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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박람회

꽃 박람회

by 운영자 2013.06.17

매년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소위 ‘꽃 박람회’를 개최한다. 나도 꽃 박람회를 어떻게 개최하는지 궁금하던 차에 마침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도 행사가 열려 직접 찾아갔다.

꽃 박람회에 전시한 ‘꽃’은 나무 혹은 풀에 핀 꽃을 말한다. 그러니 꽃박람회가 아니라 ‘식물 박람회’라는 명칭을 사용해야 적합하다. 만약 나무와 풀의 열매를 보여주려면 ‘열매 박람회’라 불러야 한다.

꽃 박람회에는 분재도 전시 중 상당히 큰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소나무와 향나무 중심의 분재에는 꽃이 핀 나무를 보지 못했다.

물론 꽃 박람회라고 해서 반드시 꽃이 핀 식물을 전시할 필요는 없지만, 꽃 박람회에 분재가 등장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의문이다.

내가 찾은 꽃 박람회는 도대체 무엇을 보여주려는 것인지를 알 수 없을 만큼 특색 없는 행사였다. 행사장에는 먹거리 코너까지 적지 않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다. 더욱이 행사장 안에는 커피판매까지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저 밋밋한 보통의 시장 같은 분위기였다. 주제를 파악할 수 없는 꽃 박람회를 왜 개최하는지조차 의심할 만큼 수준미달의 행사였다.

18세기 중엽부터 시작한 박람회는 날로 발전하고 있지만, 꽃 박람회는 찾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정보는 커녕 다양한 정보조차 제공하지 못했다.

박람회는 아무리 공간이 좁더라도 주제를 갖춘 식물을 전시하고, 그 주제에 맞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보여줘야만 한다. 그러나 내가 찾은 어떤 코너에서도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보여주지 않았다.

그저 찾은 사람들이 주마간산 식으로 둘러보는 게 고작이었다.

꽃 박람회에서 얻은 한 가지 위안은 장미과의 찔레에 붉은 꽃이 핀 것을 본 일이다. “찔레꽃 붉게 피는 남쪽나라 내 고향”으로 시작하는 노랫말에 대해 그간 식물학자들 간에 논란이 있었다. 일반적으로 찔레꽃은 붉게 피는 것이 아니라 하얗게 피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랫말의 붉은 찔레꽃은 해당화라는 설이 있는 가하면, 실제 붉은 찔레꽃이 있다는 설로 논란이 있었다. 그런데 행사장에서 붉은 찔레꽃을 보았다. 행사장의 붉은 찔레꽃이 최근에 개량된 것인지 물어보지 않아 알 수 없지만, 설령 개량했더라도 붉은 찔레꽃을 보았다는 사실만으로도 내게 큰 위안이었다.

아무리 수준 낮은 행사라도 적극 참가해서 차근차근 관찰하면 얻는 것이 있는 법이다.

<강판권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