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자라기를 멈추는 민들레처럼

자라기를 멈추는 민들레처럼

by 운영자 2013.08.14

연일 이어지는 불볕더위를 겪으며 오래전에 쓴 ‘민들레’라는 동화가 생각났습니다. 머잖아 엄마 품을 떠나게 될 까만 씨앗들에게 엄마가 마지막으로 이야기를 들려주는 내용입니다.

곧 자신의 품을 떠나게 될 씨앗들에게 엄마는 간절한 마음으로 몇 가지 당부의 말을 합니다.

먼저 몸이 가벼워야 바람을 탈 수 있으니 욕심을 버리라고 합니다. 다음으로 일러주는 것은 ‘땅내’에 관한 것입니다. 땅에서 나는 냄새인 땅내를 잘 맡으라고 합니다.

씨앗이 뿌리를 내릴 곳은 흙밖엔 없다는 것을 엄마는 잘 알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들려주는 이야기는 떨어진 곳과 관련이 있습니다. 엄마는 씨앗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너희는 어느 곳에 떨어지든지 그곳을 사랑해야 한단다. 너희들 중에는 꽃밭과 같이 좋은 곳에 떨어질 씨앗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씨앗이 더 많을 거야.

자갈밭에 떨어지기도 할 거구, 갈라진 벽돌담 틈새로 떨어지기도 할 거야. 빈 들판 논둑이나 밭둑일 수도 있고, 무덤가일 수도 있어. 빈 집 뜰일 수도 있고, 더러는 진흙탕 속이나, 심지어 똥 위에 떨어지는 씨앗도 있을 거야.

길 위에 떨어져 사람들에게 밟힐 수도 있을 거구. 그렇게 너희들이 떨어지는 곳이 어디라 할지라도, 그곳을 사랑하렴. 왜 하필 나만 나쁜 곳에 떨어졌냐고 원망일랑 하지 말구. 원망은 살아 있는 것이 해서는 안 되는 것이지. 내가 내린 그 곳을 진심으로 사랑해야 한단다.”

엄마의 간절한 말에 씨앗들이 “내가 내린 그 곳을 사랑하는 일은 무엇인가요, 엄마?” 하고 물었을 때 엄마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그건 아주 쉬운 일이란다. 내가 내린 그곳에 뿌리를 깊숙이 뻗고, 아름다운 꽃을 피워 내는 일이지. 그러면 되는 거야. 그것밖엔 없단다.”

그렇게 엄마가 씨앗들에게 들려주는 당부 중에는 ‘뿌리’에 관한 것이 있습니다. 뿌리가 땅에 묻혀 보이지 않는다고 뿌리를 뻗는 일을 게을리 하지 말 것을 당부합니다.

딱딱한 흙과 자갈에 막혀 뿌리를 뻗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위로 피어나는 꽃의 높이보다도 더 깊이 뿌리를 내려야만 꽃을 피울 수 있음을 일러주는데 뿌리에 대한 엄마의 당부는 다음과 같이 끝납니다. “만약 뿌리를 뻗어도 물이 없다면, 가물 때엔 가끔씩 그럴 수가 있지, 그 땐 자라기를 당분간 멈춰야 해. 그렇지 않으면 모두 마르게 된단다.”

뿌리를 뻗어도 물기를 찾을 수 없을 땐 자라기를 멈추는 민들레, 자라기를 멈춤으로 생명을 지키는 민들레에게서 우리가 얻을 삶의 지혜가 따로 있지 않을까요?

<한희철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