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유감
자동차 유감
by 운영자 2014.01.14
<장병호>
·교육학박사
·순천문인협회 고문
·전남교육청 장학관
자동차를 운전하기 시작한 지가 어느덧 스무 해가 다 되어간다.
그동안 여러 차례 고장도 있었고, 사고도 겪었지만 몸을 다치거나 누구에게 피해를 입힌 적이 없이 오늘에 이른 것을 생각하면 참으로 다행이다 싶다.
평소 운전대를 잡고 길을 달리다 보면 자동차라는 것이 참 대단한 물건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멀고 험한 길도 군말 없이 데려다주니 이런 충직한 종이 어디 있을까. 연료만 때맞춰 공급해주면 불평 한 마디 없이 주인 말을 따라주니 이리 고마울 데가 없다.
더구나 요즘은 친절한 아가씨가 상냥한 목소리로 목적지까지 길안내를 해주니 이 얼마나 편하고 행복한가.
그렇지만 우리가 이렇게 자동차의 편리함에 길들다 보면 한편으로 잃어버리는 것도 많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 첫 번째가 교통사고의 위험이다. 운전을 하다보면 자칫 한눈을 팔기도 하고, 졸기도 하고, 과속을 하기도 한다. 그러다보면 눈 깜짝하는 사이에 차선을 벗어나 다른 차와 부딪치기도 하고, 사람을 치기도 한다.
그 결과 차량의 파손과 함께 운전자 본인은 물론 남에게까지 피해를 입혀 이루 말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게 된다.
지금 우리는 전쟁으로 인한 사망자보다 자동차 사고로 인한 사망자가 더 많은 시대에 살고 있다.
그리고 일단 술을 마시면 운전을 하지 말아야 하는데, 설마 하고 운전대를 잡았다가 경찰의 음주 단속에 걸리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그렇게 되면 범칙금과 함께 운전면허 정지나 취소 처분을 받게 되고, 공무원의 경우에는 신분상의 불이익도 감수해야 한다.
더욱이 음주 상태에서는 교통사고 가능성도 높은 만큼 어떠한 경우에도 음주운전은 자제할 일이다.
자동차로 인해 사람이 나태해지는 것도 문제다. 자동차가 신속하게 움직여 시간을 단축해주니 그만큼 시간적 여유를 갖게 되어 좋은데, 몸을 움직이지 않다보니 건강에 문제가 생긴다. 차가 없던 시절에는 대부분 걸어 다녔기 때문에 체력이 단련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요즘은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도 걸을 생각을 하지 않고 차를 타려고 하니 운동할 기회를 그만큼 빼앗기는 셈이다.
이러한 현대인의 모습을 두고 법정 스님은 “인간만이 누릴 수 있는 당당한 직립보행의 자세를 자동차로 인해 잃어버렸다.”고 아쉬워한 바 있다.
인간은 태초부터 두 발로 걸어 다니는 신체구조를 타고났는데, 자동차로 인해 신체적 특징을 활용할 기회를 박탈당했다는 이야기다.
편리함은 마약과 같은 속성이 있다. 서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은 것이 인간의 보편적 심리현상이다.
그러니까 자동차 인구는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자동차의 편리함에 한번 길이 들면 누구나 죽을 때까지 그 편의성을 놓으려고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침저녁 출퇴근 시간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자동차 행렬을 보노라면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 이게 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 많은 자동차가 굴러가는 데에 얼마나 많은 기름이 들어갈 것인가. 편하고자 하는 끝없는 욕망 앞에서 기름 수요는 밑 빠진 독에 물붓기로 이어질 것이 아닌가. 중동의 석유 생산국들이 돈방석에 앉을 수밖에 없겠다.
자동차가 내뿜는 매연 또한 문제다. 대기오염의 주범이 바로 자동차 배기가스이다.
사람들이 매일 오염된 공기를 마시고 살다보니, 호흡기 질환 등 각종 질병을 앓게 된다. 대기오염은 또한 스모그현상과 같은 기상이변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배기가스가 없는 물로 가는 자동차는 언제 나올까?
자동차가 자기과시의 수단으로 이용되는 점도 볼썽사납다. 우리나라 사람은 자기 형편이나 분수에 맞지 않게 고급차를 사려는 경향이 강하다. 남의 이목과 체면을 중시하여 비싼 차를 굴림으로써 위세를 떨려고 한다. 이러한 풍조 때문에 우리나라는 이웃 일본과는 달리 경차가 인기가 없다.
차를 철따라 옷 갈아입듯 자주 바꾸는 것도 문제다. 차를 한번 사면 5년이 못 가서 싫증을 낸다.
그리고 새 모델이 나오면 기다렸다는 듯이 바꿔버린다. 5년 넘게 차를 타는 사람은 궁상맞다고 핀잔을 듣기 일쑤다.
자동차회사만 얼씨구나 하고 새로운 차종을 생산해내기에 바쁘다.
“현대인은 자동차를 보자 첫눈에 반해 그것과 결혼하였다.
그러나 영영 목가적인 세계로 돌아오지 못하게 되었다.” 영국 시인 존 키츠(John Keats)의 말이다.
자동차로 인해 자연 친화의 삶을 잃어버렸다는 이야기다. 나 역시 자동차의 문제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면서도 막상 차를 버릴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으니, 꼼짝없이 자동차의 포로가 된 셈이다.
현대인이 자동차의 유혹에서 헤어날 길은 요원한 것 같다.
·교육학박사
·순천문인협회 고문
·전남교육청 장학관
자동차를 운전하기 시작한 지가 어느덧 스무 해가 다 되어간다.
그동안 여러 차례 고장도 있었고, 사고도 겪었지만 몸을 다치거나 누구에게 피해를 입힌 적이 없이 오늘에 이른 것을 생각하면 참으로 다행이다 싶다.
평소 운전대를 잡고 길을 달리다 보면 자동차라는 것이 참 대단한 물건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멀고 험한 길도 군말 없이 데려다주니 이런 충직한 종이 어디 있을까. 연료만 때맞춰 공급해주면 불평 한 마디 없이 주인 말을 따라주니 이리 고마울 데가 없다.
더구나 요즘은 친절한 아가씨가 상냥한 목소리로 목적지까지 길안내를 해주니 이 얼마나 편하고 행복한가.
그렇지만 우리가 이렇게 자동차의 편리함에 길들다 보면 한편으로 잃어버리는 것도 많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 첫 번째가 교통사고의 위험이다. 운전을 하다보면 자칫 한눈을 팔기도 하고, 졸기도 하고, 과속을 하기도 한다. 그러다보면 눈 깜짝하는 사이에 차선을 벗어나 다른 차와 부딪치기도 하고, 사람을 치기도 한다.
그 결과 차량의 파손과 함께 운전자 본인은 물론 남에게까지 피해를 입혀 이루 말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게 된다.
지금 우리는 전쟁으로 인한 사망자보다 자동차 사고로 인한 사망자가 더 많은 시대에 살고 있다.
그리고 일단 술을 마시면 운전을 하지 말아야 하는데, 설마 하고 운전대를 잡았다가 경찰의 음주 단속에 걸리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그렇게 되면 범칙금과 함께 운전면허 정지나 취소 처분을 받게 되고, 공무원의 경우에는 신분상의 불이익도 감수해야 한다.
더욱이 음주 상태에서는 교통사고 가능성도 높은 만큼 어떠한 경우에도 음주운전은 자제할 일이다.
자동차로 인해 사람이 나태해지는 것도 문제다. 자동차가 신속하게 움직여 시간을 단축해주니 그만큼 시간적 여유를 갖게 되어 좋은데, 몸을 움직이지 않다보니 건강에 문제가 생긴다. 차가 없던 시절에는 대부분 걸어 다녔기 때문에 체력이 단련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요즘은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도 걸을 생각을 하지 않고 차를 타려고 하니 운동할 기회를 그만큼 빼앗기는 셈이다.
이러한 현대인의 모습을 두고 법정 스님은 “인간만이 누릴 수 있는 당당한 직립보행의 자세를 자동차로 인해 잃어버렸다.”고 아쉬워한 바 있다.
인간은 태초부터 두 발로 걸어 다니는 신체구조를 타고났는데, 자동차로 인해 신체적 특징을 활용할 기회를 박탈당했다는 이야기다.
편리함은 마약과 같은 속성이 있다. 서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은 것이 인간의 보편적 심리현상이다.
그러니까 자동차 인구는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자동차의 편리함에 한번 길이 들면 누구나 죽을 때까지 그 편의성을 놓으려고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침저녁 출퇴근 시간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자동차 행렬을 보노라면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 이게 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 많은 자동차가 굴러가는 데에 얼마나 많은 기름이 들어갈 것인가. 편하고자 하는 끝없는 욕망 앞에서 기름 수요는 밑 빠진 독에 물붓기로 이어질 것이 아닌가. 중동의 석유 생산국들이 돈방석에 앉을 수밖에 없겠다.
자동차가 내뿜는 매연 또한 문제다. 대기오염의 주범이 바로 자동차 배기가스이다.
사람들이 매일 오염된 공기를 마시고 살다보니, 호흡기 질환 등 각종 질병을 앓게 된다. 대기오염은 또한 스모그현상과 같은 기상이변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배기가스가 없는 물로 가는 자동차는 언제 나올까?
자동차가 자기과시의 수단으로 이용되는 점도 볼썽사납다. 우리나라 사람은 자기 형편이나 분수에 맞지 않게 고급차를 사려는 경향이 강하다. 남의 이목과 체면을 중시하여 비싼 차를 굴림으로써 위세를 떨려고 한다. 이러한 풍조 때문에 우리나라는 이웃 일본과는 달리 경차가 인기가 없다.
차를 철따라 옷 갈아입듯 자주 바꾸는 것도 문제다. 차를 한번 사면 5년이 못 가서 싫증을 낸다.
그리고 새 모델이 나오면 기다렸다는 듯이 바꿔버린다. 5년 넘게 차를 타는 사람은 궁상맞다고 핀잔을 듣기 일쑤다.
자동차회사만 얼씨구나 하고 새로운 차종을 생산해내기에 바쁘다.
“현대인은 자동차를 보자 첫눈에 반해 그것과 결혼하였다.
그러나 영영 목가적인 세계로 돌아오지 못하게 되었다.” 영국 시인 존 키츠(John Keats)의 말이다.
자동차로 인해 자연 친화의 삶을 잃어버렸다는 이야기다. 나 역시 자동차의 문제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면서도 막상 차를 버릴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으니, 꼼짝없이 자동차의 포로가 된 셈이다.
현대인이 자동차의 유혹에서 헤어날 길은 요원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