피우기에 “공원에서 담배를 피우면 되느냐 다른 곳으로 가라”고 나무랐다가 휴지통 세례로 봉변을 당했다며 “못 본채 하는 수밖에 없다”며 혀를 내두른다.
거리에 담배꽁초를 버리고 침을 뱉으면 안 된다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기초질서다. 그런 행위를 나무라다가 목숨까지 잃는 게 우리 사회의 살벌해진 현주소다.
나는 과연 청소년들의 모범이 되는 삶을 살고 있는지 꽃잎이 편편히 흩날리는 봄날 가슴에 손을 얹고 곰곰이 생각해 본다.
[교차로신문사/ 이규섭 시인]
젊은이나 청소년들의 잘못을 보고 훈계하려면 목숨까지 잃을 각오가 돼 있어야 할 판이다. 담배꽁초를 도로에 버리는 20대 청년을 나무랐다가 벽돌로 머리를 맞고 중태에 빠졌던 60대 할머니가 숨졌다.
지난해도 길거리에 침을 뱉는 고교생을 훈계하던 30대 가장이 폭행당해 숨진 참변이 일어났다.
험악해진 세태에 탄식이 절로 나온다. 할머니는 밤에 파지를 줍다가 젊은이를 나무랐고, 30대 가장은 아들과 저녁 산책을 나왔다가 청소년을 훈계했다.
해코지를 당한 것도 아니고 못 본채 지나쳤으면 목숨은 잃지 않았다.
패륜 청년과 청소년은 법의 심판을 받겠지만, 그들의 안타까운 죽음은 누가 보상해 줄 것인가.
집을 나서면 꼴불견을 예사로 보며 산다. 시내버스 경로석은 있으나마나다. 청소년들은 전혀 의식하지 않고 타자마자 앉는다.
주변에 노인과 장애인이 있어도 휴대폰에 시선을 내리 꽂는다.
다섯 명이 앉을 수 있는 뒷좌석에 다리를 벌리고 앉은 ‘쩍벌남’도 흔하게 본다. 귀가 어두운 노인들의 전화 목청은 신경을 곤두서게 만든다.
지하철역 에스컬레이터에 오르면 젊은 남녀의 낯 뜨거운 애정행각을 흔하게 본다.
시선이 마주칠까봐 오히려 허공을 보게 된다.
욕설이 난무하는 청소년들의 대화는 귀전으로 흘려들어야 되고, 교복을 입은 채 으슥한 골목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도 못 본채 발길을 재촉해야 한다.
청소년에게 담배를 판매하는 행위는 규제대상이지만 흡연행위 자체는 법적으로도 제한할 수 없는 데 누가 감히 나무랄 것인가. 불호령이라도 내렸다가 “할아버지가 담배 값 보태줬나요?”하고 째려보면 어쩌나 겁부터 난다.
근린공원 벤치에서 쉬던 60대 이웃은 청소년들이 욕 섞인 대화를 하며 줄담배를 피우기에 “공원에서 담배를 피우면 되느냐 다른 곳으로 가라”고 나무랐다가 휴지통 세례로 봉변을 당했다며 “못 본채 하는 수밖에 없다”며 혀를 내두른다.
거리에 담배꽁초를 버리고 침을 뱉으면 안 된다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기초질서다. 그런 행위를 나무라다가 목숨까지 잃는 게 우리 사회의 살벌해진 현주소다.
나는 과연 청소년들의 모범이 되는 삶을 살고 있는지 꽃잎이 편편히 흩날리는 봄날 가슴에 손을 얹고 곰곰이 생각해 본다.
[교차로신문사/ 이규섭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