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는 게 시험이다
산다는 게 시험이다
by 운영자 2013.11.08
대학수능시험이 입동 날 임시한파 없이 끝났다. 대입제도가 바뀌듯 ‘대박 기원’ 수능선물도 시대에 따라 바뀌었다. 수능선물의 대명사는 엿과 찹쌀떡이다.
가장 잘 알려진 설은 입학시험과 관련된 ‘무즙파동’이다.
1964년 서울 전기 중학교 입학시험 문제에 ‘엿을 만드는 과정에서 엿기름 대신 넣어도 좋은 것은 무엇인가?’라는 선다형 문제가 출제됐다. 정답으로 채점한 것은 ‘다이스타아제’이다.
일부 학부모들은 무즙에도 다이스타아제가 들어있다고 주장하며 무즙으로 엿을 만들어 교육기관 앞에서 “엿 먹어라! 이게 무즙으로 쑨 엿이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무즙파동은 법정으로 비화됐고, 무즙도 정답으로 인정 되어 불합격한 39명을 구제하며 마무리됐다. 이 사건은 치맛바람의 원조격으로 중학교 무시험 입학제 도입의 계기가 됐다.
쫀득쫀득한 미감의 찹쌀떡은 우리 고유의 전통 떡은 아니다. 일본에서 건너온 ‘다이후크 모찌’이며 한자로는 큰 복을 받으라는 뜻의 ‘대복병(大福餠)’이다.
연초 일본 후쿠오카 여행 때 방문한 ‘다자이후 텐만구(太宰府 天滿宮)’가 수험생들에게 찹쌀떡을 주는 세시풍속의 근원지임을 알게 됐다.
이곳은 헤이안시대 학자이자 시인, 정치가로 활동한 스가와라 미치자네를 학문의 신으로 모신 곳. 신사로 향하는 길목엔 찹쌀떡 가게가 유난히 많다. 점원들은 “맛있어요, 모찌 사세요” 한국말로 호객을 한다. 미치자네는 정적의 모함으로 유배지와 다름없는 이곳으로 좌천됐다.
유일한 낙은 인근 작은 절에 머물던 나이 많은 비구니가 가끔 가져다주는 찹쌀떡이었다니 1200년의 역사를 지닌 떡이다. 덴만구 신사는 관광객과 시험을 앞둔 기도 인파로 넘치고 찹쌀떡은 합격을 기원하는 복떡 대접을 받는다.
1994년부터 도입된 수능시험은 고득점을 맞는 게 관건이다. 엿과 찹쌀떡 보다 ‘잘 풀어라’는 의미의 휴지와 테이프, ‘확 붙어라’고 성냥, ‘답을 잘 찍어라“고 포크와 모형 도끼가 수능선물로 등장했다.
‘수능한파’가 해마다 되풀이 될 때는 손난로, 무릎담요가 좋은 반응을 보였다. 웰빙 열풍이 불 때는 초콜릿과 아로마, 숙면 베개가 인기를 끌었다.
최근에는 입체구조 원단의 ‘3D 공부 방석’, 다양한 기능이 내재된 ‘수능 시계’ 등 스마트하고 실용적인 것으로 수능선물이 진화됐다.
따지고 보면 사는 것 자체가 시험이다. 자녀문제, 사업과 직장문제, 갑작스레 닥치는 사고나 질병, 노후문제 등을 풀면서 살아야한다. 아무도 해결의 실마리를 선물하지 않는다.
절망의 고비마다 슬기롭게 극복하려는 의지가 ‘인생 시험’문제를 푸는 지혜다. 시련을 통해 인간은 성숙하니까.
<이규섭 시인>
가장 잘 알려진 설은 입학시험과 관련된 ‘무즙파동’이다.
1964년 서울 전기 중학교 입학시험 문제에 ‘엿을 만드는 과정에서 엿기름 대신 넣어도 좋은 것은 무엇인가?’라는 선다형 문제가 출제됐다. 정답으로 채점한 것은 ‘다이스타아제’이다.
일부 학부모들은 무즙에도 다이스타아제가 들어있다고 주장하며 무즙으로 엿을 만들어 교육기관 앞에서 “엿 먹어라! 이게 무즙으로 쑨 엿이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무즙파동은 법정으로 비화됐고, 무즙도 정답으로 인정 되어 불합격한 39명을 구제하며 마무리됐다. 이 사건은 치맛바람의 원조격으로 중학교 무시험 입학제 도입의 계기가 됐다.
쫀득쫀득한 미감의 찹쌀떡은 우리 고유의 전통 떡은 아니다. 일본에서 건너온 ‘다이후크 모찌’이며 한자로는 큰 복을 받으라는 뜻의 ‘대복병(大福餠)’이다.
연초 일본 후쿠오카 여행 때 방문한 ‘다자이후 텐만구(太宰府 天滿宮)’가 수험생들에게 찹쌀떡을 주는 세시풍속의 근원지임을 알게 됐다.
이곳은 헤이안시대 학자이자 시인, 정치가로 활동한 스가와라 미치자네를 학문의 신으로 모신 곳. 신사로 향하는 길목엔 찹쌀떡 가게가 유난히 많다. 점원들은 “맛있어요, 모찌 사세요” 한국말로 호객을 한다. 미치자네는 정적의 모함으로 유배지와 다름없는 이곳으로 좌천됐다.
유일한 낙은 인근 작은 절에 머물던 나이 많은 비구니가 가끔 가져다주는 찹쌀떡이었다니 1200년의 역사를 지닌 떡이다. 덴만구 신사는 관광객과 시험을 앞둔 기도 인파로 넘치고 찹쌀떡은 합격을 기원하는 복떡 대접을 받는다.
1994년부터 도입된 수능시험은 고득점을 맞는 게 관건이다. 엿과 찹쌀떡 보다 ‘잘 풀어라’는 의미의 휴지와 테이프, ‘확 붙어라’고 성냥, ‘답을 잘 찍어라“고 포크와 모형 도끼가 수능선물로 등장했다.
‘수능한파’가 해마다 되풀이 될 때는 손난로, 무릎담요가 좋은 반응을 보였다. 웰빙 열풍이 불 때는 초콜릿과 아로마, 숙면 베개가 인기를 끌었다.
최근에는 입체구조 원단의 ‘3D 공부 방석’, 다양한 기능이 내재된 ‘수능 시계’ 등 스마트하고 실용적인 것으로 수능선물이 진화됐다.
따지고 보면 사는 것 자체가 시험이다. 자녀문제, 사업과 직장문제, 갑작스레 닥치는 사고나 질병, 노후문제 등을 풀면서 살아야한다. 아무도 해결의 실마리를 선물하지 않는다.
절망의 고비마다 슬기롭게 극복하려는 의지가 ‘인생 시험’문제를 푸는 지혜다. 시련을 통해 인간은 성숙하니까.
<이규섭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