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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어 가 반길 이 없을 새

품어 가 반길 이 없을 새

by 운영자 2013.05.08

어버이날을 앞두고 어버이 은혜를 노래한 시조를 떠올려보았습니다.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정철의 훈민가였습니다.

‘어버이 살아신제 섬길 일란 다하여라 / 지나간 후이면 애닯다 어찌하랴 / 평생에 고쳐 못할 일이 이뿐인가 하노라.’
‘이고 진 저 늙은이 짐 풀어 나를 주오 / 나는 젊었거니 돌이라 무거울까 / 늙기도 설워라커든 짐을 조차 지실까’

기억에는 한계가 있어 자료를 찾아보았습니다. 정인보 선생의 자모사(慈母思)가 애절하게 다가왔습니다.

<바릿밥 남 주시고 잡숫느니 찬 것이며
두둑히 다 입히고 겨울이라 엷은 옷을
솜치마 좋다시더니 보공(補空) 되고 말아라>

낯선 단어가 있어 뜻이 대뜸 전해지지 않을 수 있지만 생각하면 기가 막힌 내용입니다.

바리(놋쇠로 만든 밥그릇)에 담긴 따뜻한 밥은 가족에게 주시고 어머니의 잡숫는 밥은 찬 것이며, 식구들의 옷은 모두 두둑하게 입히면서도 어머니는 겨울인데도 엷은 옷을 입으시고, 솜치마라고 좋다 하시더니 생시에 한 번도 입지 못하시고 보공(돌아가시어 관속을 채우는 옷)이 되었구나 하는 뜻입니다.

노계 박인로의 ‘조홍시가’(早紅枾歌)도 마음에 닿습니다.

<반중 조홍감이 고와도 보이나다
유자 아니라도 품음직도 하다마는
품어 가 반길 이 없을 새 글로 설워하나이다.>

노계는 퇴관하여 한음 이덕형 선생을 자주 찾았다고 합니다. 반가운 손님을 대접하기 위해 소반에 받쳐 내놓은 조홍 감을 보자, 불현듯 회귤 고사가 생각나며 돌아가신 어머니가 가슴에 떠올랐던 것입니다.

회귤 고사란 옛날 중국 오나라의 육적과 관련된 고사입니다.

육적이 여섯 살 때에 원술의 집에서 대접하려고 내놓은 유자 세 개를 슬그머니 품안에 숨겨 나오다가 유자가 떨어지는 바람에 발각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 까닭을 물었더니 어머니에게 가져다 드리고 싶어서 그랬노라고 대답을 하여 그 지극한 효성이 모두를 감동시켰다는 이야기입니다.

‘품어 가 반길 이 없을 새’의 시간이 오기 전 정성껏 부모님께 효를 다하는 것, 그것이 두고두고 평생의 후회를 면하는 길임을, 거듭 ‘조홍시가’를 읽으며 마음에 새깁니다.

<한희철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