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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마을과 세계문화유산

양동마을과 세계문화유산

by 운영자 2013.11.04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을 소유한 국가의 국민은 자긍심이 대단하다. 근래 대한민국의 문화재 중에서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받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그 중 경상북도 경주시 강동면의 양동마을도 그 중 하나이다. 2010년 양동마을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받은 후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아주 많이 늘었다.

이곳을 찾으면 한국인은 물론 외국인들의 방문도 눈에 띄게 늘었다. 그러나 양동마을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받은 후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무척 늘었지만, 이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표정은 결코 밝지 않다.

오히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받지 않았던 시절이 그리울 만큼 적지 않은 문제를 안고 있다.

세계문화유산이 한국인의 자랑이면 당연히 마을사람들의 자부심이어야 한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은 찾는 사람들 때문에 오히려 이전보다 불편하다.

생활에 큰 지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부 문화재는 현장을 직접 볼 수 없도록 문을 잠가놓았다. 그러나 찾는 사람들은 문이 굳게 닫힌 문화재를 바라보면 실망할 수밖에 없다.

특히 먼 곳에서 찾아온 한국인은 물론이지만 외국에서 찾은 사람들은 허탈감을 감출 수 없다.

아무리 세계문화재라도 안채의 경우에는 산림집이기 때문에 방문객의 출입은 곤란하다.

그렇지만 사랑채의 경우는 직접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양동마을의 경우 향단은 이 마을의 핵심 공간이지만 굳게 문이 닫혀 있기 때문에 담장 밖에서 구경하는 데 만족해야 한다.

양동마을과 함께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받은 경주시 안강읍 옥산리에 위치한 독락당의 경우도 굳게 문이 닫혀 있기 때문에 안을 전혀 볼 수 없다.

조상의 유산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받은 것은 가문의 큰 영광이다. 가문의 큰 영광은 결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가문의 인내와 고통이 반드시 따르게 마련이다.

찾는 사람들도 후손들의 그런 태도를 존경한다. 그러나 세계문화유산을 단순히 불편하다는 이유로 개방하지 않는 것은 훌륭한 조상에 대한 예의도 아니고, 후손의 자긍심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선비정신은 국가나 이웃의 일에 그 누구보다도 먼저 고민하고 실천한 분들이다. 후손들이 조금이나마 조상의 선비정신을 이해한다면, 결코 문화재 공개를 꺼리지 않을 것이다.

더욱이 문화재는 공개하지 않고 보존한다고 해서 보존할 수도 없다. 오히려 귀중한 문화재가 빨리 훼손될 것이다. 문화재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특히 건물의 경우에는 사람의 발걸음이 닿아야만 오래 보존할 수 있다.

양동마을이나 독락당의 세계문화유산은 성리학자들의 정신이 살아 숨 쉬는 공간이다.

찾는 사람과 함께하는 공간이라야 오랫동안 정신도 살아 숨 쉰다. 특히 성리학자들의 공간은 사람이 직접 공간 속에 들어가야만 진정한 의미를 알 수 있다.

그러나 양동마을의 사랑채 건물의 대부분은 사람이 올라갈 수 없도록 막고 있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올라가면 붕괴 위험이 없지 않다.

그러나 붕괴 위험이 있다고 해서 올라가는 자체를 막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방문객 수를 제한하면 충분히 가능하다. 그래야만 공간에서 선비들의 삶을 충분히 알 수 있고, 공간에서 충분히 선비들의 삶을 느껴야만 문화재의 가치도 체득할 수 있다.

<강판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