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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사진 찍던 날

가족사진 찍던 날

by 운영자 2013.06.20

어른들은 어른들대로, 20대 청춘들은 청춘들대로 각자 어찌나 바쁜지 한자리에 모여 밥 먹는 일도 어려운데 하물며 사진촬영이라니! 처음 생각은 그랬지만 올해 성년이 된 둘째를 ‘성년의 날’ 전후에 제대로 챙겨주지 못했다는 식구들의 미안한 마음도 있고 해서, 겸사겸사 막내까지 어른이 된 기념으로 모처럼 가족사진을 찍기로 했습니다.

시도 때도 없이 서로 휴대폰 카메라를 들이대곤 하지만, 사진관에 가서 전문가의 손으로 기념사진을 남기는 일이니 아무래도 신경이 좀 쓰였습니다.

정장은 재미없다며 아이들끼리 의논해서 정한 그날의 옷차림은 청바지에 흰색 상의였습니다.

거기다가 두 달 전에 우리 집 식구가 된 강아지도 함께 찍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아이들이 ‘소셜커머스(social commerce, 공동할인구매)’를 통해 3만원을 내고 예약을 하니, 촬영비용은 물론이고 A4용지 반 장 정도의 사진과 지갑에 넣고 다닐 수 있는 명함 크기의 사진을 식구수대로 각각 넉 장씩 만들어 준다고 했습니다.

드디어 사진 찍는 날. 매일같이 체중이 증가하고 있는 남편과 저는 둘 다 숨도 쉬기 어려울 만큼 꽉 끼는 청바지를 겨우 차려 입고 나섰고, 위에는 네 식구 각자 취향대로 흰색 와이셔츠와 블라우스, 면으로 된 티셔츠를 입었습니다.

집안 구석구석을 뒤지며 개구쟁이 짓을 하느라 늘 털에 때가 묻어있는 강아지는 깨끗하게 목욕을 시켰더니 다행히 가슴 부분의 흰털이 본래대로 새하얗게 돌아왔습니다.

예약 순서에 맞춰 정신없이 돌아가는 토요일 오후의 사진관, 강아지가 혹시라도 사납게 짖거나 말썽을 피워 다른 사람들에게 폐를 끼칠까봐 조마조마해 등에 땀이 흘렀습니다.

그런데 막상 사진기 앞에 앉으니, 천방지축 말썽꾸러기 강아지도 눈부신 조명에 주눅이 들었는지 제법 얌전합니다. 무사히 사진을 찍고 나니 사진사도 강아지가 제일 포즈를 잘 잡았다며 칭찬을 합니다.

강아지가 아니었어도 밝은 조명 아래서 땀은 좀 났을 것이고, 네 식구가 시간 맞추랴 같이 이동하랴 아무래도 힘은 좀 들었지만 늘 그렇듯이 가족사진을 찍고 나니 기분이 좋습니다. 몇 년에 한 번 사진관에 가서 찍는 가족사진은 일상생활이 담긴 사진들과는 다른 맛이 있습니다.

아이들은 이만큼 자랐고, 우리 식구 모두 건강하게 열심히 살아왔다고, 정말 고맙다고 서로에게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얼마 후 가족사진이 나오면 식구들은 3년 전에 찍은 사진과 어디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비교해보며 즐거워하겠지요. 오랜 후에 사진이 희미해져도 함께 사진을 찍던 추억만큼은 선명하게 남아있을 것 같습니다.

<유경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