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다시 재선충이 창궐하고 있다. 재선충은 한국을 상징하는 소나무를 위협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주 중요한 국가적 현안이다.

소나무는 단순히 목재 가치만이 아니라 풍부한 문화적 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재선충은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하지만 기후 변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기후는 인간의 삶은 물론 모든 생명체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

온난화와 비옥한 땅은 그 동안 추운 지방에 살아남은 소나무의 삶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소나무는 이제 물관세포에 앉아서 성장을 막아버리는 재선충을 스스로 방어하는 데 힘이 부족하다.

이처럼 식물은 인간의 삶을 바라보는 나침반이다. 지구상의 식물은 지금까지 기후의 변화에 다양한 모습으로 적응했다.

현재 재선충의 공격을 받아 위기에 처한 소나무도 이 땅에서 기후의 변화에 살아남은 존재이다. 기후변화로 생긴 소나무의 영역 변화는 한반도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엄청난 영향을 줄 것이다.

이제라도 그런 변화에 대비하는 지혜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삶에는 ‘부득이’한 경우가 있다.

재선충과 소나무의 위기는 인간의 힘으로 막을 수 없는 부득이한 일인지, 아니면 가능한 일인지가 중요한 관건이다. 만약 인간의 힘으로 막을 수 있다면 최선을 다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

소나무 재선충의 발생은 역사의 변화 속에서 일어난 자연스러운 현상일지도 모른다. 자연스러운 현상은 인간의 힘으로 막을 수 없다. 자연생태의 변화는 자연에 맡겨야하고, 인간은 자연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자연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방법은 순응하는 것이다. 순응은 자연에 대한 수동적인 자세가 아니라 자연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능동적인 자세이다.

재선충은 소나무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에 큰 충격을 안겨주고 있지만. 충격은 새로운 변화를 요구한다. 나는 감히 한국인이 재선충을 통해 소나무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길 바란다.

[교차로신문사/ 강판권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