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위탁부모님이 어딘가 계실 거야”

“위탁부모님이 어딘가 계실 거야”

by 운영자 2013.04.26












유순재
·사회복지사


“경미가 지금 오갈 데가 없다고 하는데 어쩌죠?”

아빠가 교도소에 수감된 후 핸드볼팀 합숙소를 집으로 알고 생활하는 경미에게 핸드볼팀의 방학 휴가는 달콤한 휴식이 아닌 거처를 잃게 되는 난감함으로 다가온다.

우선 긴급하게 지낼 곳을 찾아 며칠은 임시보호 조치를 했지만 장기적으로 아이가 언제든 합숙소를 나와 편하게 쉴 곳을 찾아주는 일이 시급할 것 같아 가정위탁보호 여부를 알아보기로 했다.

위탁보호에 대한 경미의 생각을 묻고 해당 관공서의 보호 조치 여부도 점검하면서, 가정위탁지원센터에 경미가 핸드볼을 계속하면서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는 위탁가정이 있는지를 알아보는 일까지 진행했다.

위탁보호가 결정되기까지는 보호자의 최종 동의가 있어야 한다.

교도소에 근무하는 남편을 둔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면회 요령, 주의 사항들을 다시 한번 숙지한 후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날 경미와 함께 아버지를 뵈러 교도소로 향했다.

주차장에서 면회소까지 달려 들어가는 경미를 ○○○아 우산 챙길 새도 없이 달음질을 했다.

처음이 아님에도 교도소가 주는 긴장 속에서 면회신청서를 제출하고 사식을 구입했다.

몇 차례 면회 경험이 있어 경미는 아빠가 좋아하는 사식이 뭔지 콕콕 찍어준다.

“아~빠~, 잘 지냈어요~ 헤~~”

“너 이눔의 자슥, 왜 통 안 왔어, 아빠가 편지해도 답도 없고….”

면회소에 들어가기 전과는 달리 과장된 명랑함을 보이는 경미와 거친 말투와는 달리 딸아이를 향한 절절한 그리움을 담고 있는 아버지의 눈빛이 맑게 빛나고 있다.

짧은 면회시간이라 얼굴을 가까이서 대하며 한마디라도 더 건네려는 아버지는 조만간 다른 교도소로 옮기게 될 것 같다며 그러면 자주 보지 못할 테니 여기 있는 동안 몇 번 더 오라고 당부를 거듭한다.

“알았어~ 나 잘살아~ … 그게 아니고 … 이래서 그런 거야.”

변명 섞인 투정을 이어가면서도 아빠의 걱정을 덜어주려는 경미.

아버지가 무슨 죄를 짓고 교도소에 수감 됐는지, 무슨 사연이 있는 건지가 궁금해지겠지만
아버지의 얼굴에 난 굵은 흉터와 죄목들이 무의미해지는 순간이다.

그저 딸아이가 보고 싶고 걱정되는 아버지. 함께 하지 못하는 안타까움으로 서로를 향한 애틋함이 더욱 큰 아름다운 부녀사이 일뿐.

경미의 보호방안에 대해 이야기 나누며 가정위탁제도에 대해 꼼꼼히 물으시는 아버지는 처음 듣는 제도에 대한 걱정스러움과 의아함이 차츰 안도로 변해가는 것 같다.

“선생님들이 그렇게 해주신다면 저야 이제 걱정할 게 없을 거 같습니다. 어쩌다 일이 이렇게 돼버려 저 아이 혼자 두고 여기 들어와서 하루도 맘이 편치 않았는데 경미가 위탁가정에서 보호된다면 걱정거리가 줄 것 같습니다. 좋은 가정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가정위탁보호를 결정하고 나서도 아버지는 경미에게 성실하게, 열심히, 부지런히, 알뜰하게를 주요 골자로 당부를 거듭한다.

헤어짐을 앞두고 경미가 더욱 명랑한 목소리로 “아빠~~ 잘 있어~ 또 올게~ 헤헤~”하며 웃는다.

면회소를 나와 소리 없이 내리는 이슬비를 맞으며 뛸 생각이 없는 경미와 나란히 걸으며 물었다.

“경미야, 웃지 않으면 눈물이 날 것 같아서 그렇게 더 명랑하게 말한 거니?”

“어떻게 아셨어요?”

놀란 눈으로 쳐다보는 경미의 눈이 빨갛게 충혈돼 있다.

“경미야, 울고 싶을 땐 그냥 실컷 울어도 돼.”

경미가 마음 편히 기대어 울고 웃을 수 있는 위탁부모님이 어디선가 기다리고 계실 것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