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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씨는 열매보다 작다

세상의 모든 씨는 열매보다 작다

by 운영자 2013.05.01

얼마 전 제주에서 발견된 벚나무가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벚나무는 전 세계에 200여종이 알려져 있고 우리나라에는 21종이 분포하는데, 그 중 13종이 제주도에서도 자라고 있다 합니다.

그런데 이번에 제주에서 발견된 벚나무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것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알려진 벚나무의 종류 가운데 가장 작은 것으로 추정되는 신종 벚나무가 제주도 해안 절벽에서 발견된 것입니다.

2006년 제주도 해안에 자생하는 소형 벚나무 10여 그루를 발견하고 이 가운데 1개체를 표본목으로 이식해 7년간 관찰을 한 결과 그동안 알려진 벚나무 종류들과 다른 종임이 밝혀졌다는 것입니다.

이 독특한 나무는 자신을 발견한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로부터 ‘프루누스 미니마(Prunus minima)’라는 학명을 얻었습니다. 벚나무를 뜻하는 ‘프루누스’와 작다는 의미의 ‘미니마’가 합쳐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학문적인 이름을 떠나 나무의 생김새와 의미에 걸맞은 우리말 이름도 얻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프루누스 미니마는 다 자란 나무의 높이가 50㎝에 불과한 초소형 벚나무라는 점에서 다른 종들과 분명하게 구분이 되는데, 구분이 되는 것은 키만이 아닙니다.

꽃이 잎보다 먼저 피는 것도 그렇고, 어린가지에 털이 난다는 점에서도 차이점을 보입니다.

꽃잎 수가 일반 벚꽃은 5장이지만 초소형 벚나무는 최고 8장까지 피어나고, 잎의 길이와 폭이 훨씬 작고, 수술의 수가 보통의 나무는 평균 30개인데 이 종은 평균 40개로 다른 종에 비해 더 많은 특징도 가지고 있습니다.

어디 제주에서 발견된 벚나무뿐이겠습니까? 세상에는 다른 것들에 비해 유난히 작은 것들이 있습니다. 좁쌀만한 것, 콩알만한 것, 코딱지만한 것, 난쟁이 똥자루만한 것 등 작은 것을 일컫는 말이 다양합니다.

작은 것들은 애써 노력하지 않으면 다른 존재에 가려 보이지를 않습니다. 눈에 띄지 않아 누군가로부터 따뜻한 관심을 받는 일도 드뭅니다.

시골에서 지낼 때 잎담배 농사짓는 모습을 흔하게 보곤 했습니다. 중동 지역에서 가장 작은 것을 표현할 때 쓰는 말이 ‘겨자씨 같다’라 하지만, 사실 겨자씨보다도 작은 것이 담배씨입니다.

재와 크게 다를 것이 없는 씨를 왕겨분탄에 섞어 심으면 어느새 싹이 나고, 그것을 밭에 옮겨 심으면 잠깐 사이 어른 키 이상으로 자라 오릅니다.

어느 해인가 이웃들이 밭에서 일하는 것을 돕다 문득 깨닫게 된 것이 있습니다. 씨가 열매보다 작구나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세상에 어떤 과일이든 채소든 큰 씨를 심어 작은 열매를 거두는 것은 없습니다. 많은 씨를 심어 적은 열매를 거두는 것 또한 없습니다. 언제라도 작은 씨를 심어 큰 열매를 거두고, 적은 씨를 심어 많은 열매를 거둡니다.

세상은 크고 거창한 것에 마음을 빼앗겨 작은 것엔 눈길도 마음도 주지 않지만, 세상의 모든 것은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이 됩니다.

숲속 샘 하나가 강을 이룹니다. 씨앗 속에 과수원이 들어 있고요. 그런 점에서 제주 벚나무에 더욱 마음이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