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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과 대학생이 함께 만든 스마트폰영화‘공감’

어르신과 대학생이 함께 만든 스마트폰영화‘공감’

by 운영자 2013.06.11

“복지관 친구들이 스마트폰으로 손주들과 재미있게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을 본 한 할머니가 드디어 용기를 내 스마트폰에 입문한다.

손녀의 도움으로 메신저 사용법도 익히고 재미를 붙여 가는데, 무뚝뚝한 대학생 손자는 집에 오면 인사만 하고는 곧장 자기 방으로 들어가 버리기 일쑤다.

그러던 어느 날 할머니와 손자 둘이서 나들이를 가게 되고 두 사람은 스마트폰으로 사진도 찍고 그 사진을 배경화면으로 올리기도 하면서 그동안 못 다한 이야기를 나눈다.

손자와 함께하는 시간이 마냥 행복해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는 할머니, 손자는 그런 할머니를 보며 또 다른 기쁨을 느낀다.”

어르신과 대학생들이 함께 만든 약 15분가량의 스마트폰영화 ‘공감(feeling)’의 줄거리입니다. 그동안 몇몇 이름난 감독들이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찍었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있는데, 시대를 앞서가는 사람들의 다른 세상 이야기로만 여겼습니다.

그런데 어르신들이 스마트폰영화를 찍었다니, 새삼 세상 흐름에 둔한 제 자신을 반성했습니다.

‘공감’은 서울의 한 노인복지관에서 세대격차 해소와 세대통합을 위해 기획한 프로젝트로 어르신 13명, 대학생 8명이 팀을 이뤄 1년 동안 꾸준히 모여 공부하고 서로 마음을 열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시나리오 작업에서부터 연기, 촬영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함께한 결과물입니다.

스마트폰 사용법과 영화 제작 과정을 익히는 것은 물론 서로가 서로의 문화를 조금이나마 경험하고 이해하기 위해 어르신들은 젊은이들의 거리인 홍대 앞으로, 반대로 대학생들은 어르신들이 많이 모이는 종로 거리로 나가 그 분위기를 맛보기도 했습니다.

서로 모여 앉아 각자의 아이디어와 의견을 내 주제를 선정하고 시나리오 작업에 들어갔고, 소질과 적성에 맞게 촬영팀과 연기팀으로 나눠 영화를 만들어 낸 것입니다.

화기애애한 시간만 있었을 리는 없고 많은 어려움이 있었겠지만 서로가 서로를 받아들이고 힘든 고비를 잘 참아 넘겼기에 영화가 완성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도저히 따라갈 수 없을 것만 같은 기술의 변화, 나와는 상관없이 젊은 사람들만 즐기고 누리는 줄 알았는데 노년에 이르러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 어르신들의 소감은 대부분 “아, 나도 할 수 있구나!”였다고 합니다.

제가 만일 이 프로젝트에 참여 권유를 받았다면 처음에 어르신들이 그러셨던 것처럼 저도 그랬겠지요.

나는 못한다고,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다고. 그러나 어르신들은 해내셨고, 그것만으로도 자신들에게는 물론 다른 세대들에게도 힘을 주셨습니다.

스마트폰영화 ‘공감’은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 검색창에 ‘동작노인종합복지관’을 치면 보실 수 있습니다.

<유경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