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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과 지옥

천국과 지옥

by 운영자 2013.11.05

전철을 타거나 정류장 주변에서 ‘~를 믿지 않으면 지옥간다’라는 팻말을 들고 있는 사람들을 만날 때가 있다.

종교에 대해 비교하려고 이 글을 쓰는 것은 아니다. 불교적인 관점에서 지옥과 천국에 대해 언급하려고 한다.

일본 17세기에 살다간 유명한 하쿠인(白隱, 1685~1768) 스님이 있다. 어느 날 한 무사가 스님에게 찾아와 이런 질문을 하였다.

“스님, 지옥과 극락은 정말 있는 것입니까?”

“바보 같은 놈, 죽어봐야 알지. 낸들 어찌 알겠나. 어느 장군이 자네를 무사로 썼는지 한심하군.”

무사는 스님의 모욕적인 발언에 화가 나서 발끈 화를 내며, 스님 목에 칼을 들이댔다. 스님께서는 태연하게 말씀하셨다.

“자네가 잔뜩 화가 나 있는 그 상태가 바로 지옥이라네.”

스님의 말에 무사는 깨달은 바가 있어, 칼을 내려놓고 스님께 용서를 구했다. 다시 스님께서 말했다.

“지금 자네가 나를 용서한 그 너그러운 마음 상태가 극락이니라.”

바로 이처럼 장소가 바뀌어야 천국이고 지옥이 아니라, 장소가 어떤 곳이든 현재 자신의 마음 상태에 따라 극락도 되고, 지옥도 된다는 뜻이다.

50년대에 미국의 어느 의사가 결혼을 하자마자, 부인과 함께 아프리카로 의료 봉사를 떠났다.

부인은 막상 낯선 땅 아프리카에 살다 보니, 대화할 사람도 없고, 환경도 척박했다.

결국 부인은 친정 아버지에게 편지를 보냈는데, ‘남편과 이혼을 하더라도 이곳에서 살 수가 없으니 귀국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며칠 후 아버지의 답장이 도착했다. 내용은 단 두 줄이었다.

“두 사나이가 감옥의 창문으로 창밖을 보는데, 한 사나이는 진흙 밭을 보았고, 다른 사나이는 별을 보았다.”

젊은 부인은 아버지의 답장에 마음을 고쳐먹었다.

그날부터 남편의 의료사업을 도와주고, 원주민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며, 여인들에게는 청결한 환경의 중요성을 가르치는 등 매우 바쁜 나날을 보내면서 삶의 활기를 되찾았다.

그녀가 밝은 쪽으로 마음을 전환하자, 지옥과 같던 곳(아프리카)이 천국으로 바뀐 것이다.

감옥 이야기가 나왔으니, 한 스님의 일화를 소개하며 이 글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중국의 본환 스님은 1949년, 사회주의가 되고 감옥에 들어가 22년(1958~1980)을 보냈다.

젊은 시절을 송두리째 감옥에서 보낸 셈이다. 출옥 후 한 기자가 스님에게 물었다.

“20여년을 옥중에서 어떻게 보냈습니까?”

“감옥일지라도 출가자에게는 수행할 수 있는 도량(장소)이었습니다. 내게 있어서는 그곳보다 더 좋은 수행처는 없더군요.”

무엇보다 자신이 처해 있는 환경에서 만족하고 행복을 느끼면, 바로 그 자리가 천국이요, 극락이다.

반면 최고급 호텔에 머물러 있어도 만족하지 못하고, 불행을 느끼면 바로 지옥에 있는 것이다.

그러니 환경을 탓하고, 남을 탓해야겠는가! 그대가 서 있는 곳이 지옥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대의 마음을 전환시켜보라.

마음을 돌이키는데 답이 있을 것이다.

<정운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