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국어사전 찾기 교육이 필요하다

국어사전 찾기 교육이 필요하다

by 운영자 2013.11.18

<<장병호>>
·교육학박사
·순천문인협회 고문
·전남교육청 장학관


올해 10월 9일 한글날이 공휴일로 부활하였다.

한글날은 일찍이 1949년에 처음 공휴일로 지정되었는데, 1991년 ‘국군의 날’과 함께 제외되었다가, 올해 23년 만에 공휴일로 재지정된 것이다.

쉬는 날이 하루 더 늘어나서 다들 좋아하겠지만 그보다는 우리글을 만들어준 조상님에 대한 감사의 마음과 더불어 국어사랑 정신을 되새기는 날이 되어야 할 것이다.

한글은 현존하는 문자 중에서 유일하게 창제 연월일과 창제자가 있는 언어이다. 그리고 입 모양과 입안의 구조 및 혀의 움직임에 근거한 과학적인 언어로 이름이 높다.

특히 오늘날과 같은 휴대전화 시대에 한글처럼 문자전송이 손쉬운 것이 없다고 한다.

유네스코가 한글을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지정한 것도 그 독창성과 우수성을 높이 샀기 때문이리라. 우리는 조상들로부터 이러한 훌륭한 문자를 물려받은 것을 자랑스레 여기고 국어를 더욱 아름답게 가꾸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 주변을 보면 국적 불명의 외국어가 너무 많이 나돌고 있어 눈살이 찌푸려진다.

특히 의류나 화장품, 가전제품들은 이름만 가지고는 국산인지 외제인지 알 수 없을 정도이다.

커피 전문점이나 빵가게는 말할 것도 없고, 가수들의 이름도 왜 그렇게 외국어 일색인지 모르겠다.

아파트 명칭도 발음하기 어려운 것들이 대부분인데, 오죽하면 시어머니가 찾아오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라는 우스개가 나오겠는가.

무엇보다 청소년들이 사용하는 언어들이 기상천외하다. 우리말과 외국어를 조합하여 머리글자만 따서 ‘멘붕’이니 ‘악플’이니 ‘등업’이니 하는 경우에는 뜻을 파악하기가 힘들다.

‘안습’, ‘먹튀’ 따위의 말들도 우리를 어리둥절하게 하는데,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말이 얼마나 오염되고 훼손될지 알 수가 없다.

예전에 바른 말 고운 말 쓰기 운동을 벌인 적이 있는데, 지금이야말로 그러한 운동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싶다.

나는 우리말 살리기를 위한 방안의 하나로서 국어사전 찾기 교육을 제안하고 싶다. 국어사전에는 우리 고유어가 다수 수록되어 있으므로 학생들이 국어사전을 자주 접함으로써 우리말을 많이 익힐 수 있다.

사전 찾기는 낱말을 오래 기억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낱말 뜻을 손쉽게 검색할 수 있는데, 빨리 찾는 낱말은 그만큼 망각의 속도도 빠르다.

국어사전으로 찾게 되면 속도는 느리더라도 낱말을 입속으로 되뇌며 찾기 때문에 저절로 반복학습이 되는 것이다.

또한 국어사전으로 낱말을 찾게 되면 부수적으로 이웃의 다른 낱말들을 여러 개 접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낱말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다른 낱말들까지 곁들여 알게 되어 자연스레 어휘력이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필자는 과거 교사 시절, 학생들에게 국어사전을 지참하도록 하여 수업시간마다 교과서의 낱말 한두 개씩을 함께 찾아보는 기회를 가졌다. 사전을 자주 찾아봄으로써 일상생활에서도 어려운 낱말을 만났을 때 사전을 들춰보는 습관을 몸에 붙여주고자 한 것이다.

“모르는 낱말이 있을 때는 미루지 말고 곧바로 사전을 찾아보세요. 나중에 찾아봐야지 하고 미뤄두면 십중팔구 잊어먹고 말아요.

그리고 국어사전은 학창시절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졸업한 뒤에도 평생 가까이 두고 활용해야 합니다. 여러분은 지금 그 습관을 기르고 있는 거예요.”

당시 학생들에게 강조했던 말이다.

궁금한 사항을 제때에 해결하는 습관은 우리말에만 그치지 않는다. 영어단어나 한자, 시사용어 따위도 뜻을 알 수 없을 때는 영어사전이나 한자자전, 백과사전 따위를 들춰봐야 하는데, 평소에 습관이 되어 있지 않으면 좀처럼 행동으로 옮겨지지 않는다.

그래서 사전 찾기는 습관을 붙이는 일이 중요하며, 특히 오늘날과 같은 평생학습의 시대에는 꼭 필요한 습관이라고 할 수 있다.

예전에 내게 수업을 받은 학생들이 지금 어떻게 달라졌는지 알 수 없다. 그렇지만 학창시절의 국어사전 찾기 훈련 덕분에 다른 사람들보다는 사전 찾기가 낯설지 않고 익숙해 있으리라고 믿는다.

요즘 전남의 어느 교육장님이 관내 학생들에게 국어사전을 사주고, 국어사전 활용 교육을 펼치고 있어서 대단히 반가운 마음이다. 부디 이러한 교육활동이 꾸준히 전개되고 확산되어 자라나는 세대들의 국어사용이 바른 방향으로 정착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