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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사람의 아내를 둔 남자

네 사람의 아내를 둔 남자

by 운영자 2013.11.26

요즘은 사람들이 외모를 위해 많은 투자를 한다. 이를 염려한 불교 경전에 이런 내용이 있다.

어떤 마을에 4명의 아내를 거느린 장자가 살고 있었다. 첫째 아내는 남편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남편은 첫째 아내를 앉으나 서나 일하고 있을 때나, 쉬고 있을 때도 잠시도 떨어져 있고 싶지 않을 만큼 사랑하였다.

둘째 아내는 사람들과 다투기까지 해서 얻은 아내인데, 늘 곁에 두고 대화를 주고받는 사이지만 첫째 아내만큼은 사랑하지 않는다.

셋째 아내는 가끔 만나서 위로도 하고 대화를 나누는 사이지만 함께 있으면 싸우고 싫증이 났다가도 떨어져 있으면 보고 싶어 하는 아내이다. 넷째 아내는 거의 하녀와 다름없었고 사랑 한번 받지 못한 아내이다.

어느 날 장자가 먼 외국으로 떠나게 되었다. 그는 첫째 아내에게 함께 가자고 했더니, ‘왜 내가 당신과 함께 가느냐?’며 냉정하게 거절한다.

둘째 아내에게 가서 ‘나는 당신을 얻기 위해 사람들과 싸움까지 해서 데려왔으니 함께 갑시다.’라고 하자, 둘째 아내 역시 ‘당신이 억지로 나를 데려오고 싶어서 데려왔지, 내가 오고 싶어서 왔느냐?’며 동행을 거절한다.

셋째 아내는 그래도 양심이 있어서인지, ‘당신과 그동안 쌓은 정이 있으니 마을 어귀까지만 함께 가고 그 다음은 혼자 가라’며 정중히 거절한다. 할 수 없이 장자는 가장 싫어하는 아내를 데리고 외국으로 떠난다.

이 이야기는 하나의 비유담이다. 마을은 우리가 사는 세상이고, 외국은 죽음의 세계를 말한다.

가장 사랑한 첫째 아내는 인간의 육체, 둘째 아내는 재산이나 재물, 셋째 아내는 가족과 친구 등을 비유한다. 마지막 넷째 부인은 인간의 마음을 비유한다.

평생 동안 육신에 큰 공을 들이지만, 죽는 순간부터 육신은 썩어버린다. 재산과 재물은 가져갈 수가 없다.

또 평생을 사랑하고 아꼈던 가족, 친척, 친구들은 그대가 죽으면 슬퍼하고 애달파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금방 잊어버린다. 문제는 살아가면서 마음 챙기는 일을 등한시 한다는 점이다.

한번 생각해보자. 자신이 한 달 쓰는 용돈 가운데 정신을 살찌우고 공부하는데 쓰는 비용과 외모를 꾸미거나 인연 짓는데 쓰는 비용 중 어느 것이 더 많은가를….

자신의 외모를 위해 수많은 시간과 경제를 투자하고, 인간성까지 잃어가면서 재산 모으기에 급급하며, 자신의 세력을 확보하기 위해 사람들과의 인연 쌓는 것을 소중히 여긴다.

그런데 정작 살찌워야 할 마음에는 먹이도 주지 않고, 예쁘게 꾸며주지 않는다. 결국 우리가 죽어서 가져갈 것은 마음밖에 없는데도 말이다.

즉 현대인들은 자신이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지 어떤 것을 지향하는지조차 잊고 살아간다. 삶에 대한 확고한 가치관조차 없이 돈과 명예에 휩쓸려 간다.

인생이 고달플 때, 죽음에 임박했을 때 정신을 살찌우고, 마음을 찾고자 하나 마음을 길들이지 못했기 때문에 이미 늦은 것이다.

목마를 때를 대비해서 미리 우물을 파 두어야 정작 마시고 싶을 때 물을 마실 수 있는 것처럼 마음을 살찌우는 것은 미리 파놓은 우물과 같은 역할을 한다.

노후 준비는 경제적인 것보다 자신의 정신적인 생활을 어떻게 꾸려갈지 젊어서부터 준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정운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