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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자신까지 속이는 기억의 거짓

자기자신까지 속이는 기억의 거짓

by 운영자 2013.09.09

우리는 흔히 삶을 ‘속고 속이는 인생’이라고 표현한다. 그렇다. 우리는 늘 속고 속이며 살아간다.

그렇게 믿었던 부모에게 속고 자식에게 속고, 아내에게 속고, 남편에게 속고, 친구에게 속고, 이웃에게 속고 장사꾼에게 속으며 매일매일 살아간다.

한편으로는 부모를 속이고 자식을 속이고 배우자를 속이고 친구를 속이고 이웃을 속이며 살아간다. 알고도 속고 속이며 모르고도 속고 속인다.

그래, 우리는 지난 세월 살아오면서 누구에게 가장 많이 속았고, 누구를 가장 많이 속였을까? 학생들에게 물었더니 속은 것도 속인 것도 엄마가 1위였다.

과연 그럴까? 기실은 엄마보다 자기 자신을 더 많이 속이고 있으며 자기 자신에게 가장 많이 속고 산다. 그렇다. 나는 나를 속이고 나에게 속으며 살아간다.

왜 나는 스스로 속고 속이며 살아야 하는가?

우리는 자신을 속이지 말라고 배웠다. 나쁜 짓이기 때문이다. 어떤 이는 자기 자신을 속이는 것은 ‘모든 사기의 최초이자 최악’이라고까지 말한다.

과연 자신을 속이는 것은 모두 다 나쁜 짓일까? 그렇지 않다. 경우에 따라 긍정적 효과를 가져 오기도 한다.

예컨대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지능과 외모가 평균이상이라고 자신을 기만함으로써 긍정적 자아상을 갖게 한다. 웃음치료도 일종의 자기기만이다.

책상 두드리고 발을 구르면서 하하 호호 깔깔 웃어댐으로써 자신이 진정 행복한 것처럼 착각하도록 만들어 스트레스를 완화시킨다.

따져보면 우리는 매일같이 자신을 기만하며 살아간다. 우리는 왜 자신까지 기만하며 살고 있는가? 자기기만은 단순한 속임수나 거짓말보다 보다 심오하고 복잡하다.

기본적으로는 자신을 기만하는 것이 생존에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뇌는 긍정적 자아상을 갖기 위해 자신에게 유리한 기억을 선택하고 저장한다.

그리고 심리적 면역체계를 갖추기 위해 자신을 기만한다.

우리의 뇌는 철저한 자기중심성과 지독한 자기애에 빠져 있는 거짓말쟁이다. 본능적으로 뇌는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정보를 조작하고 보고 싶은 것, 듣고 싶은 것, 기억하고 싶은 것만 취사선택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이 위태롭지 않을 때도, 중요한 것은 물론 지엽적인 사실까지도 거짓되게 기억한다.

거의 모든 경우에서 자신을 사건의 중심으로 삼는다.

자신의 믿음을 정당화하기 위해 기억을 조작하기도 한다.

우리의 뇌는 생존을 위해 기억을 조작한다. 불가피한 일이다. 그러나 비록 자기기만이 불가피한 것이긴 해도 극단적인 자기기만의 끝은 재앙이다. 관건은 기억의 목적이다.

즉 기억의 목적은 기본적으로 미래를 구상하며 새로운 경험을 촉진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기억의 목적을 상실 한 채 자기기만의 우물에 빠져 자기만의 동그란 하늘을 쳐다보고 있다. 자기표준, 자기이념에 갇혀 다른 세계를 부정하고 있다.

우리는 극단적인 자기기만으로 종종 재앙을 불러일으키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명심할 것은 훌륭한 기억은 정확하게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구상하고 계획하는 ‘기억의 목적’을 실현하는 것이다.

<이성록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