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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하늘 도서관’

우리 동네 ‘하늘 도서관’

by 운영자 2014.01.09

아침부터 서둘렀더니 다행히 창가 쪽에 빈자리가 하나 남아있습니다.요즘은 방학이라 조금만 늦어도 자리를 얻기가 어렵습니다.

초고층 최고급 호텔 경치가 이만할까, 12층 탁 트인 창밖으로 저 멀리 한강이 내려다보이고 월드컵경기장이며 높은 아파트들도 눈 아래 있어 속이 뻥 뚫립니다.

‘하늘 도서관’이라는 이름 그대로 마치 하늘에 떠 있는 것 같습니다.

책꽂이 사이에 여러 크기의 책상이 골고루 놓여있고 창가에는 각자 창을 향해 앉을 수 있는 높은 책상과 의자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자유롭게 이 책 저 책 뽑아다가 읽는 아이들에서부터 무언가를 열심히 쓰며 공부하는 학생들, 컴퓨터를 들여다보고 있는 할아버지에 이르기까지 조용하지만 뜨거운 열기가 실내를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푹신한 의자에서 아기랑 엄마가 함께 책을 보며 놀 수 있는 ‘어린이방’과 차를 마시거나 조용히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담소방’이 따로 있고, 한 발짝만 나서면 햇볕을 맘껏 쬘 수 있는 옥상정원의 벤치와 파라솔을 만날 수 있습니다.

세금으로 짓는 시(市)청사와 구(區)청사가 지나치게 호화로워 여러 사람의 입길에 오르내리던 일을 기억하실 겁니다.

그러던 차에 집에서 7분 거리에 새로 들어선 구청 건물 12층을 도서관으로 만든다는 소식이 들려와 얼마나 기분이 좋았는지 모릅니다.

요 몇 년 사이 동네 곳곳에 작은 도서관들이 들어서면서 어린아이들에게 바람직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 같아 괜히 덩달아 뿌듯해했지만, 다른 곳이 아닌 구청 건물에 주민을 위한 도서관이 만들어진 것은 또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그동안 기껏해야 서류 발급을 위해 한 두 번 드나들었을 뿐이었던 건물에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는 도서관이 생기다니요.

그것도 형식적으로 책 몇 권 꽂아 놓은 빈약한 공간이 아니라 제대로 된 도서관이라니요.

도서관이 우리 생활에 끼치는 영향이나 문화 지표 같은 것을 거론할 필요도 없이 손닿는 곳에 책이 잔뜩 꽂혀있고, 거기다가 엄숙한 분위기에 지레 주눅들 필요 없이 누구나 편하게 출입할 수 있도록 꾸며놓아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습니다.

저는 지난해 11월 개관 후 천 원을 내고 회원증을 발급 받았고, 오늘처럼 마음먹고 일찌감치 도서관에 자리를 잡고 앉는 날도 있지만, 대부분은 장을 보러 나오는 길에 미리 나와 책 구경도 하고 책 속에 푹 빠져있는 꼬마들 틈에서 잠시 책 읽는 고소함을 누리다 가곤 합니다.

공간이 좁아 비록 좌석은 넉넉지 않지만, 저 같은 주민들을 안아주며 그 품을 넓혀가고 있는 ‘하늘 도서관’은 서울시 마포구청 12층에 자리하고 있답니다.

한 번 놀러오세요!

<유경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