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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이 최선!

정직이 최선!

by 운영자 2013.05.09

그 냄비를 사기로 마음먹은 것은 순전히 짧은 신문기사 때문이었습니다.

혼자 사는 남자가 사용후기삼아 작성한 글이었는데, 라면 전용으로 바닥이 얇아서 물이 빨리 끓고 뚜껑에 젓가락을 끼울 수 있는 구멍이 있으며 물을 따라버리기 쉽게 뾰족한 입이 달려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오래 벼르다가 들른 직매장에는, 그 냄비가 입구 바로 앞 판매대 첫줄에 얌전하게 놓여있었습니다. 인기가 많긴 많은 모양이었습니다. 냄비 한 개를 주문하고 계산대 쪽으로 가서 기다리니 판매원이 냄비를 들고 와서는 바닥에 붙어있는 가격표를 열심히 떼어냅니다.

그래도 있다면 이왕이면 새 것으로 가져가려고 물었습니다. “전시된 것 말고 새 상품은 없나보죠?” 이럴 때 보통은 ‘조금 전에 꺼내놓은 것’이라는 빤한 대답을 듣게 마련인데, 그날 판매원의 대답은 단호했습니다. 전시상품이 아니라 새로 꺼내왔다는 것이었습니다.

직접 본 것이 아니니 그런가보다 하며 돈을 치르고 나오면서 흘끗 입구 쪽 판매대를 보니 그 냄비 자리가 비어있었습니다. 제가 산 냄비는 전시상품이 분명했습니다.

박스에서 새로 꺼내줘야만 사겠다는 것도 아니었는데, 왜 거짓말을 했을까요? 많은 손님들이 전시상품을 싫어하기 때문에 지레 그랬는지도 모르겠고, 매장에 남아있는 게 하나 밖에 없어서 꼭 팔려고 그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거짓말까지 하다니요.

가게 안으로 다시 들어갔습니다. “제가 산 냄비 저기 판매대에 전시돼 있었던 냄비 아니라고 하더니 맞네요. 자리 비어 있는데요. 굳이 거짓말까지 할 필요가 있었나요?” 사과는커녕 묵묵부답입니다.

오히려 답답한 제가 마무리를 합니다. “그냥 솔직히 말하지 그랬어요. 저는 어차피 살 거였거든요. 이러면 어떻게 믿고 물건을 사겠어요. 앞으로는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누구는 그까짓 별로 비싸지도 않은 라면 냄비 하나 가지고 뭘 그러냐고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저는 오래도록 불쾌했습니다.

당장은 냄비 하나를 팔았지만 그런 자세로 계속 일한다면 그 판매원은 오래 그 자리에 있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정직하게 말했더라면 두 사람 모두에게 정말 아무 일도 아니었을 것을, 괜한 거짓말을 하는 바람에 비록 큰 해를 끼친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오래도록 사람을 씁쓸하게 만듭니다.

정직이 최선입니다.
유경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