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못 살린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전통 못 살린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by 운영자 2013.06.28
세계의 정원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기대로 찾아간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는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크다.
정원박람회인지, 꽃 축제인지 헷갈리며 흑두루미 미로정원, 갯지렁이 다니는 길 등 생태와 관련된 테마정원도 있지만 한방체험관, 승마체험장은 생뚱맞다.
한글이 새겨진 알록달록한 유리타일로 세계 각국의 어린이들이 그린 그림 14만여 점을 전시한 ‘꿈의 다리’는 이색적이다. 뽀로로 등 다양한 캐릭터로 꾸민 ‘어린이 놀이정원’과 스토리텔링이 있는 ‘나무이야기’ 등 다채로운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제공하려 애쓴 흔적은 뚜렷하다.
111만2000㎡의 넓은 들판에 참여정원, 테마정원 등 83개의 정원을 꾸며 놓았으나 정작 세계전통정원 11곳은 나라별 특색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네덜란드정원은 풍차 주변에 튤립을 심었으나 철이 지나 샐비어와 메리 골드로 바뀐다고 한다. 그 앞에 커다란 나막신 ‘클롬펀’ 한 켤레를 배치해 놓은 게 고작이다.
오렌지나무대신 유자나무를 심었다는 스페인정원은 마주 보는 석조 미니 분수 사이로 물이 흐르는 단조로운 구조다. 알함브라궁전 물길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타레가의 영롱한 기타 선율(알함브라의 궁전)을 떠 올리기엔 무리다.
중국정원은 양산백과 축영대의 사랑이야기를 표현한 커다란 조각만 눈에 들어올 뿐 중국정원 고유의 멋과 맛을 느낄 수 없다.
한국정원 다음으로 큰 규모의 프랑스정원은 대리석 2층 레스토랑과 함께 “베르사유 궁전을 모델로 바로크 시대 건축양식을 도입하여 정원을 만들었다”는 게 안내원의 설명이다.
기하학적인 디자인과 화려하고 질서정연한 아름다움을 간직한 베르사유 궁전의 정원과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다.
세계 5대 연안습지 중 한 곳으로 드넓은 갈대 군락과 수많은 생명이 살아가는 순천만과 연계한 박람회장은 행사 후 버려지거나 철거할 시설이 아니다. 42만여 그루의 각종 수목은 세월이 흐를수록 무성한 숲을 이룰 것이다.
각 나라 정원의 특색을 제대로 보완하여 후대에 물려주는 게 순천만의 가치를 더욱 빛내는 일이다.
<이규섭 시인>
정원박람회인지, 꽃 축제인지 헷갈리며 흑두루미 미로정원, 갯지렁이 다니는 길 등 생태와 관련된 테마정원도 있지만 한방체험관, 승마체험장은 생뚱맞다.
한글이 새겨진 알록달록한 유리타일로 세계 각국의 어린이들이 그린 그림 14만여 점을 전시한 ‘꿈의 다리’는 이색적이다. 뽀로로 등 다양한 캐릭터로 꾸민 ‘어린이 놀이정원’과 스토리텔링이 있는 ‘나무이야기’ 등 다채로운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제공하려 애쓴 흔적은 뚜렷하다.
111만2000㎡의 넓은 들판에 참여정원, 테마정원 등 83개의 정원을 꾸며 놓았으나 정작 세계전통정원 11곳은 나라별 특색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네덜란드정원은 풍차 주변에 튤립을 심었으나 철이 지나 샐비어와 메리 골드로 바뀐다고 한다. 그 앞에 커다란 나막신 ‘클롬펀’ 한 켤레를 배치해 놓은 게 고작이다.
오렌지나무대신 유자나무를 심었다는 스페인정원은 마주 보는 석조 미니 분수 사이로 물이 흐르는 단조로운 구조다. 알함브라궁전 물길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타레가의 영롱한 기타 선율(알함브라의 궁전)을 떠 올리기엔 무리다.
중국정원은 양산백과 축영대의 사랑이야기를 표현한 커다란 조각만 눈에 들어올 뿐 중국정원 고유의 멋과 맛을 느낄 수 없다.
한국정원 다음으로 큰 규모의 프랑스정원은 대리석 2층 레스토랑과 함께 “베르사유 궁전을 모델로 바로크 시대 건축양식을 도입하여 정원을 만들었다”는 게 안내원의 설명이다.
기하학적인 디자인과 화려하고 질서정연한 아름다움을 간직한 베르사유 궁전의 정원과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다.
세계 5대 연안습지 중 한 곳으로 드넓은 갈대 군락과 수많은 생명이 살아가는 순천만과 연계한 박람회장은 행사 후 버려지거나 철거할 시설이 아니다. 42만여 그루의 각종 수목은 세월이 흐를수록 무성한 숲을 이룰 것이다.
각 나라 정원의 특색을 제대로 보완하여 후대에 물려주는 게 순천만의 가치를 더욱 빛내는 일이다.
<이규섭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