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정원박람회와 매실장터

정원박람회와 매실장터

by 운영자 2013.05.29

때 이른 여름더위만큼이나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가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 26일 주말까지 관람객 1,517,423명에 이르렀다. 관람객 목표 400만명의 50% 달성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지금까지의 통계로 보면 1일 평균 41,000명이 다녀간 셈이다.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지방 소도시에서 사람을 이렇게 끌어모을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게 여겨질 지경이다.

그런데 이러한 붐이 입장료 수입 외에 지역에 무슨 도움이 되고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많다.

특히 농업을 기반으로 한 순천시가 자체적으로 주최한 박람회에서 농업인에게 무슨 도움을 주고 있는지 반성해볼 일이다.

총 45만평 박람회 터에 지역의 농특산물 판매를 위해 30평을 할애했다는 사실을 깊이 새겨봐야 할 부분이다.

광할한 주차장 부지에서 박람회장으로 걸어가는 긴 동선을 걷는 많은 관람객들이 순천의 특산물 살 곳이 없나 두리번거리며 걸었다는 뒷이야기들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이 시점에서 이 박람회가 누구를 위한 잔치이며 박람회의 주인인 시민은 어디로 가 있나를 되새겨봐야 한다.

금년은 6월 5일이 망종이다. 망종은 매실이 몸에 좋은 구연산을 가장 많이 머금는 시점이라고 한다. 순천의 매실은 인근 광양 매실보다 약간 늦게 망종이 지나서야 출하가 시작된다.

그래서 순천 매실을 청매실과 구분하여 향이 많이 나는 향매실이라고 한다. 순천 매실이야말로 보약이다.

순천은 광양보다 앞서 재배한 우리나라 매실의 선진지이다. 현재 매실 재배 면적이 777ha로 약 7000톤의 매실이 생산된다. 이는 전국 매실 생산량의 20%에 육박하는 물량이다.

이 물량이 막대한 유통비용을 짊어지고 서울로 부산으로 떠돌아 다녀야 하는 것이다. 하루에 4만여명이 한 곳에 집중되고 있는 장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제발 귀찮다거나, 위험부담이 크다거나, 미관상 어떻다는 구실을 내세우지 않았으면 좋겠다. 박람회장은 호텔이 아니다. 정원박람회장은 자연이다.

왜 자연이 자연스러우면 안 되는가? 정원박람회의 주인인 시민이 제자리를 차지할 수 있도록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본다.

오천택지 광활한 주차장 어느 한 코스를 잡아서 긴 매실장터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면장은 순천산 매실임을 확인하는 스티커를 배부하고 그날의 공판장 매실 시세만 알려주고 농민은 일정 규격의 매실 박스에 스티커를 붙여 자기가 정한 가격에 직접 판매한다.

일본의 남부지방을 가면 국도변에 지자체가 만들어준 판매장에서 농민이 직접 농산물을 파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처럼 농민이 자기 농산물을 직접 파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관람객은 비로소 순천사람과 순천농산물을 만나게 된다. 진짜 순천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관광의 참맛을 보게 되는 것이다.

정원박람회를 순천의 농산물을 알리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특히 순천 매실은 청매실과 비교할 수없이 구연산 함유량이 높다. 이 좋은 지역 특산품을 언제 어디서 이만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겠는가?

의사결정의 위치에 있는 분들의 과감한 결단을 촉구한다. 그리고 만일 이 행사가 좋은 결과를 가져오면 복숭아, 감, 밤, 친환경 쌀과 고구마 등도 연이어 성수기 행사를 벌여야 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