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명절에 버려야 할 것

명절에 버려야 할 것

by 운영자 2014.01.29

<한희철목사>- 성지감리 교회 담임목사
- 흙과 농부와 목자가 만나면의 저자

대개의 불행은 남과 나를 비교하는 데서 시작합니다.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이 다른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는 순간 불행에 빠지게 됩니다.

마치 발을 헛디뎌 구렁텅이에 빠져들 듯 한 순간 불행의 구덩이 속으로 빠져들고 말지요. 한 번 빠져들면 벗어나려고 허우적거릴수록 더욱 깊이 빠져드는 것을 경험합니다.

좋은 집에서 잘 살던 이가 누군가의 으리으리한 집을 다녀오고 나면 내 집이 좁고 초라하게 느껴집니다.

좋은 차를 불편 없이 타던 사람도 누군가의 더 좋은 차를 타고 나면 괜히 내 차가 덜덜거리는 것 같지요.

잠자는 사자의 코털과 함께 건드리지 말아야 할 것이 동창회에 다녀온 아내의 심사라는 말은 그런 점에서 그럴 듯합니다.

우리가 흔히 쓰는 말 중에 ‘속물근성’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전에서는 속물근성을 ‘금전이나 명예를 제일로 치고 눈앞의 이익에만 관심을 가지는 생각이나 성질’이라고 풀이하고 있습니다.

누군가의 속 좁고 부정적인 모습을 보면서 하는 말인 속물근성이라는 말은 남과 자신을 비교하는 데서부터 시작이 된 말입니다.

속물근성(snobbery)이라는 말은 1820년대 영국에서 처음으로 사용이 되었다 합니다.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의 많은 대학의 시험 명단에서 일반 학생을 귀족 자제와 구별하기 위해 이름 옆에 sine nobilitate이라 적었는데(이것을 줄인 말이 ‘s.nob.’이다), 작위가 없다는 뜻이었다지요.
이렇듯 처음에는 높은 지위를 갖지 못한 사람을 가리켰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거의 정반대의 의미를 갖게 되었습니다.

상대방에게 높은 지위가 없으면 불쾌해하는 사람을 가리키게 된 것입니다.
어떤 사람을 속물이라고 말하는 것은 그 사람을 경멸하려는 의도를 가진 것이어서, 조롱받아 마땅한 매우 유감스러운 차별행위를 부정적으로 묘사하기 위해 사용하게 된 것입니다.

한마디로 속물근성이란 남과 자신을 구분 짓고 비교하며 우월의식을 느낄 수 있는 권력에 대한 갈망을 의미합니다.
그것이 돈이든 외모든 지위든 명예든 다른 누군가와 나를 구별하고 남보다 내가 낫다는 것을 확인하려는 모든 마음이 바로 속물근성입니다.

속물근성이야 언제라도 버려야 할 마음이지만 명절 때야말로 속물근성을 버려야 할 때가 아닐까 싶습니다.

오랫동안 흩어져 살던 가족이나 친지 친구들을 오랜만에 만나게 되면 서로의 모습이 새롭게 보입니다.

행복하게 잘 사는 모습을 대하기도 하지만, 감추고 싶은 아픔을 겪는 이들도 있습니다. 애써 드러내지 않아도 많은 것들이 드러납니다.

서로의 좋은 점을 마음껏 인정하고 함께 기뻐하되, 행여 나를 드러내려는 속물근성은 없는지를 주의 깊게 살펴야 할 것입니다.
은연중에 자랑삼아 나를 드러내려는 마음은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기 때문입니다.

명절을 맞아 길을 나설 때 속물근성일랑 확실하게 버려두고 길을 나서면 돌아오는 길 마음속엔 분명 만남의 즐거움이 가득히 남아있을 것입니다.