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순천만PRT에 대한 걱정거리

순천만PRT에 대한 걱정거리

by 운영자 2013.08.29

<고재경>
·정당인


그동안 말도 많았던 순천만PRT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본격적인 영업에 앞서 지난 8월 15일부터 관람객을 태운 시승운전을 시작했다. 시승운전을 두고도 말이 많다.

준공 이전에 대규모로 사람을 태우고 안전검사를 하는 행위는 전례가 없는 것으로 오직 정원박람회 이벤트만을 염두에 둔 안전 불감 행정이라는 비판과 비판을 위한 비판에 불과하다는 주장이 대립하고 있다.

순천만PRT는 순천만국제습지센터~순천문학관 4.6km 구간을 운행하는 택시 형태의 소형(6인승) 경전철로 지난 2009년 9월에 순천시와 포스코가 투자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서 시작된 사업이다.

그러나 본 사업은 사업자 선정에서부터 순천시의 특정업체에 대한 특혜의혹이 불거지면서 지역 시민단체들이 감사원에 감사청구를 하는 등 거센 반발을 불러왔다.

감사원 감사결과 순천시(시장 노관규)가 사업공고 이전에 미리 특정업체를 내정하였고, 이것이 지역균형개발법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사전에 검토하여 위배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불법적으로 특정업체를 선정한 사실이 확인되었다.

이는 다른 친환경교통수단 기술을 보유한 민간개발업체의 참여를 원천적으로 차단한 것으로 행정의 공정성과 신뢰성이 훼손되었고, 순천만자연생태공원 입구에 있는 현 주차장을 순천만PRT의 출발지점인 순천만국제습지센터 인근으로 옮기고 순천만PRT로만 순천만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독점적 지위를 보장한 특혜에 해당한다고 지적하고, 관련 공무원을 징계할 것을 순천시장(조충훈)에 하달한 바 있다.

또한 지난 4월 순천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위원장 이종철)는 순천만PRT가 정원박람회 개막일까지 사업이 완료되지 않자 협약서 제27조 협약해지사유에 충분하다며, 순천만PRT사업 협약을 즉각 해지하고 교량구조물 등 모든 시설물 일체를 즉각 철회할 것을 순천시에 촉구한 바 있다.

더불어 순천시의회 5월 임시회에서는 감사원 감사결과에 의거 지역균형법 위반과 지방재정법상 지방자치단체에 채무부담의 원인이 되는 계약의 체결은 지방의회의 의결을 얻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지방의회의 승인이 없었기 때문에 순천시와 포스코 간에 체결한 협약은 원천무효라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원천무효의 여부는 법정에서 판단될 문제이다. 만약, 원천무효가 된다면 그 파장은 엄청날 것이다. 국가배상법에는 손해의 원인이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인 경우에는 자치단체가 업체의 피해액을 배상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자치단체는 해당 공무원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미 감사원 감사결과 순천시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확인된 상태여서 당시 불법적 계약을 체결한 공무원들에게 구상권이 청구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순천만PRT에 대한 시민의 분노와 불신은 전적으로 당시 순천시(시장 노관규)가 법을 어겨가면서 특정업체를 선정하고 협약서의 내용이 일방적으로 순천시에 불리하고 순천만을 이용하는 관람객의 불편을 감수하고 있는 것에서 비롯되고 있다.

그 핵심내용은 탑승객 요금 1인당 5000원 기준으로 연간 66.6만 명 이하일 경우 순천시가 손실부담금을 20년간 부담하기로 되어있으며, 현재의 주차장을 폐쇄하고 순천만PRT로만 순천만 접근을 단일화하는 독점적 지위를 보장했고, 순천만PRT 탑승요금을 순천시가 순천만 입장료에 포함해 통합징수한 후 사업자에 지급하도록 했고, 운행에 필요한 전력용량은 순천시가 확보하여 제공하도록 되어있으며, 탑승객의 현저한 감소가 예상되는 순천만 습지에 대한 관광정책을 순천시가 행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누가 보기에도 순천시와 포스코가 체결한 협약서는 문제가 있어 보인다. 업체의 이익을 일방적으로 보호하는 계약이다. 오히려 계약은 반대가 되어야 한다.

포스코 입장에서는 소형 경전철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서 스웨덴의 백터스라는 회사를 인수했고, 다른 경전철과 대비되는 이 회사 제품의 특성은 6인승이라는 점과 승객의 목적지까지 원스톱으로 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신개념의 교통수단이다.

그러나 이 회사는 기술개발은 했지만 아직 한 군데도 상용화하지 못한 상태이다. 그래서 포스코는 이 사업의 성공을 위해 어디엔 가에 자사 제품이 실제로 운행하는 것을 보여줘야 할 절박한 처지에 있는 것이다.

어떤 투자를 감수하고서라도 그 회사의 사활이 걸린 문제인 것이다. 그런데 연간 200만명 이상이 방문하고 있는 순천만은 아직 어디에서도 검증되지 않은 특정 회사제품의 시험장으로 하기에는 너무나 과분한 요건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포스코가 개발한 소형 경전철은 엄밀히 말하면 완성된 제품이 아니다. 실제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실제 운행과정에서 안전성과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 입증된 후에야 비로소 신개념의 교통수단으로 인정되는 것이다.

순천만에 설치되는 순천만PRT는 그래서 회사입장에서는 시험선 또는 홍보선의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협약서의 내용은 초기 제품개발을 위해 응당 해당 업체가 투자해야 할 성격까지도 모두 순천시가 부담하고 있는 것이다.

뒤늦게 순천시(시장 조충훈)는 협약서의 불합리한 내용을 변경할 것을 포스코에 요청했다. 그러나 포스코는 여러 이유를 들어 운행개시 후에 협의하자는 입장이다.

앞으로 준공검사 과정에서 안전판으로 삼겠다는 속내를 보이는 것으로 읽혀진다. 운행개시 후 협상에 들어가도 현재의 내용이 크게 바뀔 것으로 기대되지도 않는다. 한번 계약된 회사의 유리한 조건을 쉽게 양보하려 하겠는가.

민자사업의 결과는 엄청난 국고와 자치단체 예산을 축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인천공항고속도로는 건설비 1조5000억 사업이 11년 만에 정부가 지출한 손실보전금이 9000억 원이며, 2020년까지 건설비의 두 배인 3조원에 육박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구 범물~안심 간의 민자도로 역시 건설비 1683억 원의 두 배인 3000여 억원의 손실보전금을 지급해야 한다. 광주2순환도로와 용인경전철 민자사업 역시 비슷한 처지이다. 앞선 사례에서 순천만PRT를 보는 순천시민의 근심이 깊어지는 것이다.

포스코는 운행개시 이전에 독소조항에 대한 변경에 임해야 한다. 당시 순천시를 어떻게 홀렸는지 알 수는 없으나 금쪽같은 순천만, 순천시민의 자존심이 되어 있는 순천만을 상대로 불법과 비상식이 난무한 기업이윤추구의 장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 순천시도 순천만PRT가 가져올 파장을 대비해 냉정한 대처가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