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무덤’엔 어떤 욕이 묻혔을까
‘말 무덤’엔 어떤 욕이 묻혔을까
by 운영자 2013.05.10
‘세 치 혀 밑에 도끼가 들어 있다’는 옛말은 도끼날처럼 섬뜩하다.
말 한 마디가 제 발등을 찍거나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할 수 있다는 경고다. 최근 대기업의 임원이 비행기에서 승무원에게 욕을 하며 얼굴을 잡지로 때려 비난의 화살을 맞고 물러났지만 기업 이미지가 훼손됐다.
세 치 혀를 제멋대로 놀렸다가 곤욕을 치르거나 철창신세를 진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망언과 폭언과 비난과 욕설이 판치는 시대에 험한 말(言)들을 파묻었다는 ‘말 무덤’을 산 교육장으로 단장했다는 기사가 눈길을 끈다.
경북 예천군 지보면 대죽리 한대마을 입구의 말 무덤은 ‘병든 말(病馬)’을 묻은 곳이 아니라 분란의 불씨인 말(言)의 무덤, 언총(言塚)이다.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말 무덤이 있다는 소문은 오래 전부터 들었으나 가보지는 못했다.
400∼500년 전 각성바지가 모여 살던 이 마을은 문중간의 싸움이 그칠 날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주민들이 모여 대책을 논의한 끝에 미움과 원망, 비방과 욕을 사발에 뱉어 가져오라고 한 뒤 파묻었다.
그 뒤부터 마을이 평온해졌다고 한다. 예천군지(郡誌·1987년)에 실린 전설의 고향 같은 이야기다. 50년 전만 해도 주민들은 말 무덤에 제사를 지냈고, 1990년에는 마을 출향인사들이 앞면에는 ‘말 무덤’, 뒷면에는 한자로 ‘言塚’(언총)이라고 새긴 안내 비석을 세웠다.
주민들은 욱하는 감정이 생겨도 말 무덤을 떠올리며 말을 가려하게 됐다고 전한다. 사발에 뱉어낸 욕설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예천군은 이색적인 유산을 언어 순화의 산 교육장으로 활용하고 관광자원화 하기 위해 1억5000여만원을 들여 ‘말 무덤 주변 정비사업’을 3월 말 마무리했다.
‘말이 많으면 쓸 말이 적다’, ‘화살은 쏘고 주워도 말은 하고 못 줍는다.’ 등 말과 관련한 격언과 명언을 자연석에 새기고 곳곳에 통나무의자를 설치하고 정자와 주차공간도 만들어 방문객들이 는다고 한다.
경박하고 험한 말 때문에 어지러운 세상, 말 무덤이 경계(警戒)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규섭 시인>
말 한 마디가 제 발등을 찍거나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할 수 있다는 경고다. 최근 대기업의 임원이 비행기에서 승무원에게 욕을 하며 얼굴을 잡지로 때려 비난의 화살을 맞고 물러났지만 기업 이미지가 훼손됐다.
세 치 혀를 제멋대로 놀렸다가 곤욕을 치르거나 철창신세를 진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망언과 폭언과 비난과 욕설이 판치는 시대에 험한 말(言)들을 파묻었다는 ‘말 무덤’을 산 교육장으로 단장했다는 기사가 눈길을 끈다.
경북 예천군 지보면 대죽리 한대마을 입구의 말 무덤은 ‘병든 말(病馬)’을 묻은 곳이 아니라 분란의 불씨인 말(言)의 무덤, 언총(言塚)이다.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말 무덤이 있다는 소문은 오래 전부터 들었으나 가보지는 못했다.
400∼500년 전 각성바지가 모여 살던 이 마을은 문중간의 싸움이 그칠 날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주민들이 모여 대책을 논의한 끝에 미움과 원망, 비방과 욕을 사발에 뱉어 가져오라고 한 뒤 파묻었다.
그 뒤부터 마을이 평온해졌다고 한다. 예천군지(郡誌·1987년)에 실린 전설의 고향 같은 이야기다. 50년 전만 해도 주민들은 말 무덤에 제사를 지냈고, 1990년에는 마을 출향인사들이 앞면에는 ‘말 무덤’, 뒷면에는 한자로 ‘言塚’(언총)이라고 새긴 안내 비석을 세웠다.
주민들은 욱하는 감정이 생겨도 말 무덤을 떠올리며 말을 가려하게 됐다고 전한다. 사발에 뱉어낸 욕설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예천군은 이색적인 유산을 언어 순화의 산 교육장으로 활용하고 관광자원화 하기 위해 1억5000여만원을 들여 ‘말 무덤 주변 정비사업’을 3월 말 마무리했다.
‘말이 많으면 쓸 말이 적다’, ‘화살은 쏘고 주워도 말은 하고 못 줍는다.’ 등 말과 관련한 격언과 명언을 자연석에 새기고 곳곳에 통나무의자를 설치하고 정자와 주차공간도 만들어 방문객들이 는다고 한다.
경박하고 험한 말 때문에 어지러운 세상, 말 무덤이 경계(警戒)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규섭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