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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정복한 뒤 무엇을 하실 겁니까?

세계를 정복한 뒤 무엇을 하실 겁니까?

by 운영자 2013.05.28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는 천하를 정복할 당시, 아테네에 이르렀다.

모든 사람이 정복자 알렉산더에게 무릎을 꿇었으나 디오게네스 철학자는 알렉산더를 찾아오지 않았다. 기다려도 디오게네스가 오지 않자, 알렉산더는 직접 그를 찾아갔다.

가서 보니 한 늙은이가 몸에는 누더기를 입고, 머리는 언제 빗질을 했는지 산발을 한 채 나무통 옆에 앉아 햇볕을 쬐고 있었다.

그 나무통은 그의 소유물의 전부인데, 낮에는 어디를 가나 그것을 굴려 가지고 다니며, 밤에는 그 안에 들어가 잠을 잤다. 알렉산더가 디오게네스를 쳐다보자, 그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둘 사이에 한동안 침묵이 흘렀고 알렉산더가 물러나지 않자, 디오게네스가 물었다.

“폐하께서는 지금 무엇을 가장 바랍니까?”

“그리스를 정복하길 바라네.”

“그리스를 정복한 다음엔 또 무엇을 원하십니까?”

“아마도 소아시아 지역을 정복하길 바라겠지.”

“그 다음은 또 무엇을 원하십니까?”

“아마도 온 세상을 모두 정복하길 바라겠지.”

“그러면 그 다음은 또 무엇을?”

“그렇게 하고 나면, 아마 그때쯤이면 쉬면서 인생을 즐겨야 하겠지.”

“이상하군요. 왜 지금 당장은 쉬면서 즐기시지 못하십니까? 인생은 짧고 세상은 넓습니다. 당신은 곧 이 말을 실감하게 될 것입니다.”

“내가 지금 당신을 위해 해줄 수 있는 일이 무엇입니까? 당신이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들어줄 수 있소이다.”
“폐하, 그러시다면 말씀 올려도 되겠습니까?”

“네, 말씀하십시오.”

“폐하가 오기 전부터 저는 일광욕을 하고 있던 참인데, 폐하의 몸 좀 비켜주십시오. 아까부터 햇볕이 들지 않는군요.”
아마 이 글을 읽는 동안 ‘알렉산더가 어리석은 사람이군’하면서 안타깝게 여기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알렉산더가 바로 우리 모두의 자화상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네 사람들은 탐욕으로 병에 걸리고, 탐욕이 만든 스트레스로 인해 삶의 진흙 밭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건전한 욕심을 내어 바른 삶을 지향하는 진보적인 욕심이 아니라 그 이상의 탐욕을 부린다는 것이다.

물론 디오게네스처럼 살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욕심내는 허영심의 욕망을 내려놓자는 것이다. 자신이 지금 어디쯤 가고 있는지 한번쯤 모든 짐을 내려놓고 자신을 돌아보고 쉬어보자.

이렇게 자신의 존재의식을 사유하다보면, 적어도 지나친 욕심으로 인한 스트레스만큼은 생기지 않을 것이라 생각된다.

<정운 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