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독자를 만나는 즐거움
좋은 독자를 만나는 즐거움
by 운영자 2013.06.12
지난 주 숨이 턱 턱 막힐 정도로 날이 몹시 무덥던 날, 생각지 못한 분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물론 볼 일이 있어 서울에 올라온 길에 들리신 길이라 했지만 사시는 곳이 부산, 참으로 먼 길을 찾아오신 셈이었습니다.
<교차로> ‘아름다운 사회’에 썼던 칼럼을 모아 만든 책을 읽으신 뒤 꼭 한 번 찾아와 만나야지 생각을 하셨다 했으니 저로서는 여간 고마운 걸음이 아닐 수가 없었습니다.
가방에 넣어 오신 책 곳곳에는 많은 밑줄과 메모가 적혀 있어 그분이 얼마나 글을 꼼꼼하게 읽는 분인지를 대번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전화가 왔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는 어떤 분이실까 궁금했는데, 뜻밖에도 그분의 연세는 79세였습니다.
하지만 나이는 아무 상관이 없다 여겨졌던 것은 그분의 표정이나 마음이 소년과 다름없이 밝고 활기찼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기회 닿는 대로 신문이나 잡지에 글을 쓰고 계신 분이었는데, 이야기를 얼마나 활달하고 재미있게 하시는지 마치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던 분을 만난 듯한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따님 둘을 모두 훌륭한 성악가로 키우신 이야기, 지금도 책을 읽고 감동을 받으면 아무리 먼 길이라도 필자를 찾아가 만나신다는 이야기, 당신 중학교 동창생들의 서로 다른 인생의 모습과 그 다른 모습에서 느끼게 되는 삶의 가치, 당신이 쓴 글을 읽고 연락을 한 독자와의 즐거운 만남 등 그분은 처음 만난 내게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는데, 그분이 들려준 이야기 중에 무엇보다 마음에 와 닿았던 것은 책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지금도 그분은 기회가 닿는 대로 책방을 찾아 책의 숲을 거닌다고 했습니다.
헌책방도 즐겨 찾는 곳 중의 하나였습니다. 책방을 찾아 기대하지 못했던 좋은 책을 만나게 되면 숨겨져 있는 보석을 발견한 듯 그렇게 기분이 좋은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서너 시간 책을 고르는 것이 일쑤, 배가 고픈 줄도 모르고 책을 구경하다가 정 배가 고프다 싶으면 가방에 넣어간 빵을 꺼내 먹으면서 책을 고르신다 했습니다.
그런 시간 끝에 생각이 통하는 저자를 만나면 두고두고 마음의 대화를 나누게 되는데, 어찌 그 기쁨을 주식을 통해 많은 돈을 번 것에 비하겠느냐며 정말로 아이처럼 웃으셨습니다.
사람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그가 쓴 글이 곧 그 사람이라는 말도 얼마든지 공감이 되었습니다.
시간이 될 때마다 책방을 찾아 끼니를 잊은 채 책을 고르는, 그러다 배가 고프면 가방 속의 빵을 꺼내 먹으며 여전히 책에 눈길을 주는, 좋은 책을 만나면 보물을 찾은 듯 기뻐하는 일흔아홉의 노인. 이야기를 들으며 마음속으로 그 모습을 상상해 보았는데 단지 그 모습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마음은 유쾌하기 그지없었습니다.
물 한 잔을 놓고 이야기를 나눈 시간이 잠깐인 듯 제법, 그분은 시간을 많이 뺏어 미안하다 하시며 일어나셨지만 오랜만에 맛보는 유익하고 흔쾌한 시간이었습니다.
전철역까지 바래다 드릴 때 나는 어디선가 아주 멀고 깊은 곳에서부터 들려온 맑은 메아리를 듣는 마음이었습니다. 누군가에게 좋은 독자가 된다는 것은 그렇게 마음 깊이 고마운 일이었습니다.
<한희철 목사>
물론 볼 일이 있어 서울에 올라온 길에 들리신 길이라 했지만 사시는 곳이 부산, 참으로 먼 길을 찾아오신 셈이었습니다.
<교차로> ‘아름다운 사회’에 썼던 칼럼을 모아 만든 책을 읽으신 뒤 꼭 한 번 찾아와 만나야지 생각을 하셨다 했으니 저로서는 여간 고마운 걸음이 아닐 수가 없었습니다.
가방에 넣어 오신 책 곳곳에는 많은 밑줄과 메모가 적혀 있어 그분이 얼마나 글을 꼼꼼하게 읽는 분인지를 대번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전화가 왔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는 어떤 분이실까 궁금했는데, 뜻밖에도 그분의 연세는 79세였습니다.
하지만 나이는 아무 상관이 없다 여겨졌던 것은 그분의 표정이나 마음이 소년과 다름없이 밝고 활기찼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기회 닿는 대로 신문이나 잡지에 글을 쓰고 계신 분이었는데, 이야기를 얼마나 활달하고 재미있게 하시는지 마치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던 분을 만난 듯한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따님 둘을 모두 훌륭한 성악가로 키우신 이야기, 지금도 책을 읽고 감동을 받으면 아무리 먼 길이라도 필자를 찾아가 만나신다는 이야기, 당신 중학교 동창생들의 서로 다른 인생의 모습과 그 다른 모습에서 느끼게 되는 삶의 가치, 당신이 쓴 글을 읽고 연락을 한 독자와의 즐거운 만남 등 그분은 처음 만난 내게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는데, 그분이 들려준 이야기 중에 무엇보다 마음에 와 닿았던 것은 책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지금도 그분은 기회가 닿는 대로 책방을 찾아 책의 숲을 거닌다고 했습니다.
헌책방도 즐겨 찾는 곳 중의 하나였습니다. 책방을 찾아 기대하지 못했던 좋은 책을 만나게 되면 숨겨져 있는 보석을 발견한 듯 그렇게 기분이 좋은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서너 시간 책을 고르는 것이 일쑤, 배가 고픈 줄도 모르고 책을 구경하다가 정 배가 고프다 싶으면 가방에 넣어간 빵을 꺼내 먹으면서 책을 고르신다 했습니다.
그런 시간 끝에 생각이 통하는 저자를 만나면 두고두고 마음의 대화를 나누게 되는데, 어찌 그 기쁨을 주식을 통해 많은 돈을 번 것에 비하겠느냐며 정말로 아이처럼 웃으셨습니다.
사람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그가 쓴 글이 곧 그 사람이라는 말도 얼마든지 공감이 되었습니다.
시간이 될 때마다 책방을 찾아 끼니를 잊은 채 책을 고르는, 그러다 배가 고프면 가방 속의 빵을 꺼내 먹으며 여전히 책에 눈길을 주는, 좋은 책을 만나면 보물을 찾은 듯 기뻐하는 일흔아홉의 노인. 이야기를 들으며 마음속으로 그 모습을 상상해 보았는데 단지 그 모습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마음은 유쾌하기 그지없었습니다.
물 한 잔을 놓고 이야기를 나눈 시간이 잠깐인 듯 제법, 그분은 시간을 많이 뺏어 미안하다 하시며 일어나셨지만 오랜만에 맛보는 유익하고 흔쾌한 시간이었습니다.
전철역까지 바래다 드릴 때 나는 어디선가 아주 멀고 깊은 곳에서부터 들려온 맑은 메아리를 듣는 마음이었습니다. 누군가에게 좋은 독자가 된다는 것은 그렇게 마음 깊이 고마운 일이었습니다.
<한희철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