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따라, 선생님처럼’
‘선생님 따라, 선생님처럼’
by 운영자 2013.05.13
<문덕근>
ㆍ전남교원단체총연합회장
ㆍ전라남도자연학습장 관리소장
ㆍ교육학 박사
심각한 저온현상이 여전히 사람들의 옷깃을 여미게 만들고 있지만 우리 곁에는 따뜻한 봄이 성큼 다가와 앉았다.
아울러 내가 근무하는 전라남도자연학습장에도 눈이 닿는 곳마다 각양각색의 화사한 꽃들이 피어나 보는 이들의 눈과 마음을 즐겁게 만들어주고 있다.
봄이 되자 많은 학생들과 선생님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는 요즘 선생님과 함께 오는 학생들의 모습에서 그들의 일상을 읽을 수 있게 된다.
모든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서 최선을 다해 주어진 과제를 수행하는 학생들이 있는가 하면, 소풍 나온 기분으로 대충 놀러왔다가 자신의 과제수행도 미처 마무리하지 못한 채 돌아가는 학생들도 있다.
우리 프로그램 중 학생들이 화분에 꽃을 심어보는 프로그램이 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화분에 꽃을 심어 가져갈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매우 즐거워하며 꽃 심기에 여념이 없었지만, “에이, 꽃 심기 싫어요. 꽃을 가져다가 어디에 쓰게요?” 라며 짜증을 내는 경우도 있었다.
도대체 이 녀석들은 누구를 보고 듣고 살아왔을까? 아이들은 어른들의 말과 행동을 그대로 따라하지 않은가?
적극적인 모습으로 최선을 다하여 과제를 수행해내는 학생들 곁엔 그들과 늘 함께하며 격려하는 선생님이 있고, 대충 왔다 자신이 만든 것도 챙기지 못하고 돌아가는 학생들 곁에도 물론 선생님이 동행하고는 있다.
선생님들이 어떤 생각과 행동으로 지도하느냐에 따라 학생들의 행동 또한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쉴 새 없이 잔소리를 해대도 어른들이 솔선수범하는 본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아이들의 행동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
말이 없어도 행동하며 실천하는 사람 곁에 머문다면 주변의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미쳐 그들의 행동변화를 가져오게 된다.
옛날 어느 고을에 가족의 생계는 내팽개치고 공자 왈 맹자 왈 글공부만 하는 한 선비가 있었다. 어느 날 멀리서 찾아 온 선비의 친구를 위해 부인은 정성껏 술상을 차려서 극진히 대접하였다.
선비는 친구가 돌아가고 난 후에야 부인이 자신의 머리카락을 잘라 마련한 돈으로 술상을 차린 것을 알게 되었다.
그의 부인은 “당신의 글공부도 중요하지만 당장 저녁에 먹을 쌀도 없어요.”라고 고함이라도 지르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수백 번을 말해보아도 선비에겐 그저 지나가는 바람소리에 불과하며 잔소리로 넘겨버리고 말 것이라는 것을 부인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만약 선비의 부인이 “집에 쌀이 떨어졌는데, 글만 읽으면 쌀이 나오나요, 밥이 나오나요?”하고 쏘아댔다면, 선비는 “사람이 밥만 먹기 위해 산다면 개, 돼지와 다를 바가 무엇인가?” 하는 식의 말만 되풀이 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부인은 정작 중요한 것은 자신이 말하는 것보다는 상대방이 스스로 깨달아야 하고 그를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중요한 사실은 상대가 스스로 깨닫고 느끼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부하기 싫어하는 자녀에게 “제발 공부 좀 해라. 공부!” 하는 부모의 끊임없는 잔소리는 오히려 자녀로 하여금 “아! 듣기 싫어, 공부는 정말 싫어!” 하며 잔소리 저항력만 키우게 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선생님이나 부모의 잔소리가 아니라 자녀 스스로가 중요성을 깨닫고 자신이 열심히 해야겠다는 사실을 느끼도록 하는 선비의 아내와 같은 지혜가 필요하다.
선생님의 역할은 학생들에게 스스로 동기 부여하는 방법을 찾도록 하는 것이다.
누구나 변화시키고 싶은 내가 있는 것이다. 하루아침에 무엇인가를 얻겠다는 생각보다는 나에게도 여유로운 시간을 줄 필요가 있다. 시간을 주는 것은 시간을 끌며 뒤로 미루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적극적인 노력의 결과가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시간이 지나고 조금씩 쌓이면 에너지가 응집하여 어느 순간 폭발적인 힘을 낼 것이라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다. 복리의 원리처럼 말이다.
기노시타 하루히로는 ‘학생이 의욕을 갖지 못하는 것은 교사의 책임이다.’ 라고 하였다. 그렇다면 과연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무엇일까? 감동(感動)이다. 즉 감죽동(感卽動)이다. 감동이란 느끼고 움직이는 것이다.
사람은 머리로는 알아도 마음으로 느끼지 않으면 행동으로 옮길 수 없는 존재다. 따라서 사람을 가르치고 발전시키는 힘은 감동이다. 그 감동은 마음이다. 마음이 움직여야 몸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말에는 마음을 지배하는 마력이 있다. 친구나 아는 사람이 무심코 뱉은 말 한 마디에 상처를 입거나 괴로워했던 경험은 다 있을 것이다. 게다가 윗사람, 특히 선생님의 말씀은 영향력이 대단하다.
더 나아가 어른의 지혜의 첫 번째는 칭찬이다. 칭찬하면 반드시 좋은 일이 생긴다는 마음을 갖게 되고, 그 마음이 학생을 움직이게 한다.
학창 시절에 선생님이 좋으면 그 과목의 예습과 복습에 최선을 다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따라서 학생의 성적을 올리고 싶으면 자신이 담당하는 과목을 좋아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 과목을 좋아하게 만들려면 자신을 좋아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 근본은 자신이 학생의 좋은 점을 발견하고 먼저 그 학생을 좋아해야 한다.
학교 현장과 회식 자리, 더 나아가 가정에도 메아리치게 하고 싶은 슬로건이 있다. ‘선생님을 따라 하면 선생님처럼 될 수 있다.’ 이런 슬로건이 지속적으로 반복이 되면 선생님도 변하고 우리 아이들도, 학부모님도 변할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선생님을 따라 하면 행복한 미래가 약속된다는 믿음을 갖게 하자. ‘선생님 따라, 선생님처럼’ 이라는 슬로건이 회자되는 세상을 만들자. 지금 바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