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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타너스 잎은 바람에 날리고

플라타너스 잎은 바람에 날리고

by 운영자 2013.11.11

떨어지는 것은 아름답다. 단풍잎이 아름다운 것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서 보기 드문 플라타너스가 경상북도 영천시 임고초등학교에 살고 있다.

임고초등학교의 플라타너스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은 이곳의 나무가 마음껏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운동장의 플라타너스를 보는 순간 입을 다물지 못한다.

그 이유는 단순히 나무의 크기 때문이 아니라 자유롭게 뻗은 나무의 모습 때문이다. 100살에 가까운 이곳의 플라타너스는 자유로운 모습과 더불어 껍질도 무척 아름답다.

여섯 그루의 플라타너스의 껍질은 피부의 버짐을 닮아서 이 나무의 한국식 이름이 버즘나무라는 것을 증명하지만, 자세히 살피면 각각 다른 모습을 지니고 있다.

나무의 껍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각 나무마다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사람의 피부처럼 나무의 피부도 삶의 과정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나무를 안은 채 눈을 자유롭게 뻗은 플라타너스의 가지를 따라 옮기면 나무가 어느 방향을 향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나무의 가지는 바르게 서기 위한 몸짓이다.

나무의 가지가 길게 뻗은 쪽은 비어 있는 곳이다. 그러나 비어 있는 곳을 찾아 가지를 뻗기만 하면 바람에 넘어질 수도 있다. 그래서 가지가 길게 뻗은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뿌리를 길게 만든다.

그래야만 균형을 잃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무는 비바람을 비롯해 온갖 위험을 받으면서도 언제나 균형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만약 가지가 부러지면 뿌리로 균형을 잡는다.

그러나 사람은 나무가 어떻게 균형을 잡으면서 살아가는지에 대해서는 큰 관심이 없다.

그저 꽃과 열매, 때론 물든 단풍에만 관심을 갖는다. 그래서 나무의 꽃을 보면 우선 꺾을 것을 생각하고, 열매를 보면 우선 먹을 것을 생각하고, 물든 잎을 보면 우선 따서 가져갈 것을 생각한다.

임고초등학교 학생들은 쉬는 시간에 바람에 뒹구는 플라타너스의 잎을 밟으면서 마음껏 뛰어다닌다. 잎들은 학생들의 발뒤꿈치를 따라 다닌다. 이곳의 학생들과 선생님들은 플라타너스와 한몸이다.

나무와 한몸을 이루는 사람들이 늘어날 때 세상은 아름답다. 아름다운 세상은 나뭇잎 하나를 사랑하는 마음만으로 충분하다.

<강판권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