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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 권이 주는 은총

책 한 권이 주는 은총

by 운영자 2013.09.11

오래 전에 읽은 책 중에 <사막별 여행자>라는 책이 있습니다. 이 책을 쓴 이는 사하라 사막에서 유목민으로 살아가던 투아레그족의 무사 앗사리드라는 사람입니다.

투아레그족은 사하라 사막에서 유목생활을 하는 베르베르인의 한 종족으로 여자들과 이방인들 앞에서 푸른 베일로 얼굴을 가리는 까닭에 ‘푸른 베일의 부족’이란 이름을 얻게 되었는데, 투아레그라는 말은 ‘사막에 사는 사람들’이란 뜻입니다.

투아레그족은 자신들을 ‘이모하’라 부르는 걸 좋아하는데, ‘자유인’을 뜻하는 말이라고 하지요.

보이느니 모래 언덕밖에 보이지 않는 곳, 사람과 짐승과 식물 등 생명을 가진 온갖 것들이 생존하기에 가장 악조건이지 않을까 싶은 사막에서 살던 유목민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어떤 이야기일까 궁금한 마음으로 책을 펼쳤는데, 책을 읽으며 무엇보다 재미있게 여겨졌던 것은 무사가 책을 쓰게 된 계기였습니다.

어느 날 파리-다카르 자동차 경주를 취재하러 온 여기자가 투아레그족의 야영지에 나타나게 됩니다.

기자가 어깨에 멨던 가방에서 책 한 권이 떨어지고, 한 소년이 달려가 그 책을 집어줍니다.

그런 소년을 귀엽게 여긴 여기자가 그 책을 소년에게 선물로 주고 떠나지요. 글과 그림이 담긴 그 책을 꼭 읽고 싶은 마음이 생긴 소년은 아버지를 졸라 날마다 30킬로미터를 걸어 학교에 다니게 되고 마침내 소년은 그 책을 읽게 되는데, 그 소년이 읽게 된 책이 바로 <어린왕자>였습니다.

소년은 어린 왕자가 죽는 책의 결말 부분을 읽고는 어린 왕자의 형제가 아직 사막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생텍쥐페리가 살고 있는 프랑스로 가게 됩니다. 이미 생텍쥐페리가 세상을 떠난 것도 모르고 말입니다.

이미 짐작했겠지만 그 소년이 바로 무사였습니다. 무사가 <어린왕자>라는 책을 선물로 받은 때가 열세 살, 마침내 그는 스무 살이 되었을 때 파리에 도착을 하여 꿈을 이루게 됩니다.

꿈을 이루기까지의 과정이 쉽지도 짧지도 않았지만(쉽고 편하게 이루어지는 꿈이라면 누가 꿈을 꾸지 않을까요? 누가 꿈을 꿀까요?) 사막에서 별을 좇아 방향을 정하듯 무사는 자신의 꿈을 좇아 마침내 꿈의 나라인 파리에 도착을 합니다.

“어린 왕자는 내 영혼에 메아리를 불러일으켰다. 나는 그의 별을 시야에서 놓친 적이 한 번도 없다.”

생각해보면 무사의 삶을 바꾼 것은 책 한 권이었습니다. 아주 우연한 일 하나가, 우연히 펼친 책 한 권이 얼마든지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무사를 통해 생각하게 됩니다.

가을을 두고 독서의 계절이라 하지만 실제로는 책을 가장 안 읽는 계절이기도 하답니다. 나들이하기에도 더없이 좋은 계절이기 때문이지요.

책 한 권이 무사의 걸음을 사막에서 파리로 이끌었듯 내 삶을 새로운 곳으로 이끌 은총을 우연처럼 펴든 책을 통해 경험하는 가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한희철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