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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두와 호도

호두와 호도

by 운영자 2013.08.05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견과류에 대한 소비도 급증하고 있다. 가래나뭇과의 갈잎 큰 키 나무 호두나무의 열매인 호두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아주 즐겨 먹는 견과이다.

그런데 호두의 한자 이름은 호도(胡桃)이다. 호도의 ‘호’는 중국 밖에서 들어온 식물의 이름에 붙이는 접두사이고, ‘도’는 나무의 열매가 복숭아를 닮아서 붙인 이름이다.

중국은 고대부터 중국 밖의 존재를 ‘오랑캐’라 불렀다.‘호’는 오랑캐를 통칭하는 용어이다.

우리나라의 호두나무는 고려시대 유청신이 몽골에서 수입한 것이다. 현재 유청신과 관련한 호두나무는 충청남도 천안시에 위치한 광덕사 입구에 살고 있다.

이곳의 호두나무는 400살이 넘지만 유청신이 중국 몽골에서 가져온 그 나무는 아니다. 다만 그 당시의 호두나무 후손일지도 모른다. 광덕사의 호두나무는 우리나라의 호두나무 중 가장 오래된 나무이다.

그래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유일한 나무이다. 이 나무는 껍질에서 연륜을 느낄 수 있다.

깊게 패인 껍질의 골은 마치 굴참나무의 껍질을 연상케 한다. 지금 이곳의 호두나무는 오랜 세월을 견디면서 생긴 상처들이 많이 남아 있다. 그러나 그 옆에 살고 있는 호두나무 한 그루는 속이 거의 썩어버렸다.

나이는 천연기념물보다 훨씬 어리지만 속이 썩어버렸으니, 천연기념물 호두나무가 얼마나 위대한지를 이 나무를 통해 알 수 있다. 광덕사의 호두나무의 줄기에는 푸른 이끼가 많이 살고 있다.

그 만큼 이 나무의 건강이 좋지 않다는 뜻이다. 호두나무에는 나이가 많은 탓인지 열매가 많지 열리지 않는다. 가지도 많이 잘려나가 후손을 남기는 힘조차 벅찬 것이다.

광덕사의 호두나무는 호두과자를 천안의 특산물로 만든 주인공이다. 그래서 천안에 가면 도시 중심가는 물론 곳곳에서 호두과자를 팔고 있다.

그런데 천안에서 가장 오래되었다는 한 호두과자 가게에는 아직도 호두과자가 아니라 호도과자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호도과자라는 이름만으로도 호두과자의 역사를 보여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천안의 호두과자에 넣는 호두는 절대다수가 천안에서 생산한 것이 아니라 중국 수입산이다. 천안의 명물 호두과자의 원료가 중국산이 아니라 천안산으로 만드는 날이 올까.

천안을 상징하는 천안삼거리에 능수버들이 거의 사라졌듯이, 천안의 상징 호두과자에도 천안산 호두가 사라졌다. 언제 능수버들 넘실대는 천안삼거리에서 천안산 호두과자를 먹어볼까.

<강판권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