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구와 매실의 수확철에
살구와 매실의 수확철에
by 운영자 2013.06.17
박두규
·광주전남시민포럼 공동대표
우리 집 앞 골목 건너편 텃밭의 비탈에 선 살구나무는 맛있는 떡살구라고 동네에서 알아준다. 나무가 커서 따기도 힘들고, 익기 전에는 신 맛이 강하므로 살구가 익어서 떨어지기를 기다린다.
골목을 지나다니는 사람들도 주워서 새콤달콤한 살구 맛을 본다. 이제 살구 수확은 끝났고 매실을 따야하겠다.
매실을 따는 시기는 꽃이 지고 80일 무렵 구연산 형성이 충실하게 된 때가 좋다니까, 6월 중순이 수확 철이다.
□ 공자가 사랑한 살구나무
매화가 선비들의 사랑을 받아 4군자에 속한 것은 잘 알지만 살구나무가 학문의 상징이라는 것은 그렇지 못하다.
중국 산둥(山東) 취푸(曲府) 공자묘의 행단(杏亶)은 학문을 가르치는 곳으로서 살구나무로 조성되었다.
공자가 살구나무 아래에서 제자들을 가르치고 쉬었기 때문이다. 행(杏)은 살구나무인데, 우리는 은행나무로만 아는 경우가 많다. 향교에서도 은행나무를 상징수로 심고 있어서 공자의 행단이 살구나무인 것은 잘 모른다.
살구나무 씨앗은 한약재로서 행인(杏仁)이라 한다. 필자가 초등학교 시절에는 살구 씨를 구하여 놀잇감을 만들었다.
살구 씨의 볼록한 양쪽을 거친 돌에 갈고 갈아서 구멍을 내고 지독하게 떫은 핵을 파낸 뒤, 앞 이빨과 입술 사이에 끼고 힘차게 불었다. 두 구멍이 뚫린 살구 씨는 ‘휘이익, 휙!’ 높은 휘파람 소리를 내는 도구였다.
그런데 행인(杏仁)은 공자 사상의 핵심이다. 인(仁)을 살구나무의 씨앗으로 비유하여 ‘행인’(杏仁)으로 말한다. 지난 6월 10일 한겨레에 <살구나무와 인>을 쓴 강판권(『공자가 사랑한 나무 장자가 사랑한 나무』의 저자)의 글이 참고할 내용이다.
인은 곧 씨앗이다.
공자가 종자를 의미하는 인을 그토록 강조한 것은, 인이야말로 인간이 존재하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인은 살구 씨앗에서 나무가 커 나오듯, 사람이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다.
인은 하늘이 모든 존재에게 준 씨앗이므로 그 인을 드러내는 것이 인간의 할 일이다.
그래서 유가에서는 인에 기초한 정치, 인정(仁政)을 으뜸으로 친다.
□ 매실보다 살구나무 심을 때
장미과에 속하는 매화와 살구는 이른 봄 잎이 피기 전에 꽃이 먼저 핀다. 매화꽃이 피고 난 뒤에 살구꽃이 따라서 피지만, 열매는 알이 더 굵은 살구가 먼저 익고 매실이 뒤에 여문다.
이렇게 살구의 성장력이 강하기 때문에 매실을 살구와 교배하여 큰 품종으로 개량했다.
매화는 우아한 빛깔과 짙은 향기로 선비들의 추앙을 받는 4군자의 첫 자리에 있다. 살구꽃잎은 연분홍색으로 꽃받침이 처음부터 뒤로 젖혀져 꽃이 풍성하고 화사하다.
그래서 복숭아꽃과 함께 선비들의 이상세계와는 다른 풍류의 대상이다. 당나라 시인 두목은 ‘살구꽃 핀 동네(杏花村)’를 좋은 술집으로 알렸다.
우리 시인 안도현은 추운 날 살구꽃을 흐드러지게 피워내는 것을 시인의 몸부림으로 보았다. 창작의 고통으로 피어난 살구꽃, 학문의 상징인 살구나무를 다시 본다.
살구와 매실은 전통적인 약용식물이다. 최근 매실이 건강식품으로 널리 보급되었는데, 기후조건이 따뜻하고 습한 남부지방에 적합하여 광양, 순천, 하동에서 전국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낸다.
수익도 짭짤하여 해마다 묘목이 많이 팔리고 있어서 과잉생산이 걱정될 지경이다.
이제 매실을 심고 싶은 땅이 있으면 살구나무를 심으면 좋겠다. 살구 과육의 베타카로틴은 눈에도 좋고 노화 예방과 항암 효과까지 있다니 건강식품으로 더욱 뜰 것이다.
살구나무는 추위에도 비교적 강하고 척박한 곳에서도 살아남기 때문에 중국에서는 황토고원에 심는 나무로 정했다.
·광주전남시민포럼 공동대표
우리 집 앞 골목 건너편 텃밭의 비탈에 선 살구나무는 맛있는 떡살구라고 동네에서 알아준다. 나무가 커서 따기도 힘들고, 익기 전에는 신 맛이 강하므로 살구가 익어서 떨어지기를 기다린다.
골목을 지나다니는 사람들도 주워서 새콤달콤한 살구 맛을 본다. 이제 살구 수확은 끝났고 매실을 따야하겠다.
매실을 따는 시기는 꽃이 지고 80일 무렵 구연산 형성이 충실하게 된 때가 좋다니까, 6월 중순이 수확 철이다.
□ 공자가 사랑한 살구나무
매화가 선비들의 사랑을 받아 4군자에 속한 것은 잘 알지만 살구나무가 학문의 상징이라는 것은 그렇지 못하다.
중국 산둥(山東) 취푸(曲府) 공자묘의 행단(杏亶)은 학문을 가르치는 곳으로서 살구나무로 조성되었다.
공자가 살구나무 아래에서 제자들을 가르치고 쉬었기 때문이다. 행(杏)은 살구나무인데, 우리는 은행나무로만 아는 경우가 많다. 향교에서도 은행나무를 상징수로 심고 있어서 공자의 행단이 살구나무인 것은 잘 모른다.
살구나무 씨앗은 한약재로서 행인(杏仁)이라 한다. 필자가 초등학교 시절에는 살구 씨를 구하여 놀잇감을 만들었다.
살구 씨의 볼록한 양쪽을 거친 돌에 갈고 갈아서 구멍을 내고 지독하게 떫은 핵을 파낸 뒤, 앞 이빨과 입술 사이에 끼고 힘차게 불었다. 두 구멍이 뚫린 살구 씨는 ‘휘이익, 휙!’ 높은 휘파람 소리를 내는 도구였다.
그런데 행인(杏仁)은 공자 사상의 핵심이다. 인(仁)을 살구나무의 씨앗으로 비유하여 ‘행인’(杏仁)으로 말한다. 지난 6월 10일 한겨레에 <살구나무와 인>을 쓴 강판권(『공자가 사랑한 나무 장자가 사랑한 나무』의 저자)의 글이 참고할 내용이다.
인은 곧 씨앗이다.
공자가 종자를 의미하는 인을 그토록 강조한 것은, 인이야말로 인간이 존재하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인은 살구 씨앗에서 나무가 커 나오듯, 사람이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다.
인은 하늘이 모든 존재에게 준 씨앗이므로 그 인을 드러내는 것이 인간의 할 일이다.
그래서 유가에서는 인에 기초한 정치, 인정(仁政)을 으뜸으로 친다.
□ 매실보다 살구나무 심을 때
장미과에 속하는 매화와 살구는 이른 봄 잎이 피기 전에 꽃이 먼저 핀다. 매화꽃이 피고 난 뒤에 살구꽃이 따라서 피지만, 열매는 알이 더 굵은 살구가 먼저 익고 매실이 뒤에 여문다.
이렇게 살구의 성장력이 강하기 때문에 매실을 살구와 교배하여 큰 품종으로 개량했다.
매화는 우아한 빛깔과 짙은 향기로 선비들의 추앙을 받는 4군자의 첫 자리에 있다. 살구꽃잎은 연분홍색으로 꽃받침이 처음부터 뒤로 젖혀져 꽃이 풍성하고 화사하다.
그래서 복숭아꽃과 함께 선비들의 이상세계와는 다른 풍류의 대상이다. 당나라 시인 두목은 ‘살구꽃 핀 동네(杏花村)’를 좋은 술집으로 알렸다.
우리 시인 안도현은 추운 날 살구꽃을 흐드러지게 피워내는 것을 시인의 몸부림으로 보았다. 창작의 고통으로 피어난 살구꽃, 학문의 상징인 살구나무를 다시 본다.
살구와 매실은 전통적인 약용식물이다. 최근 매실이 건강식품으로 널리 보급되었는데, 기후조건이 따뜻하고 습한 남부지방에 적합하여 광양, 순천, 하동에서 전국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낸다.
수익도 짭짤하여 해마다 묘목이 많이 팔리고 있어서 과잉생산이 걱정될 지경이다.
이제 매실을 심고 싶은 땅이 있으면 살구나무를 심으면 좋겠다. 살구 과육의 베타카로틴은 눈에도 좋고 노화 예방과 항암 효과까지 있다니 건강식품으로 더욱 뜰 것이다.
살구나무는 추위에도 비교적 강하고 척박한 곳에서도 살아남기 때문에 중국에서는 황토고원에 심는 나무로 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