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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하는 나무, 춤추는 나무

연주하는 나무, 춤추는 나무

by 운영자 2014.01.27

<강판권목사>- 성지감리 교회 담임목사
- 흙과 농부와 목자가
만나면의 저자


나무는 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음악가이다. 음악의 음(音)은 현악기, 관악기, 쇠, 돌, 풀, 나무 등에서 나는 소리를 말한다.

악(樂)은 상수리나무의 열매 혹은 북을 단 모양이다. 이처럼 음악의 한자는 나무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나무에서 나오는 소리는 바람이나 다른 생명체와 만나서 생긴다. 특히 나무가 바람과 만나서 내는 소리는 바람의 정도나 나무의 상태에 따라 아주 다양하다.

그러나 나무가 바람을 만나 다양한 소리를 낸다고 해서 격조높은 음악가라고 할 수 없다.

내가 나무를 위대한 음악가라고 평가하는 것은 많은 생명체들에게 큰 즐거움을 주기 때문이다. 음악의 위대성은 곧 즐거움이다.

그래서 한자 악은 ‘즐거움’을 뜻한다. 모든 생명체의 목적은 즐겁게 사는 것이다. 자신은 물론 다른 생명체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세상에는 남에게 즐거움의 대상이 아니라 아픔의 대상으로 살아가는 존재도 아주 많다. 그러나 나무는 사람은 물론 거의 대부분의 존재들에게 아픔의 대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한 평생 살면서 누군가에게 아픔의 존재로 살아가지 않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삶이 아닐 수 없다.

나는 나무의 몸짓을 좋아한다. 바람이 불면 움직이는 나무의 몸짓이 정말 아름답다.

나무는 움직이지 않으면서도 자유롭게 움직이는 존재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까지 계속 나무를 움직이지 않는 존재의 상징으로 표현하는 사람들을 경멸한다.

요즘도 신문에는 ‘식물인간’이라는 표현을 종종 만난다.

지난 해 10월 한국에도 국립생태원이 생길만큼 생태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는 고조되고 있지만, 식물에 대한 인식은 제자리걸음이다.

특히 국민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언론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생태의식이 위험수준이다.

음악은 사람을 춤추게 한다. 그래서 위대한 음악가인 나무는 늘 춤춘다. 만약 나무가 춤을 추지 않는다면 한 순간도 살아갈 수 없을 것이다.

만약 나무가 춤을 추지 않는다면 다른 생명체에게 즐거움을 줄 수 없을 것이다. 나무는 춤을 추지 않으면 잎과 꽃과 열매를 결코 제대로 만들 수 없다.

사람들은 움직이지 않는 경우를 ‘목석(木石)’이라 부르지만 나무는 결코 움직이지 않는 존재가 아니라 무척 많이 움직이는 존재이다.

동물만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식물도 움직인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 세상에 존재하는 많은 생명체가 인간을 훨씬 행복하게 만든다는 것을 깨달을 것이다.

자신이 다니는 곳에서 한 그루의 나무가 얼마나 움직이는 지를 관찰하는 사람은 무척 행복하다. 세찬 바람이 부는 날, 사람들은 버스를 기다리면서도 곁에 서 있는 나무가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을 거의 갖지 않는다.

나무는 움직이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무가 움직인다고 생각하면, 나무가 금방 자신에게 다가올 것이다.

인간만이 나무에게로 다가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나무도 인간에게 다가올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인간과 나무와의 사이는 훨씬 가까워질 것이다.

인간이 나무와 사이좋게 지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인간이 자신처럼 나무를 진정으로 존경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