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민망하지 않게, 적당히!
서로 민망하지 않게, 적당히!
by 운영자 2013.11.21
지난 주 제가 진행하는 죽음준비교육 프로그램 ‘아름다운 하늘소풍 이야기’에 참여하는 70대 어르신 스무 분을 모시고 ‘서울시립장사시설’에 견학을 갔습니다.
‘장사시설’이라 함은 세상 떠난 고인을 모시는 데 필요한 화장과 매장시설을 비롯해 화장 후 안치를 위한 봉안(납골)시설과 수목장, 잔디장 등의 자연장 시설까지를 두루 일컫는 말입니다.
공무원들의 업무가 과중하다는 것이야 익히 알고 있지만 그날 견학 안내를 맡은 중년의 남자 직원은 그야말로 무례하기 이를 데 없었습니다.
인사와 함께 다리가 약한 어르신들이 가파른 언덕길을 오르내려야 하니 천천히 진행해 달라고 부탁을 하니, 그 정도 체력이라면 뭐 하러 이런 데 견학을 오냐고 거칠게 내뱉습니다.
어르신들이 들으셨을까봐 얼른 주위를 둘러봅니다.
속상한 마음을 꾹 누른 채 다시 한 번 견학 취지와 어르신들에 대한 배려를 부탁하니 아예 대놓고 그거야 담당 직원인 자기가 알아서 할 일이지 아줌마가 간섭할 일이 아니라고 큰소리를 칩니다.
50대 중반의 저를 보고 아줌마라고 부르는 것이야 뭐 탓할 일이 아니지만 그 태도며 말투가 몹시 불쾌했습니다.
어르신들이 곁에 계시니 언성을 높일 수도 없어 입술만 꼭 물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어르신들이 성실히 설명을 듣고 이런 저런 질문과 대답이 오가면서 분위기가 풀려 견학이 잘 마무리됐습니다.
그런데 그 공무원의 하는 양을 처음부터 지켜본 어르신들이 그냥 넘어갈 리 없습니다.
웃으며 마지막 인사를 하는 그 사람에게 툭 던지듯 말씀하십니다.
“아, 처음에는 웃을 줄 모르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웃을 줄도 아네요.” “그러게 말이요. 무서워서 견학이고 뭐고 그냥 가버릴까 하다가 참았는데 설명은 잘하는구먼.”
성질부리며 함부로 말한 것이 떠올랐을까요, 얼굴이 살짝 붉어지더군요. 인솔자인 제가 따로 사과를 받은 것은 아니지만 얼굴 붉힌 그를 보며 제 마음은 저절로 풀렸습니다.
부모님 같은 어르신들 앞에서 내보인 무례한 언행을 부끄러워해야 할 사람은 그쪽이었으니까요.
인터넷 모임 13년 동안 매달 한 번씩 오프라인에서 만나 얼굴을 보며 공부를 합니다.
재미있고 자신에게 유익이 있어야 모이는 게 인지상정이지만, 평소 아무런 관심도 내보이지 않다가 특별한 자리에만 눈치 빠르게 살짝 끼어드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을 볼 때마다 괜히 제가 부끄러워지곤 합니다.
어르신들 앞에서 예의 없이 행동한 그 공무원이나 자기 이익에만 밝은 사람들 모두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사는 것이겠지만, 어울려 사는 세상에서 서로 민망하지 않게 적당히 했으면 좋겠습니다.
<유경작가>
‘장사시설’이라 함은 세상 떠난 고인을 모시는 데 필요한 화장과 매장시설을 비롯해 화장 후 안치를 위한 봉안(납골)시설과 수목장, 잔디장 등의 자연장 시설까지를 두루 일컫는 말입니다.
공무원들의 업무가 과중하다는 것이야 익히 알고 있지만 그날 견학 안내를 맡은 중년의 남자 직원은 그야말로 무례하기 이를 데 없었습니다.
인사와 함께 다리가 약한 어르신들이 가파른 언덕길을 오르내려야 하니 천천히 진행해 달라고 부탁을 하니, 그 정도 체력이라면 뭐 하러 이런 데 견학을 오냐고 거칠게 내뱉습니다.
어르신들이 들으셨을까봐 얼른 주위를 둘러봅니다.
속상한 마음을 꾹 누른 채 다시 한 번 견학 취지와 어르신들에 대한 배려를 부탁하니 아예 대놓고 그거야 담당 직원인 자기가 알아서 할 일이지 아줌마가 간섭할 일이 아니라고 큰소리를 칩니다.
50대 중반의 저를 보고 아줌마라고 부르는 것이야 뭐 탓할 일이 아니지만 그 태도며 말투가 몹시 불쾌했습니다.
어르신들이 곁에 계시니 언성을 높일 수도 없어 입술만 꼭 물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어르신들이 성실히 설명을 듣고 이런 저런 질문과 대답이 오가면서 분위기가 풀려 견학이 잘 마무리됐습니다.
그런데 그 공무원의 하는 양을 처음부터 지켜본 어르신들이 그냥 넘어갈 리 없습니다.
웃으며 마지막 인사를 하는 그 사람에게 툭 던지듯 말씀하십니다.
“아, 처음에는 웃을 줄 모르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웃을 줄도 아네요.” “그러게 말이요. 무서워서 견학이고 뭐고 그냥 가버릴까 하다가 참았는데 설명은 잘하는구먼.”
성질부리며 함부로 말한 것이 떠올랐을까요, 얼굴이 살짝 붉어지더군요. 인솔자인 제가 따로 사과를 받은 것은 아니지만 얼굴 붉힌 그를 보며 제 마음은 저절로 풀렸습니다.
부모님 같은 어르신들 앞에서 내보인 무례한 언행을 부끄러워해야 할 사람은 그쪽이었으니까요.
인터넷 모임 13년 동안 매달 한 번씩 오프라인에서 만나 얼굴을 보며 공부를 합니다.
재미있고 자신에게 유익이 있어야 모이는 게 인지상정이지만, 평소 아무런 관심도 내보이지 않다가 특별한 자리에만 눈치 빠르게 살짝 끼어드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을 볼 때마다 괜히 제가 부끄러워지곤 합니다.
어르신들 앞에서 예의 없이 행동한 그 공무원이나 자기 이익에만 밝은 사람들 모두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사는 것이겠지만, 어울려 사는 세상에서 서로 민망하지 않게 적당히 했으면 좋겠습니다.
<유경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