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이를 변화시킨 ‘멘토링’
한 아이를 변화시킨 ‘멘토링’
by 운영자 2013.06.07
“그 사람들이 나를 정신병자 취급했어요.”
경계심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멀찍이 떨어진 채 다가오지 않던 은미가 불쑥 내뱉은 말이었다.
“네” 와 “아니오” 만으로 수동적인 반응을 보이던 은미가 처음으로 긴 문장으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만성적인 질환을 앓고 있는 아버지, 오빠와 함께 생활하면서 학교에도 가지 않고 어두컴컴한 방안에 스스로를 가둔 채 살아가는 아이.
중학교에 다니고 있어야 할 은미의 사정을 안타까워하며 여기저기 도움의 손길들을 보내왔고 학교 부적응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심리치료를 진행하며 입원을 시키게 된 것을 은미 스스로는 정신병자 취급을 당한 것으로 표현하고 있다.
대학생 봉사단원들과 함께 멘토링을 진행하기로 하고 봉사자들 스스로 멘티를 찾기 위해 방문했던 은미네 집은 들어서기 민망할 만큼 살림 도구들과 이불, 옷가지가 어지럽게 널려져 있었고 은미는 어두컴컴한 안쪽 방에서 불도 켜지 않은 채 컴퓨터게임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다시 와도 좋겠냐는 질문에 수줍은 미소로 화답하던 아이. 이후 찾아간 집에 인기척이 없기를 몇 번. 은미의 아버지와 통화 후 아이가 집에 있는 것을 확인하고 방문해도 마찬가지의 상황이 반복되었다며 어떡해야 좋을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하는 봉사단원들을 대신해 아이를 방문해 보기로 했다.
만성질환을 앓고 있어 경제활동이 불가능해 집에서 소일거리를 하시는 아버지가 가꾸어놓은 각종 야채로 가득한 텃밭을 지나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던 은미는 혹시나 싶어 열어본 방문 뒤에 자신을 감추고 우리가 떠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중이었다.
아빠의 다리를 매일 주물러주며 아프지 말라고 당부하는 착한 마음을 가진 아이의 긍정적인 모습들을 부각시키며 이어가는 대화 속에서 아이가 마음속에 담긴 말을 내뱉듯이 쏟아내며 외부인에 대한 두려움을 표현하는 것으로 로 은미와 자원봉사자들의 멘토링은 시작됐다.
따사로운 햇살 속으로 아이를 데려나오려는 시도들은 번번이 실패하고 아이와 멘토인 대학생들의 약속은 어겨지기가 일쑤였지만 거의 매일이다시피 아이의 집을 방문하며 약속 어김을 책망하기보다 은미의 관심사를 같이 이야기하고 시간을 보내주던 대학생 멘토들.
아이의 거듭되는 불이행을 보며 멘토로서의 자격 부족이라는 자책감과 지루한 인내력 테스트에 지친다는 하소연하던 대학생 멘토들과 끊임없이 피드백을 하며 아이의 마음이 열리기를 기다려보자며 격려와 당부를 하면서도 멘토들이 지쳐버리지 않을까 걱정스러웠던 나.
그러기를 두어 달 후 은미에게 편지를 받았다고 기뻐하며 자랑하는 멘토들.
2학기가 시작되면 학교에 다니기로 했다며 두 명의 멘토가 번갈아가며 아침마다 아이를 학교에 등교시키는데 어떤 날은 이 핑계 다음날은 저 핑계, 가는 날과 가지 않는 날의 희비가 교차하는 상황 속에서 포기하지 않고 인내심을 가져준 멘토들의 진심어린 마음 덕분인지 어느 날 은미 스스로 심리치료를 받아보겠다는 의지를 보이기 시작했고 그토록 몸서리치게 꺼리던 심리치료실이 있는 기관으로 발걸음을 시작했다.
멘토링을 시작하고 6개월 만에 보인 변화였다.
학교부적응을 극복하고, 자신을 정신병자 취급하던 무서운 심리치료기관을 스스로 찾아오기까지 은미와 함께한 대학생 멘토들은 매일 매일을 자신의 부족함을 자책하고 포기하고 싶은 마음과 싸우며 정말 은미를 위해 잘하고 있는 것인지를 반문해야만 했다.
아이를 가르치고 변화시키려 하기보다는 사회로부터 스스로를 격리시킨 아이와 함께 해주며 그들을 통해서라도 사회를 경험하게 해 주자는 소박한 뜻을 잊지 않고 되새기며 보낸 인고의 시간들이 만들어낸 결과는 지난 수년간 은미의 문제 상황 개선을 위해 공을 들이던 어떤 전문가도 이뤄내지 못한 일이었다.
내일을 예측할 수 없는 살얼음판 같은 멘토링 활동기간 동안 묵묵한 인내와 사랑을 보여주며 은미의 삶에 작은 기적을 일으킨 순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신현아, 안현영 두 멘토들 그리고 그들을 격려하며 힘을 보탠 코리아핸즈 청년봉사단 선차일드팀 홍지애 팀장과 팀원들 모두에게 박수를 보낸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전남지역본부에서 활동하며 멘토링과 주거개선, 지역사회 나눔 문화 확산, 아동안전교육에 힘써준 썬차일드팀, 나눔비팀 그대들과 함께한 지난 1년간이 행복했습니다. 우리도, 아이들도, 지역사회도!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전남지역본부 사회복지사
<유순재>
경계심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멀찍이 떨어진 채 다가오지 않던 은미가 불쑥 내뱉은 말이었다.
“네” 와 “아니오” 만으로 수동적인 반응을 보이던 은미가 처음으로 긴 문장으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만성적인 질환을 앓고 있는 아버지, 오빠와 함께 생활하면서 학교에도 가지 않고 어두컴컴한 방안에 스스로를 가둔 채 살아가는 아이.
중학교에 다니고 있어야 할 은미의 사정을 안타까워하며 여기저기 도움의 손길들을 보내왔고 학교 부적응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심리치료를 진행하며 입원을 시키게 된 것을 은미 스스로는 정신병자 취급을 당한 것으로 표현하고 있다.
대학생 봉사단원들과 함께 멘토링을 진행하기로 하고 봉사자들 스스로 멘티를 찾기 위해 방문했던 은미네 집은 들어서기 민망할 만큼 살림 도구들과 이불, 옷가지가 어지럽게 널려져 있었고 은미는 어두컴컴한 안쪽 방에서 불도 켜지 않은 채 컴퓨터게임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다시 와도 좋겠냐는 질문에 수줍은 미소로 화답하던 아이. 이후 찾아간 집에 인기척이 없기를 몇 번. 은미의 아버지와 통화 후 아이가 집에 있는 것을 확인하고 방문해도 마찬가지의 상황이 반복되었다며 어떡해야 좋을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하는 봉사단원들을 대신해 아이를 방문해 보기로 했다.
만성질환을 앓고 있어 경제활동이 불가능해 집에서 소일거리를 하시는 아버지가 가꾸어놓은 각종 야채로 가득한 텃밭을 지나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던 은미는 혹시나 싶어 열어본 방문 뒤에 자신을 감추고 우리가 떠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중이었다.
아빠의 다리를 매일 주물러주며 아프지 말라고 당부하는 착한 마음을 가진 아이의 긍정적인 모습들을 부각시키며 이어가는 대화 속에서 아이가 마음속에 담긴 말을 내뱉듯이 쏟아내며 외부인에 대한 두려움을 표현하는 것으로 로 은미와 자원봉사자들의 멘토링은 시작됐다.
따사로운 햇살 속으로 아이를 데려나오려는 시도들은 번번이 실패하고 아이와 멘토인 대학생들의 약속은 어겨지기가 일쑤였지만 거의 매일이다시피 아이의 집을 방문하며 약속 어김을 책망하기보다 은미의 관심사를 같이 이야기하고 시간을 보내주던 대학생 멘토들.
아이의 거듭되는 불이행을 보며 멘토로서의 자격 부족이라는 자책감과 지루한 인내력 테스트에 지친다는 하소연하던 대학생 멘토들과 끊임없이 피드백을 하며 아이의 마음이 열리기를 기다려보자며 격려와 당부를 하면서도 멘토들이 지쳐버리지 않을까 걱정스러웠던 나.
그러기를 두어 달 후 은미에게 편지를 받았다고 기뻐하며 자랑하는 멘토들.
2학기가 시작되면 학교에 다니기로 했다며 두 명의 멘토가 번갈아가며 아침마다 아이를 학교에 등교시키는데 어떤 날은 이 핑계 다음날은 저 핑계, 가는 날과 가지 않는 날의 희비가 교차하는 상황 속에서 포기하지 않고 인내심을 가져준 멘토들의 진심어린 마음 덕분인지 어느 날 은미 스스로 심리치료를 받아보겠다는 의지를 보이기 시작했고 그토록 몸서리치게 꺼리던 심리치료실이 있는 기관으로 발걸음을 시작했다.
멘토링을 시작하고 6개월 만에 보인 변화였다.
학교부적응을 극복하고, 자신을 정신병자 취급하던 무서운 심리치료기관을 스스로 찾아오기까지 은미와 함께한 대학생 멘토들은 매일 매일을 자신의 부족함을 자책하고 포기하고 싶은 마음과 싸우며 정말 은미를 위해 잘하고 있는 것인지를 반문해야만 했다.
아이를 가르치고 변화시키려 하기보다는 사회로부터 스스로를 격리시킨 아이와 함께 해주며 그들을 통해서라도 사회를 경험하게 해 주자는 소박한 뜻을 잊지 않고 되새기며 보낸 인고의 시간들이 만들어낸 결과는 지난 수년간 은미의 문제 상황 개선을 위해 공을 들이던 어떤 전문가도 이뤄내지 못한 일이었다.
내일을 예측할 수 없는 살얼음판 같은 멘토링 활동기간 동안 묵묵한 인내와 사랑을 보여주며 은미의 삶에 작은 기적을 일으킨 순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신현아, 안현영 두 멘토들 그리고 그들을 격려하며 힘을 보탠 코리아핸즈 청년봉사단 선차일드팀 홍지애 팀장과 팀원들 모두에게 박수를 보낸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전남지역본부에서 활동하며 멘토링과 주거개선, 지역사회 나눔 문화 확산, 아동안전교육에 힘써준 썬차일드팀, 나눔비팀 그대들과 함께한 지난 1년간이 행복했습니다. 우리도, 아이들도, 지역사회도!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전남지역본부 사회복지사
<유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