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아가고 물러서기 참으로 어렵구나
나아가고 물러서기 참으로 어렵구나
by 운영자 2013.05.29
최근 <사기>와 관련된 책을 읽는데, 맛있는 음식을 아껴 먹듯 천천히 내용을 음미하며 읽는 즐거움이 꽤나 쏠쏠합니다.
‘흔적이 남을 때까지 머무르지 말라’는 말은 ‘귀한 이름을 오래 가지고 있으면 상서롭지 못하다’라는 뜻의 ‘구수존명불상’(久受尊名不祥)이라는 말에서 비롯된 말인데, 월나라의 공신 범려와 관련이 있는 말입니다.
범려는 월나라와 오나라의 싸움에서 월나라가 승리를 거두는데 큰 공을 세웁니다.
그런 뒤 자신의 명성이 너무 커졌다 여겨 권력에서 물러나려 합니다. 월나라의 왕 구천은 나라의 반을 떼어주겠으니 떠나지 말라고 붙잡았지만, 범려는 가벼운 짐을 챙겨 식구들과 함께 배를 타고 제나라로 떠나버렸습니다.
이름을 바꾸고 숨어 살던 범려는 그곳에서도 농사를 잘 지어 많은 재산을 모았습니다. 그러자 다시 범려의 명성이 사방으로 퍼져나갔습니다. 제나라에서는 그를 재상으로 삼으려고 하였지요.
그 때 범려가 했던 말이 ‘귀한 이름을 오래 가지고 있으면 상서롭지 못하다’라는 말입니다. 범려는 재상 자리를 사양하고 재산을 이웃들에게 나눠준 뒤 몰래 제나라를 빠져 나갔습니다.
그렇게 범려는 헛된 명성을 쫓지 않았기에 편안한 여생을 보낼 수가 있었습니다.
그런 범려와 대조가 되는 인물이 문종입니다. 범려가 떠나기에 앞서 자신과 함께 월나라를 일으켜 세우는데 큰 공을 세운 절친한 친구 문종에게 편지를 보낸 적이 있었습니다.
토끼를 잡았으니 사냥개를 삶을 것이라는 ‘토사구팽’ 이야기를 하며 함께 떠나자고 권했습니다. 그러나 망설이며 떠나지 못한 문종은 결국 믿었던 월나라 왕 구천이 내린 검으로 자결함으로 생을 마감합니다.
떠날 때 떠나지 못함으로 쌓았던 명성을 모두 잃고 대신 욕을 얻는 이들을 어렵지 않게 봅니다. 대통령의 입이라 스스로를 높였던 청와대 대변인이 해서는 안 될 일로 나라와 대통령의 위신을 땅에 떨어뜨린 일이 있었습니다.
하필이면 외국을 방문할 때 그런 일을 하였으니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게 되고 말았습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지만, 그런 일이 일어났던 것은 그가 자신이 누리고 있는 지위를 잘못 생각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자신의 명성쯤이면 얼마든지 누릴 수 있는 일이라 생각을 했겠지요.
조선시대 3대 시인으로 불리는 박은은 타협을 모르는 삶을 살며 권력자의 비리를 지적하다 효수형을 당하고 마는데, 그가 노래한 구절 중에 다음과 같은 것이 있습니다.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서 나아가고 물러서기 참으로 어려워라’ 박은 이야기대로 하자면 ‘제 자신을 천거하는 것은 광대 같은 짓’, 나아가고 물러서는 것을 아는 것, 그것이 삶의 지혜지 싶습니다.
<한희철 목사>
‘흔적이 남을 때까지 머무르지 말라’는 말은 ‘귀한 이름을 오래 가지고 있으면 상서롭지 못하다’라는 뜻의 ‘구수존명불상’(久受尊名不祥)이라는 말에서 비롯된 말인데, 월나라의 공신 범려와 관련이 있는 말입니다.
범려는 월나라와 오나라의 싸움에서 월나라가 승리를 거두는데 큰 공을 세웁니다.
그런 뒤 자신의 명성이 너무 커졌다 여겨 권력에서 물러나려 합니다. 월나라의 왕 구천은 나라의 반을 떼어주겠으니 떠나지 말라고 붙잡았지만, 범려는 가벼운 짐을 챙겨 식구들과 함께 배를 타고 제나라로 떠나버렸습니다.
이름을 바꾸고 숨어 살던 범려는 그곳에서도 농사를 잘 지어 많은 재산을 모았습니다. 그러자 다시 범려의 명성이 사방으로 퍼져나갔습니다. 제나라에서는 그를 재상으로 삼으려고 하였지요.
그 때 범려가 했던 말이 ‘귀한 이름을 오래 가지고 있으면 상서롭지 못하다’라는 말입니다. 범려는 재상 자리를 사양하고 재산을 이웃들에게 나눠준 뒤 몰래 제나라를 빠져 나갔습니다.
그렇게 범려는 헛된 명성을 쫓지 않았기에 편안한 여생을 보낼 수가 있었습니다.
그런 범려와 대조가 되는 인물이 문종입니다. 범려가 떠나기에 앞서 자신과 함께 월나라를 일으켜 세우는데 큰 공을 세운 절친한 친구 문종에게 편지를 보낸 적이 있었습니다.
토끼를 잡았으니 사냥개를 삶을 것이라는 ‘토사구팽’ 이야기를 하며 함께 떠나자고 권했습니다. 그러나 망설이며 떠나지 못한 문종은 결국 믿었던 월나라 왕 구천이 내린 검으로 자결함으로 생을 마감합니다.
떠날 때 떠나지 못함으로 쌓았던 명성을 모두 잃고 대신 욕을 얻는 이들을 어렵지 않게 봅니다. 대통령의 입이라 스스로를 높였던 청와대 대변인이 해서는 안 될 일로 나라와 대통령의 위신을 땅에 떨어뜨린 일이 있었습니다.
하필이면 외국을 방문할 때 그런 일을 하였으니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게 되고 말았습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지만, 그런 일이 일어났던 것은 그가 자신이 누리고 있는 지위를 잘못 생각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자신의 명성쯤이면 얼마든지 누릴 수 있는 일이라 생각을 했겠지요.
조선시대 3대 시인으로 불리는 박은은 타협을 모르는 삶을 살며 권력자의 비리를 지적하다 효수형을 당하고 마는데, 그가 노래한 구절 중에 다음과 같은 것이 있습니다.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서 나아가고 물러서기 참으로 어려워라’ 박은 이야기대로 하자면 ‘제 자신을 천거하는 것은 광대 같은 짓’, 나아가고 물러서는 것을 아는 것, 그것이 삶의 지혜지 싶습니다.
<한희철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